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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DB하이텍 파운드리 증설 딜레마, 차세대 전력반도체가 해답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2-12-07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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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국내 대표 반도체 파운드리라고 하면 삼성전자가 떠오른다. 삼성전자는 대만 TSMC와 글로벌 선두를 다투는 세계적 기업이다.

그런데 삼성전자보다 파운드리 업력이 오래 된 국내 기업이 있으니 바로 DB하이텍이다. 얼마 전까지 DB하이텍은 반도체 공급난 덕분에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었지만 최근엔 이른바 ‘피크아웃’, 즉 반도체 수요가 정점을 찍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팹리스들이 파운드리 주문량이 줄어들며 가동률이 함께 줄어들고 이에 앞으로 파운드리업체들의 실적을 어둡게 보는 전망들도 자리잡고 있다.

특히 DB하이텍이 주력으로 하는 8인치 파운드리 수요가 먼저 둔화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파운드리 시장은 12인치 웨이퍼와 8인치 웨이퍼로 나뉜다. 12인치 웨이퍼를 다루는 파운드리가 고부가가치를 내는 신식 기술이라고 한다면 8인치는 저부가가치 구식 기술이란 인식이 있다.

삼성전자나 TSMC 등 글로벌 선도 파운드리들은 주로 12인치에서 경쟁한다. 반면 DB하이텍은 8인치를 주로 다루고 있다.

12인치, 8인치는 말 그대로 웨이퍼 사이즈를 뜻하는데 12인치 웨이퍼로 작업할 때 생산량도 더 많고 칩당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반도체기업 대부분이 12인치로 설비투자를 진행했다.

8인치 웨이퍼는 90나노미터 이하로 반도체 선폭을 미세하게 만들 수 없다는 약점도 있다. 회로 선폭이 좁아져야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높아지고 정보를 담은 전자 이동속도가 빨라져 성능도 좋아지지만 8인치 웨이퍼는 원판 자체가 작아 한게가 있다.

12인치와 8인치 사업을 모두 하는 반도체회사들은 미세한 선폭의 고부가가치 로직반도체는 12인치 웨이퍼를 사용하고 있고 저부가가치 제품만 8인치 웨이퍼로 만든다. 8인치 파운드리에서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수익성이 높지 않은 디스플레이구동칩, 이미지센서, 전력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유닛 등을 만든다.

이런 이유 때문에 8인치 파운드리 기술은 한물간 기술로 취급되기도 한다. 심지어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시장이 12인치 파운드리로 재편되면서 반도체 장비업계도 12인치에 맞춰 장비를 생산하게 됐습니다. 8인치 장비는 구하기도 어렵게 된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과거 DB하이텍이 다소 박한 평가를 받았던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구식 기술에 머물러 있으면서 이렇다할 설비 투자도 별로 없었다. 12인치 신기술로 넘어가기는 커녕 8인치 파운드리를 증설하는 일에도 대단히 미온적이었다.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근래 괄목할 만한 실적 호조세가 이어졌다. 반도체 수요는 늘어나는 데 반해 글로벌 파운드리 공급 부족이 더해지며 공급자 위주 시장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뒤 딱히 증설을 통해 공급량을 늘리진 않았음에도 가격 상승에 따라 매출이 급증하게 되고 영업이익은 그보다 더 가파르게 늘어나게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돼 반도체가 들어가는 자동차 생산 등의 공장이 생산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오곤 했는데 DB하이텍은 이 공급난의 최대 수혜자 가운데 하나가 됐다.

8인치 장비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설비를 늘리기가 쉽지 않으니 DB하이텍은 물론 다른 경쟁자들도 섣불리 증설을 하기 어려웠고 이는 공급난 지속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여기에 DB하이텍의 고민도 있다. 8인치 파운드리 사업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속성이 있다. 약점인 줄 알았는데 호재로 작용하고 또 호재인 줄 알았는데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8인치 파운드리 증설을 하자니 장비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12인치로 사업을 더 확장하자니 수 조원 단위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데다 12인치 사업에서는 삼성전자나 TSMC와 같은 세계적 기업들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부담까지 있다.

그렇다고 앉아서 지금 하고 있는 일만 잘하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업이 혁신을 멈추고 머물러 있으면 언제라도 도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리한 증설 없이 중장기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할 묘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화합물반도체를 통해 전력반도체 시장을 선점한다는 DB하이텍의 계획은 시기적절한 것일 수 있다.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은 올해 3월 주총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한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그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하여 초격차 기술 우위를 유지하겠다. 신규 공정과 제품에 대한 선진기술 확보를 통해 시장을 선점해 나가는 데 중점을 두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선진기술에는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화합물반도체 기술이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롭먼트는 화합물반도체의 하나인 탄화규소(SIC)전력반도체 시장이 올해 1조1천억 원대에서 2030년 12조2800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화합물반도체인 질화갈륨(GaN) 전력반도체 소자 시장은 2021~2027년 연평균 59%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고성장세 전망은 화합물 전력반도체가 앞으로 시장이 커지는 전기차나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널리 쓰일 수 있다는 근거에서 비롯된다. 실리콘 전력반도체보다 고열, 고전압에 잘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DB하이텍은 2020년 하반기부터 8인치 화합물반도체 연구개발을 본격화해 2023년 상반기에 시제품을 내놓고 2024년엔 양산체제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DB하이텍이 파운드리로서 화합물반도체 분야에 뛰어든 것은 국내에서 최초라 할 수 있다. 글로벌로 범위를 넓혀도 탄화규소나 질화갈륨 반도체 위탁생산이 가능한 곳은 손에 꼽을 정도라 한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시장에 서둘러 진출한 만큼 차세대 전력반도체 분야로 사업을 넓혀나가는 데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화합물반도체 분야의 전망이 밝은 만큼 DB하이텍이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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