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2-10-06 13: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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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7조 원이 투입되는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석유화학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에쓰오일이 고유가라는 순풍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수요위축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석유수출국기구와 기타 산유국 모임(OPEC+)이 대규모 감산 결정을 내리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 증권업계에 분석을 종합하면 OPEC+의 감산 결정에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이에 에쓰오일이 3분기 실적 부진을 딛고 반등에 성공해 '샤힌 프로젝트'를 통한 사업 다각화에 순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쓰오일은 유가와 정제마진 하락에 3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유가 상승세에 힘입어 4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한다면 이전에 쌓아둔 영업이익과 함께 샤힌 프로젝트 추진에 든든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OPEC+이 예상을 뛰어넘는 대규모 감산 결정을 내리면서 국제유가가 당초 예상과 다르게 배럴당 100달러 안팎의 높은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OPEC+는 5일(현지시각) 정례회의를 통해 11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200만 배럴 줄이겠다고 결정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하루 50~100만 배럴 감산과 비교하면 대폭 늘어난 것이다.
국제유가는 2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등 해외언론을 통해 OPEC+가 정례회의에서 하루 100만 배럴가량의 감산을 논의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뒤 사흘째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5일까지 사흘 동안 10.4% 오르며 보름여 만에 80달러 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OPEC+의 감산 논의 소식이 나오기 전에 유가 하락 전망이 대체로 많았다. 9월 말까지만 해도 대신증권은 세계 주요 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를 이유로 올해 국제유가 예상 범위를 배럴당 80~125달러에서 배럴당 70~115달러로 낮춰 잡기도 했다.
하지만 OPEC+의 감산 결정 뒤 유가 예상 범위를 높여 잡는 시선이 늘고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질적 경기침체 우려가 세계 석유 전망을 악화시켜 왔는데 OPEC+의 감산 움직임은 유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국제유가 범위를 배럴당 80~120달러로 예상하고 원유 투자에 관한 ‘비중확대’ 의견도 유지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OPEC+의 감산 결정에 대응해 11월 전략비축유를 1천만 배럴 방출을 지시했다. 게다가 OPEC+가 현재 원유를 목표치만큼 모두 생산하지 못한 점을 고려할 때 실제 감산 효과는 하루 100만 배럴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이 감산에 따른 유가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전략비축유 1천만 배럴을 방출하라고 지시했지만 실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하루 88만 배럴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1천만 배럴로 상쇄할 수 있는 것은 단 11일 치 감산량에 불과하다”며 “미국의 대응에도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특히 3분기 유가 하락세에 큰 폭의 실적 감소를 겪은 것으로 추정되는 에쓰오일은 유가의 향방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3분기 유가 및 정제마진 하락 탓에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에쓰오일은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4천억 원가량을 낸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기존 증권사들의 평균 영업이익 전망치인 8천억 원을 크게 밑도는 것이다.
지난 실적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줄어드는 수치다.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4천억 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5494억 원)보다 27%, 전 분기인 올해 2분기(1조7220억 원)보다는 77% 급감하는 것이다.
국제유가는 6월 초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크게 작용하며 배럴당 80달러대까지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정제마진도 6월 말 고점인 배럴당 29.5달러에서 9월 말 1.5달러까지 급락했고 9월 셋째 주에는 배럴당 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이다.
에쓰오일은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영업이익에서 석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7%에 이른다. 유가가 오르는 만큼 영업이익 전망치가 크게 상승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증권업계에서는 에쓰오일 4분기 영업이익을 6천억 원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다. 3분기 추산치보다는 높지만 여전히 2분기 영업이익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에쓰오일의 수익성 확보가 중요한 이유는 대규모 석유화학시설 건설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은 올해 말 이사회를 열고 ‘샤힌 프로젝트’ 투자 여부를 확정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 분해설비(스팀크래커)와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올레핀 하류(다운스트림)시설 ODC를 짓는 사업이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에 7조 원가량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 프로젝트에 7조 원을 투자하는 것은 반도체산업을 제외하고는 단일 규모로 손에 꼽히는 투자 규모다.
에쓰오일이 샤힌프로젝트 가동을 2026년으로 목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매년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자본적 지출(CAPEX)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쓰오일의 자본적 지출은 최근 3년 동안 매년 4천억 원가량이다.
에쓰오일은 2016~2018년 추진한 대규모 프로젝트(잔사유 고도화시설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시설 프로젝트)에 4조8천억 원을 투자했다. 이 프로젝트 진행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던 2017년과 2018년 에쓰오일 자본적 지출은 각각 2조5050억 원, 1조9650억 원이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각각 2조1409억 원, 3조539억 원에 이르는 역대급 이익을 벌어 들였다. 향후 양호한 실적을 유지한다면 샤힌 프로젝트 추진에도 더욱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으로 사업 다각화의 핵심으로 ‘샤힌 프로젝트’를 꼽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2030년까지 석유화학사업 매출 비중을 25%로 늘리는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있다.
에쓰오일은 아직 석유화학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상반기 기준 12%로 크지 않다.
다만 에쓰오일을 포함한 정유사들의 실적을 쉽사리 전망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에 따른 경기침체로 석유 수요부진 우려가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유가 불확실성 역시 크다는 이유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각) 래피얼 보스틱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4~4.5% 수준까지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시장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긴축) 기조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것이라는 예상이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는 최근 달러화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는 등 금융시장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며 “수요둔화나 감산에 따른 공급감소 등 수급을 놓고 유가의 변동을 예측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