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효성그룹이 수소경제로 나아가는 긴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계열사는 어느 곳일까?
외견상으론 효성중공업이 그룹 수소사업의 중심축으로 여겨진다.
효성중공업은 수소충전소 구축, 액화수소 공장 건립, 그린수소 생산에 필요한 풍력발전 등 수소경제와 관련된 사업들을 주도하는 곳이다.
그런데 수소사업의 가시성, 내실 등을 따졌을 때 효성첨단소재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효성첨단소재가 새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신소재 탄소섬유가 수소경제의 필수소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탄소섬유는 탄소 원소의 질량 함유율이 90% 이상인 탄소계 섬유를 뜻한다. 내열성, 내화학성, 전기전도성, 치수안정성, 유연성, 내부식성 등이 우수한 소재다.
탄소섬유는 현재 가장 많이 활용되는 산업 소재 가운데 하나인 철과 비교해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한 반면 강도는 10배나 더 높다. 당연히 유용성도 매우 높다.
수소경제에서 탄소섬유가 핵심 소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수소의 부피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수소는 무게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반면 부피 대비 에너지 밀도는 매우 낮다는 특성을 지닌다.
상식적으로 부피가 큰 것을 담으려면 그 용기의 부피도 커야 한다. 수소를 담는 연료 탱크가 매우 커야 한다는 의미다. 당연히 보관, 운반 효율이 낮고 이런 문제는 수소사회 정착의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 수소를 고압으로 압축하는 것이다.
압축수소의 저장용기 소재로는 탄소섬유와 함께 금속제나 유리섬유 복합재 등이 있다. 하지만 금속제나 유리섬유 복합재로 만든 저장용기가 견딜 수 있는 압력에는 한계가 있다.
더욱 압축된 수소를 저장해 경제성을 도모하려면 탄소섬유를 쓴 저장용기를 써야 한다는 얘기다.
이미 효성첨단소재는 탄소섬유를 활용한 압축천연가스 압력용기 시장점유율 30%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의 도레이첨단소재에 이어 세계 2위다.
압축천연가스보다 더 까다로운 압축수소를 저장하는 압력용기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효성첨단소재가 자체 기술로 탄소섬유 개발과 상업화에 성공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국내에서 유일한 성공 사례이기도 하다.
이미 효성첨단소재는 탄소섬유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내고 있다. 또 급증할 수요에 대응해 공격적으로 증설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탄소섬유가 수소는 물론 다른 분야에서도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가볍고 높은 강도를 지닌 데다 탄성도 좋아 풍력발전, 우주산업, 도심항공모빌리티, 자동차, 스포츠·레저 부문에서도 쓰임새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경제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이상 걸리는 긴 여정인데 수소사회가 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이미 지금 이 순간에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키움증권은 “효성첨단소재가 탄소섬유 플랜트를 100% 가동하고 있지만 제품이 없어서 못 팔고 있는 상황”이라며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사업은 지속적 증설, 내년 이후 항공용 탄소섬유 시황 개선,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수소저장용기 시장 개화 등을 감안하면 내년이나 후년에 본격적 가치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본다.
효성첨단소재는 탄소섬유 생산능력을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다. 올해 초 이사회에서 전주 공장 탄소섬유 생산라인 증설에 470억 원 가량을 투자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증설이 완료되면 탄소섬유 생산능력은 6500톤에서 9천 톤으로 늘어나게 된다.
생산능력이 늘어난 만큼 매출 증가와 더불어 규모의 경제 효과에 따른 마진 개선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