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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플레법에 K-배터리 '탈중국' 서둘러, 의회 법 개정 기대감도 커져

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 2022-10-0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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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플레법에 K-배터리 '탈중국' 서둘러, 의회 법 개정 기대감도 커져
▲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핵심 광물의 '탈중국화', 미국 내 변화 감지 등으로 국내 배터리3사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RIA)에 따른 우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3사가 올해 하반기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도 중장기적으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배터리3사는 미국 내 공급망 강화를 뼈대로 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응하기 위해 배터리 주요 원재료로 사용되는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향한 부정적 기조가 감지되고 있어 배터리3사의 우려가 줄어들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9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올해 하반기 국내 배터리3사는 모두 수익성을 대폭 개선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와 4분기를 합쳐 영업이익 8503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하반기 영업손실 2970억 원과 비교하면 흑자로 돌아서는 것이다. 지난해 3분기에 미국 제너럴모터스의 볼트EV 리콜 관련 충당금 6200억 원을 반영했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사실상 영업이익이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SK온은 하반기 영업손실 100억 원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손실 4085억 원,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6천억 원과 비교해 적자 폭을 크게 줄이는 것이다.

2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4290억 원)한 삼성SDI도 3분기와 4분기 잇따라 분기 기준 영업이익 최대기록을 새로 쓰며 하반기 영업이익 9841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보다 50% 이상 늘어나는 수치다.

배터리3사 모두 배터리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서 판매량이 증가하는 데 더해 판매가격, 환율이 상승하는 효과를 강하게 볼 것으로 예측됐다.

또 올해 초 가동한 SK온 헝가리 코마롬 2공장의 양산 수율이 높아지는 것을 비롯해 배터리3사의 해외 공장이 생산 안정화를 달성하고 있는 점도 실적 증가에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긍정적 단기 실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중장기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시선이 많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미국에서 조립 및 제조된 배터리 부품과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우호 국가에서 추출, 처리 또는 가공된 광물(북미에서 재활용된 광물 포함)을 일정 비율 이상 전기차에 사용하는지에 따라 최종 보조금(세액공제) 규모가 결정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배터리3사 모두 미국에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대규모 배터리 생산설비를 건설하고 있거나 이미 가동하고 있다. 배터리 부품 미국 생산 조건을 맞추는 데는 크게 어렵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핵심 광물 조건을 배터리3사가 충족할 수 있을지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대부분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원재료로 사용되는 광물들의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일례로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 배터리 중간 원료가 되는 전구체(코발트, 니켈, 망간, 알루미늄 등을 결합해 제조) 등을 들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세계 전체 리튬의 65%가 중국으로 공급 뒤 고순도 리튬으로 제련돼 주요국에 공급되고 있다. 이에 한국의 대중국 리튬 의존도는 6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 양극재 원가의 60%를 차지하는 전구체는 국내 수요의 79%를 수입에 의존하고 그 수입액의 90% 이상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임지훈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한국은 전기차 배터리와 양극재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반도체와 함께 향후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며 “그러나 원자재를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 약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배터리3사는 8월16일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발효된 뒤 중국 이외의 국가들에서 발 빠르게 배터리 핵심 광물을 확보하고 있다.

배터리업계에서는 배터리 공급망의 ‘탈중국’ 전략에 속도가 붙어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핵심 광물 조건 역시 중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 광물업체 3곳과 업무협약을 맺고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황산코발트, 수산화리튬 등을 3~5년 동안 공급받기로 했다.

SK온은 호주 글로벌리튬과 리튬 장기 공급계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여기에는 향후 리튬 생산 프로젝트에 직접 지분을 매입할 기회도 포함됐다.

삼성SDI는 라인 공정 내 발생하는 폐기물에서 배터리 핵심 광물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체계(Closed-loop)를 2025년까지 세계 모든 생산거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더구나 미국 내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전기차 시장 성장을 방해할 수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기류가 감지되는 점도 배터리3사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워싱턴무역관은 ‘미국경제통상리포트-바이아메리카 정책 후퇴 관점으로 본 IRA 원산지제도 완화 전망’ 보고서에서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IRA 전기차 원산지 제도가 일부 유연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지 전문가들은 사견임을 전제로 미국 전기차 공급망 현실을 고려해 IRA 원산지 규정 전면 시행은 연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 자동차업체들도 현재 제시된 전기차 보조금 요건을 맞추는 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엄격한 원산지 규정이 업계의 부담을 가중해 결국 미국 산업 경쟁력을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여기에 실질적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최근 라파엘 워녹 미국 조지아주 상원의원(민주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일부 내용을 수정한 개정안을 상원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에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 구매자에 한해 보조금을 제공하는 규정을 2025년 이후로 미루는 안과 함께 배터리 부품 조건과 핵심 광물 조건 적용 시기도 일정 기간 유예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관련 개정안 역시 구체적 내용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판단하기는 아직 조심스럽다”며 “다만 배터리 핵심 광물, 중간 원료 등의 공급망 다변화가 인플레이션 감축법 대응뿐 아니라 자체 경쟁력, 수익성 강화에 직결되는 만큼 업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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