임민규 기자 mklim@businesspost.co.kr2022-12-07 15:5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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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가 10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대규모 서비스 장애의 원인을 공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카카오는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서 앞으로 5년 동안 투자를 기존 대비 3배 확대하고 별도의 전담조직도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 남궁훈 카카오 비대위 재발방지대책 공동 소위원장이 7일 열린 카카오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 데브 2022(이프 카카오)'에서 최대 과제는 서비스 안정화라고 강조했다. <이프카카오 발표화면 캡쳐>
7일 진행된 카카오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 데브 2022(이프 카카오)'에서 남궁훈 카카오 비상대책위원회 재발방지대책 공동 소위원장은 카카오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서비스 안정화를 강조했다.
남궁 위원장은 “카카오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식으로 ESG 과제를 수행해왔지만 소위원회 활동을 통해 본질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카카오의 최우선 과제는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원인을 분석하고 현재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며 미래에 대한 투자도 하겠다”고 밝혔다.
이프 카카오는 카카오의 기술과 서비스를 비롯해 비즈니스, 파트너, 기업문화, 일하는 방식 등과 관련된 내용을 공유하는 연례 행사다. 카카오는 2018년부터 이프 카카오를 개최해왔고 지난해에는 골목상권 침해 문제가 논란이 되자 ‘함께 나아가는 더 나은 세상’을 주제로 개최한 바 있다.
올해는 10월15일 발생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사고로 인한 서비스 장애의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을 주제로 이날부터 9일까지 진행된다.
이프 카카오 첫날인 7일에는 남궁 위원장을 비롯해 고우찬 비대위 재발방지대책 공동 소위원장, 이확영 원인조사 소위원장, 이채영 비대위 재발방지대책 소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나와 서비스 장애 원인과 앞으로의 대책을 공개했다.
카카오는 먼저 이중화 조치가 부족해 서비스 장애 기간이 길어졌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데이터센터간 이중화 미흡, 서비스개발과 관리를 위한 운영관리도구 이중화 미흡, 이중화 전환 이후 가용 자원부족 등을 구체적 예시로 들었다.
카카오는 화재사고 발생 당시에는 데이터 이중화 조치를 취했지만 데이터센터 전체가 화재로 셧다운 되는 것은 예상치 못한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변명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서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 것을 계속 언급하며 자세를 낮췄다.
카카오가 발표한 재발 방지대책은 크게 기술적 개선과 이를 위한 인적·물적 자원 투자로 요약된다.
이채영 부위원장은 데이터센터 자체와 그 안의 운영도구 이중화 등 시스템 전체에 철저한 이중화 조치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모니터링 시스템의 다중화와 데이터 다중 복제구조 구성, 운영관리도구 삼중화 등 구체적 사항들도 공개했다.
카카오는 현재 경기도 안산에 건립하고 있는 자체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2024년에 또 다른 데이터센터도 착공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들 데이터센터는 침수와 해일, 강풍, 지진에도 완벽히 대비된 시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는 서비스 안정화를 위한 조직개편도 단행한다.
우선 IT엔지니어링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직을 CEO 직할 전담조직으로 편성해 안정적 서비스 환경 조성에 집중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IT엔지니어링 전문가에 대한 추가 영입과 채용, 육성 등도 공격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대규모 장애에 대비한 재해복구위원회와 서비스의 연속성 확보를 위한 전담조직도 신설한다.
카카오는 이날 공개한 여러 대책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투자계획도 밝혔다.
고우찬 소위원장은 “말씀드린 여러 개선 사항들은 초기 투자비를 제외하고도 연간 운영비만 몇 백억 혹은 몇 천억 단위의 과감한 투자결정이 있어야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며 “카카오는 앞으로 5년은 지난 5년 동안 투자한 금액의 3배 이상 규모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이날 구체적인 투자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안산 데이터센터 건립에 들인 비용만 해도 4600억 원인 만큼 투자 규모는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프 카카오에서 말한 투자 규모에 대해서는 현재 내부적으로 집계 중이다”고 말했다.
기업이 자신의 치부를 콘퍼런스까지 열어가며 자세히 공개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남궁 위원장은 11월24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카카오 같은 규모의 기업이 이런 치부에 대해 공개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라고 알고 있다"며 "그만큼 자랑스럽지 않은 부분이기에 다시 언급되는 것조차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적었다.
그는 그러면서도 "우리의 부끄러운 부분이지만 업계에 도움이 되고 다시는 같은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며 "2022년 이프 카카오 행사가 업계의 공동 성장에 방점을 두어 카카오가 업계와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을 다시 새기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