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증권사들이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메리츠증권이 나홀로 실적이 증가했다.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유동성이 축소된 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거시경제 불확실성까지 겹쳐 대부분 증권사들의 실적이 1년 전의 절반 혹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급감한 가운데 나온 성과여서 더욱 눈길이 간다.
▲ 1일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FnGuide)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내놓은 메리츠증권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940억 원으로 집계됐다. |
메리츠증권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기세를 이어간다면 연간 영업이익 1조 원 대열에 새로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내놓은 메리츠증권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940억 원으로 추산된다.
메리츠증권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8234억 원인 점을 놓고 보면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174억 원이라고 할 수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948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아쉽게 1조 클럽 입성에 실패했는데 올해에는 새로 영업이익 1조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무려 5곳의 증권사들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올해는 찬바람 부는 업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해 영업이익 1조 원 고지를 넘었던 증권사들이 대부분 1조 원 문턱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3분기 실적 발표를 마친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지난해 대비 절반 이하로 대폭 줄었다.
삼성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551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1183억 원 대비 51% 줄었다.
NH투자증권 역시 지난해 3분기 1조601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이 1년 만에 3844억 원으로 무려 64% 급감했다.
반면 메리츠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7.7% 늘었다.
메리츠증권은 "시장금리 급등과 증시 거래대금 감소 등 대내외적 경제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기업금융(IB), 세일즈앤트레이딩(Sales&Trading) 등 전 사업 부문에서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IB부문에서는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거래에 대한 위험 평가를 더욱 보수적으로 진행해 리스크 관리에 힘을 쏟았다.
이러한 철저한 리스크 관리 덕분에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도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실적을 낼 수 있었다고 메리츠증권은 설명했다.
그동안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의 후폭풍이 PF시장을 덮친 가운데 금융시장에서는 증권업계의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메리츠증권이 PF 위주의 성장을 이어온 만큼 이와 같은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대비 PF관련 자산 비중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PF관련 자산 가운데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분류되는 사업 초기단계의 PF나 중순위 및 후순위 자산 비중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부동산PF의 절대적 규모가 크더라도 질적 구성에 따라 위험도는 크게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의 고정이하 자산비율은 2분기 3.28%에서 3분기 1.15%로 줄었다. 고정이하 자산이란 부실 위험도가 높은 자산을 말한다. 증권사의 자산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데 따라 부실 우려가 높은 자산을 우선적으로 매각해 자산건전성을 개선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최근 시장상황과 관련해 "자금 수요를 예측해 선제적 유동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리스크 관리 역량을 집중해 현재의 상황에 철저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