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손잡고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 플랜트 수주에 적극 나선다.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새롭게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 플렌트 수주시장 공략에 함께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국내 최대 석유화학 플랜트사업인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를 따내 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번 협력을 계기로 삼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규모 석유화학 플랜트 수주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9일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기존의 석유산업 의존도를 낮추고 민간 경제육성을 위한 ‘사우디 비전2030’을 추진하면서 2023년부터 가스전과 석유화학 플랜트 발주를 획기적으로 늘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660조 원을 투자해 첨단 미래형 신도시 네옴 시티를 건설하겠다는 것도 이 목표의 일환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산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천연가스 생산량을 늘리고 부가가치가 높은 석유화학 플랜트사업을 확장하려 한다.
글로벌 리서치기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2030년부터 수송용 석유(정유제품)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판매량이 늘고 있고 선박도 액화천연가스(LNG) 등으로 연료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석유화학제품 수요는 신흥국 중심으로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LG경제연구원은 “2030년 이후 석유수요는 분석 기관에 따라 정체 또는 감소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반면 석유화학 원료용 석유 수요는 신흥국의 중산층 소비 증가와 천연소재 대체가 지속되면서 늘어날 것이다”고 봤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런 추세에 발맞춰 투자계획을 세워뒀다. 사우디 비전2030 달성을 위해 투자도 공격적으로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는 94억 달러(12조 원)에 이르는 석유화학 플랜트 발주에 나선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이에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과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는 샤힌 프로젝트 수주를 계기로 사우디아라비아 본토의 석유화학 플랜트 수주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사우디는 현재 천연가스 생산능력을 14Bcf/d(하루 십억 입방피트)에서 2030년까지 23Bcf/d로 두 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천연가스 생산의 핵심지역은 자푸라 분지로 가스 매장량이 200Tcf(1조 입방피트)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한 해 평균 천연가스 소비량은 1900Bcf 수준이다. 자푸라 분지 매량장은 우리나라가 100년 이상 쓸 수 있는 양이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미 지난 2021년 11월 2조 원 규모의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를 수주해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의 '나맷(Nammat) 프로그램'을 추진할 협력사로 선정된 만큼 대규모 사업을 따낼 가능성이 높다.
나맷은 사우디의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미래가치 창출을 위한 선택적 성장을 뜻한다. 아람코는 지속가능성과 기술, 산업, 에너지 서비스, 첨단소재 등 4개 분야에서 13가지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22개 협력업체를 선정했다.
이에 현대건설은 2023년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추진되는 석유화학 플랜트 프로젝트뿐 아니라 나맷 프로그램 관련 프로젝트 다수를 수주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석유화학 플랜트사업에서 높은 기술력을 지니고 있는 만큼 두 회사가 협업한다면 시너지를 충분히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7월 유럽EPC(설계·조달·시공)사들의 진입장벽을 뚫고 폴란드 PKN올렌(PKN Orlen)에서 발주한 20억 유로(2조7천억 원)의 PKN올레핀 확장공사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도 했다.
현대 컨소시엄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외에서 석유화학 플랜트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온 만큼 샤힌 프로젝트도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힘을 쓰겠다”며 “이를 통해 앞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주가 나올 석유화학 플랜트사업 수주에 고삐를 죄겠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 컨소시엄(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은 전날(17일) 국내 최대 석유화학 프로젝트인 '샤인 프로젝트'와 관련 계약을 맺었다.
샤힌(Shaheen, 아랍어 ‘매’)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9조2580억 원을 투자해 울산에 건설하는 국내 최대 석유화학 프로젝트다. 이는 2018년에 완공된 40억 달러 규모의 1단계 석유화학공장의 후속 프로젝트다.
샤힌 프로젝트는 3개의 패키지로 나눠 발주됐다. 다만 아직 패키지 별로 구체적 공사 종류와 금액은 나오지 않았지만 패키지1, 패키지2, 패키지3 순으로 금액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패키지1·2를 함께 맡는다. 롯데건설은 패키지2·3를 진행하기로 했다.
에쓰오일은 2023년 착공해 2026년 완공하고 2027년부터 연 320만 톤에 이르는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의 최대주주인 아람코가 개발해 처음 상용화하는 TC2C 기술이 최초로 도입된다. 이에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앞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본토에서 발주되는 석유화학 플랜트를 수주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TC2C는 경제성이 낮은 중유를 분해해 부가가치가 높은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에쓰오일은 투자금액 9조2580억 원 가운데 6조5천억 원은 자체 자금으로 조달하고 아람코로부터 8천억 원의 대여금을 받는다. 남은 1조8천억 원을 차입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샤힌 프로젝트 투자금액이 크지만 에쓰오일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며 “아람코로부터 다양한 금융지원이 가능한 점이 긍정적이다”고 바라봤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