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모비스는 전기차 전환기를 맞아 미래차 부품으로 현대자동차그룹 밖 일감을 늘려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이달 5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제5회 수입박람회 현대모비스 전시관 조감도. <현대모비스>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모비스가 최근 전동화부문 사업 확장에 고삐를 죄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전기차 전환기를 맞아 미래차 부품으로 현대자동차그룹 밖 일감을 늘려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1일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오는 5일부터 10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제5회 국제수입박람회를 계기로 삼아 현지 완성차업체를 대상으로 수주활동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번 박람회에서 현대모비스는 미래 친환경 모빌리티 플랫폼과 전기차 통합 섀시플랫폼인 e-CCPM, 네 바퀴에 구동과 제어기술을 탑재한 e-코너 모듈 등 현대모비스의 주력 친환경 신기술을 대거 선보인다.
현대모비스는 수입박람회 현장에서 현지 수주 확보를 노리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중국 현지 완성차 업체로부터 전동화 부품을 포함한 핵심부품을 9억 달러(1조3천억 원)어치 이상을 수주했다. 이는 현대모비스의 글로벌 완성차 핵심부품 수주 33억3천만 달러의 30%에 이르는 수치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전동화 부문 매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올해 3분기 현대모비스 전동화 부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증가한 2조5천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부품제조 사업부문 매출(2조3천억 원)을 넘어섰다.
현대모비스의 올해 전동화 부문 매출은 9조2천억 원으로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놓고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친환경차 생산량 증가의 속도가 빠른 데다 대당 납품하는 부품 수와 가격이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모비스는 크게 완성차 제조공정에 부품을 공급하는 모듈 및 부품 제조사업과 국내외에서 운행되는 현대·기아차 보수용 부품을 공급하는 A/S용 부품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주력사업인 모듈 및 부품 제조사업 가운데 전동화 부문은 PE모듈(모터, 인버터, 감속기 등을 통합한 전기차의 핵심부품)과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 등으로 구성된다.
다만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모비스의 현대차·기아 전체 매출 의존도가 77%에 이르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위해서는 전동화 부문을 비롯해 계열사 밖 일감 확보가 중요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매출 기준 글로벌 2위의 토요타 부품 계열사 덴소는 토요타 의존도를 줄여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로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9년 기준 덴소의 토요타 매출 비중은 46.3%로 토요타 이외의 완성차 업체 매출 비중(42.5%)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기를 맞아 전동화 부품 등 친환경 미래차 부품 수요의 증가는 현대모비스로서 고객사를 다변화하고 경쟁력을 끌어올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모비스는 내연기관 시대에 한국 자동차 산업이 자동차 선진국과 비교해 늦게 출발한 만큼 글로벌 수주에서 한계를 지녔으나 이제 개화하는 전기차 시대에는 새 판이 펼쳐지는 것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 역시 전기차,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미래차 기능과 관련한 부품을 기존 업체들로부터 모두 조달하기 힘든 만큼 자동차 부품업체로서는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납품할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계열사 밖 미래차 부품관련 수주에서 점차 성과를 올리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4개 차종에 샤시 모듈을 공급했다. 비밀유지계약으로 인해 수주 규모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확정된 물량은 18억 달러 수준으로 전해진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모듈 공급을 위해 새로 구축한 앨라배마 공장에 4개 차종 샤시 모듈을 혼류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하고 7월부터 공급을 시작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수주로 품질 경쟁력을 입증해 다른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 수주기회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중국뿐 아니라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열리는 행사에 잇따라 참가하며 전방위적으로 글로벌 수주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9월 현대모비스는 북미오토쇼(NAIAS)에 처음으로 참가해 공격적 영업활동을 펼쳤다.
북미 오토쇼에서 현대모비스는 전기차용 통합 샤시플랫폼(eCCPM) 등 양산 가능한 미래차 분야 신기술 30여 종을 선보이고 전기차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북미 시장 특성에 맞는 전동화 시스템을 전략적으로 강조했다.
악셀 마슈카 현대모비스 글로벌OE영업부문 부사장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격전지인 북미 시장에서 새로운 수주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북미 오토쇼 참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10월에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룩소프트와 협업해 차세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공동 개발해 독일 폭스바겐이 주최하는 국제부품박람회(IZB)에서 선보였다.
글로벌 부품사 930여 개사, 약 5만 명이 참가한 행사에서 현대모비스는 차세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포함해 전장, 전동화, 램프 등 16개 제품으로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현대모비스는 올해 역대급 계열사 밖 수주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계열사 밖 핵심부품 수주 목표인 37억4700만 달러의 89%인 33억3500달러를 3분기 만에 채웠다. 특히 북미지역과 중국지역에서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이미 연간 목표의 111%, 136%를 달성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최근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핵심 부품 기준으로 4~5년 뒤 현대차·기아 비중을 10%포인트 이상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