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
차석용 매직'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차 매직'은 ‘최장수 CEO’인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의 뛰어난 경영능력을 뜻하는 말이다.
24일 LG생활건강에 따르면
차석용 부회장이 LG생활건강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후진에게 길을 터주기 위한 ‘용퇴’다.
▲ ‘최장수 CEO’인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이 보여준 ‘차석용 매직’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사진은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 < LG생활건강> |
하지만 올해 LG생활건강이 실적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면서 차 부회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라는 해석에 더 힘이 실린다.
차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그가 남긴 기록들은 앞으로도 깨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차 부회장은 LG생활건강 대표이사를 18년 동안 맡았다. 이는 LG그룹뿐 아니라 국내 10대 그룹 계열사의 최고경영자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 것이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7년 동안 실적도 단 한번도 꺾이지 않았다. 2014년 메르스 확산, 2017년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로 중국에서 한국제품 불매운동이 일었을 때도 전년 동기 대비 실적 개선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과 2021년에도 실적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차 부회장이 LG생활건강 대표이사에 선임된 2005년 LG생활건강의 연결기준 매출은 9526억 원, 영업이익은 544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실적 상승곡선을 그리며 2021년에는 매출 8조915억 원, 영업이익 1조2896억 원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그가 마치 마법을 부리는 것 같다는 의미에서 ‘
차석용 매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차 부회장은 과감한 인수합병으로 LG생활건강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놓는 데도 성공했다.
첫 인수합병은 한국코카콜라였다.
그는 미국 P&G 본사에서 일하며 쌓은 글로벌 인맥을 바탕으로 직접 한국코카콜라 인수를 지휘했다.
아울러 한국코카콜라를 인수한 지 1년 만에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코카콜라음료를 인수하며 음료사업에 진출한 뒤 2009년 다이아몬드샘물, 2010년 한국음료, 2011년 해태음료를 차례로 인수하며 음료시장에서 확실한 기반을 다졌다. 영진약품의 드링크 사업 부문도 인수해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화장품사업에서도 인수합병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LG생활건강이 2010년 이후 주요 화장품 브랜드 인수합병에 나선 것은 모두 15차례에 이른다.
2010년 더페이스샵을 시작으로 2014년 CNP코스메틱, 2018년 아본 재팬, 2019년 미국 더 에이본을 인수했다.
2020년에는 피지오겔 아시아·북미사업권을, 2021년에는 미국 헤어케어 브랜드 알티폭스, 2022년에는 미국의 크렘샵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이같은 과감한 인수합병으로 LG생활건강은 차 부회장이 취임하기 전까지는 치약과 비누, 세제 등 생활용품의 사업 비중이 70%에 이르렀지만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 부문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차 부회장이 보여준 과감한 인수합병은 그가 강조해 온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일에 과감히 도전하라’는 태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차 부회장은 직원들에게 ‘멋진 실패에 상을 주고 평범한 성공에 벌을 주자’라고 말하며 도전을 강조해 온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차 부회장은 LG그룹 안에서 최고령 CEO라는 타이틀도 들고 있었다.
그는 1953년 출생으로 올해 한국나이로 70세다.
차 부회장의 후임으로는 이정애 사장이 내정됐다.
이 사장은 LG생활건강 신입사원 공채 출신으로 1986년 입사해 LG생활건강의 모든 사업분야를 돌아가며 맡았다.
1986년 3월 LG생활건강에 입사해 2011년 1월 생활용품 사업부장을 거쳐 2015년 12월에는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 2018년 12월에는 리프레시먼트(음료) 사업부장을 역임했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