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이 10월7일 서울 서대문구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본사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
[비즈니스포스트] "농촌이 있어야 농협이 있고 농협이 있어야 중앙회가 있다. 그래야 신용사업이나 경제사업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농촌에 농민이 없으면 농협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은 7일 서울 서대문구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본사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농협의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은 뒤 이렇게 답변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여러 의원들로부터 농가 발전을 위해서는 농협중앙회가 제대로 역할을 해야한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농가 발전을 위한 소득 다양화 방안, 농민 지원 확대 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협이 농산물 책임판매제의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질타했다.
어 의원은 "농가소득을 높이기 위해 조합 출하량의 50%까지 농협이 매입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지난해에는 목표를 35.4%로 줄이고도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책임농협 구현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 회장은 책임판매제 문제에 대해 "농협중앙회 책임도 크지만 일선에 있는 농민이나 조합장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앙회나 센터를 이용하지 않고 백화점이나 이런 데를 이용한 뒤 가치가 떨어지는 물건만 농협에 들고와서 백화점에 납품하는 가격을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라고 다소 목소리 톤을 높여 대답했다.
그동안 국감장에서 의원들의 질의가 나오면 출석한 증인들은 흔히 '깊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적극 고려하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시정하겠습니다' 등 판에 박힌 듯한 답변을 무미건조하게 내놓았지만 이날 이 회장은 달랐다. 농촌과 농협이 처한 상황을 적극 항변한 것이다.
이성희 회장은 2020년 농협중앙회 회장에 올랐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번의 국감을 겪은 것인데 의원들의 질문에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도 보여줬다.
국감장에서는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해 정부가 쌀을 매입하는 '시장격리' 계획과 관련한 발언이 줄지어 나오기도 했다.
앞서 정부는 쌀값 하락에 대응해 2021년 수확한 쌀 10만 톤, 올해 쌀 35만 톤을 사들여 시장으로부터 격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홍문표, 신정훈, 서삼석, 안병훈, 어기구 의원 등 다수의 의원들이 쌀값 안정과 관련한 발언을 내놨다.
정부의 쌀 시장격리 계획을 두고 여야 의원 사이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서삼석 의원, 신정훈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정부의 매입량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홍문표 의원은 45만 톤이면 충분하다는 뜻을 보였다.
홍 의원은 쌀 시장격리를 두고 "농협도 여기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정부와 함께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적극적 참여를 주문했다.
신정훈 의원은 "실제로 농민들의 살림살이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농협은 쌀 정책에 있어서 정부 못지 않게 역할을 해 온 곳"이라며 "농협이 쌀 재고미 누적으로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리상승에 따른 예대금리차 확대에 힘입어 농협금융지주의 이익이 급증한 것과 관련해 이익을 농민들과 나눠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협은행의 수익은 급증했지만 조합의 주인인 농민들은 점점 더 가난해지고 어려워지고 있다"며 농민을 위하는 농협으로 큰 순이익을 낸 만큼 이익을 농민에게 일부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농민을 위한 농협이라는) 지적 깊이 반성합니다"면서도 "1조 원의 자금을 낮은 금리로 농민에게 지원했으며 대출금리가 높아진 것은 기준금리가 높아지면서 예금금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이날 국감에서는 농협의 횡령 및 부정비리, 농촌개혁, 농민 지원사업 확대, 보이스피싱 증가, 옵티머스펀드 사후대책 등이 여러가지 사안들이 다뤄지며 오전 10시에 시작한 농협중앙회라는 한 기관에 대한 국감이 오후 6시를 넘겨서야 마칠 수 있었다.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