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 계열 플랫폼서비스가 데이터센터 화재로 장기간 중단되고 있는 사건은 한국 기업 전반의 리스크 관리 능력 부족을 보여준다는 외국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이번 사태는 특정 기업이 플랫폼 등 사업분야에서 독점체제를 구축하는 일의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관측도 이어졌다.
▲ 카카오톡 등 카카오 플랫폼서비스 중단 사태가 독점체제의 위험성과 한국의 리스크 관리 부족을 보여준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분석이 나왔다. |
워싱턴포스트는 17일 “카카오는 한국에서 생활의 거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는 앱”이라며 “서비스 중단 사태는 이런 상황에 대해 ‘심판’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15일 판교에서 발생한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T와 카카오페이, 카카오톡 등 카카오와 연계된 주요 플랫폼서비스가 일제히 먹통이 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카카오는 순차적으로 복구작업을 진행했지만 다음메일 등 일부 서비스는 여전히 운영되지 않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카카오가 “페이스북 메신저, 왓츠앱, 우버, 구글맵, 벤모를 모두 하나로 결합한 서비스”라고 설명하며 카카오 서비스가 중단되면 한국이 멈출 수 있다는 농담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카카오 서비스가 주말에 중단되면서 카카오 플랫폼을 이용하는 택시와 매장 등이 운영에 차질을 피하기 어려웠고 소비자들도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카카오 서비스 중단 사태가 한국의 두 가지 약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소수의 재벌기업이 다수의 계열사 사업을 운영하며 독점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점과 기업들이 예기치 못한 리스크 발생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인구가 약 5100만 명인 한국에서 카카오 가입자가 475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이 카카오 서비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 대통령실도 카카오 서비스 중단이 시민의 생계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안이라고 언급하며 카카오가 대응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카카오와 같은 대부분의 한국 기업이 아직 벌어지지 않은 사건에 대응할 능력을 키우지 않아 리스크 관리에 취약하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카카오의 경우 화재 등 사고에 따른 전력공급 중단이 발생했을 때와 관련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고 서버를 여러 위치에 다변화하지 않은 점이 이번 사태를 키운 원인으로 꼽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아마존과 페이스북, 애플, 왓츠앱 등 미국 IT기업들도 서비스 중단으로 소비자에 혼란을 일으킨 일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사태는 몇 시간 만에 해결돼 이용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가 한국인들에 특정 기업 서비스와 플랫폼에 의존하는 일을 두고 강력한 경고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카카오 서비스가 없으면 정상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특정 기업이 삶의 전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일은 잠재적으로 위험을 안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 시민들은 (카카오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외면하고 있던 플랫폼 독점의 무서움을 깨닫게 됐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