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ENM의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하고 tvN에서 방영하고 있는 퓨전사극 '슈룹'이 중국풍 논란에 휩싸였다. |
[비즈니스포스트] “아직 본궁의 말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tvN 드라마 ‘슈룹’의 주인공이 극 중에서 말한 대사다.
‘본궁’은 국내 시청자들에게 다소 생경한 단어다. 이 단어가 중국 사극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로 알려지며 슈룹은 ‘중국풍 논란’에 휩싸였다.
1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tvN 드라마 슈룹의 잇따른 '중국풍' 연출을 지적하는 글이 회자되고 있다. 본궁 대신 '신첩', '소첩'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고증인데 굳이 중국풍 표현을 차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궁이란 말이 사용된 시기는 중국 명청대로 황후, 공주, 후궁이 스스로를 칭할 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또 논란 떴네. 중국 작가가 썼나 아님 표절인가” “업계에서도 최고로 민감한 사항일 텐데 검수 없이 이렇게 진행되는 게 좀 신기하다” 등의 반응을 보인다.
슈롭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왕비가 왕자를 양육하는 과정을 담은 퓨전사극으로 지난달 15일 tvN에서 방영을 시작했다.
입시를 소재로한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조선판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는데 방송 초기부터 ‘태화전’ ‘간자체’ 등으로 중국풍 논란이 끓이지 않고 있다.
태화전은 극중 배경이 되는 궁전 전각의 이름으로 중국 자금성에 있는 태화전을 사용해 논란이 생겼다. 실제 조선에서 쓰인 적이 없는 태화전이라는 명칭이 등장하자 중국의 것을 사용할 필요가 있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슈룹 2화 방영 시 자막으로 뜬 ‘물귀원주’를 간자체인 ‘物归原主’로 병행표기한 것을 두고서도 잡음이 일었다.
한국식 표기인 ‘物歸原主’로 표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굳이 조선시대에 존재하지 않았던 간자체로 표기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제가 된 자막은 현재 '物歸原主'로 수정이 됐다.
콘텐츠업계에서는 중국풍 논란을 민감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콘텐츠의 주요 소비계층인 2030세대 사이에서 '반중' 감정이 급속도로 확산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3월 방영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역사 왜곡 논란 등에 휩싸이며 조기에 종영하기도 했다.
다만 콘텐츠업계에서는 슈룹이 제2의 조선구마사가 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바라본다. 중국풍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두 드라마의 시청률 추이를 비교해보면 조선구마사의 경우 1화 8.9%에서 2화 6.9%로 집계됐지만 슈룹은 1화 7.6%에서 5화 11.3%로 회를 거듭할수록 상승세에 있다.
콘텐츠업계 일각에서는 슈룹의 중국풍 연출이 중국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보기도 한다.
중국 국가광파전시총국(광전총국)은 올해 들어 한국 드라마의 자국 방영을 다시 허용하고 있다.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 각계에 퍼진 한한령(한류금지령) 기조가 완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CJENM이 제작한 드라마의 중국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광전총국은 올해 상반기 ‘슬기로운 감빵생활’, ‘또 오해영’, ‘인현왕후의 남자’,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CJENM 제작 드라마의 방영 허가를 잇따라 내줬다.
중국 당국은 2019년부터 역사 왜곡을 이유로 사극에 강한 규제를 걸었으나 올해 1월 한국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 방영 허가를 내주는 등 국내 사극의 중국 진출 가능성은 남아있다.
콘텐츠업계에서는 퓨전사극이라는 이유로 고증을 충실하게 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번 중국풍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한다.
슈룹의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미 발생한 논란을 인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제작에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슈룹의 역사자문을 맡은 이규철 성신여자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