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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왼쪽)과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의 특수선사업부문이 모인 통합특수선회사가 탄생할 수 있을까?
대우조선해양이 특수선사업을 분사하기로 하면서 이를 도화선으로 특수선사업 통합 논의가 불붙었다.
하지만 특수선사업 통합작업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통합하더라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처럼 성장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대우조선해양발 통합특수선사 출범 논의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분야 방산사업 통합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특수선사업부를 분사하기로 결정하면서 정부 주도로 통합특수선회사가 탄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조선업계 협의체인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현재 개별기업을 넘어 조선업 전체 구조조정을 위한 합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14일 맥킨지가 자문사에 선정돼 컨설팅 작업에 착수했다.
맥킨지는 오는 7월 말 1차 컨설팅 결과를 정부에 보고하고 오는 8월12일 최종 보고서를 제출한다. 여기에 특수선사업 통합에 대한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8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특수선사업 통합과 관련해 “현재 컨설팅을 진행 중”이라며 “조선업계에서 글로벌 수급과 적정공급능력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선사업 통합의 출발점은 대우조선해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우조선해양은 자구계획에서 특수선사업 분할매각 방안을 밝혔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특수선사업 분할과 관련해 “이미 분리작업에 착수했다”며 “내년 하반기까지 상장을 포함해 모든 작업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한진중공업은 채권단 자율협약을 맺으면서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일반상선 물량을 집중하고 영도조선소는 특수선 전문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STX조선해양은 법정관리가 결정돼 구조조정이 법원의 손에 달렸다.
특수선사업 통합을 위한 여건이 어느 정도 마련된 셈이다. 통합특수선회사 논의가 가속화하는 이유다. 이전에도 항공 방산분야에서 통합법인 출범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통합특수선회사가 탄생할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 한국항공우주산업처럼 될까
외환위기 당시 정부 주도로 항공산업을 하는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을 통합해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출범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정부의 적극적 기술개발 지원 속에 지난해 매출 2조9천억 원, 영업이익 2857억 원을 올리는 탄탄한 기업이 됐다. 통합특수선회사 출범에 대한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통합특수선회사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성공사례를 따라 조선산업 발전의 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큰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일단 통합특수선회사 출범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당장 특수선사업 통합의 첫 단추가 될 대우조선해양 특수선사업 분할부터 노조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노조는 특수선사업 분할을 회사 경쟁력 훼손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16일 상경투쟁을 벌여 특수선 분할매각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특수선사업 조합원들의 분할매각 반대 서명도 산업은행에 전달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특수선 분할만큼은 기필코 막을 것”이라며 “그것이 대우조선해양이 살고 지역경제와 한국 조선산업이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통합작업 추진이 확정된다 해도 갈 길은 멀다.
부산, 울산, 창원, 거제 등 흩어져있는 설비와 조직을 한데 모으는 작업이 쉽지 않다. 조선사마다 방산사업부문 사업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처럼 특수선 전용도크를 운용하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경우 일찍부터 경남 사천에 항공우주산업단지가 조성돼 삼성, 현대, 대우가 모두 입주해 있었기에 통합이 유리했다. 하지만 통합특수선사는 설비자산을 어떻게 통합할지부터 쉽지 않다.
인력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지금은 정부가 발주하는 동형의 특수선을 여러 조선사가 나눠서 수주하고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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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 |
해군이 도입하고 있는 손원일급 잠수함의 경우 1~3번함과 5번함은 현대중공업이 건조했고 4번함부터 9번함까지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번갈아 건조하고 있다.
이처럼 유사한 선박을 여러 곳에서 건조하다보니 설계와 생산인력이 중복돼 효율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통합특수선회사가 탄생할 경우 잉여인력에 대한 정리해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조선업계에서 최근 인력감축 움직임이 활발한데 특수선 통합은 조선사들이 인력을 줄이는데 좋은 명분이 될 수도 있다. 인수합병시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로 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허용된다. 특수선사업 통합을 인력감축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경우 통합 전 3사의 직원 합계는 3천 명 이상이었다. 하지만 통합 이후 10%가 넘는 인원을 줄여 2006년 2700명 수준까지 인원이 감소했다.
특수선사업을 하는 조선회사들의 이해관계를 뛰어넘기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출범할 때도 정부가 빅딜을 주도했지만 통합법인 탄생까지 1년이 넘는 기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은 통합에 참여하지 않고 빠졌다.
조선회사들의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이 거느리고 있고 STX조선해양은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과 한진중공업은 오너가 있는 기업이다. 조선회사들의 지배구조가 다른 점도 통합의 변수가 될 수 있다.
◆ 무시할 수 없는 방산의 특성
통합특수선회사가 국내 방산사업에서 어느 정도 안정적 실적은 확보하겠지만 성장성을 기대할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통합에 들어가는 진통을 고려할 때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비 가운데 방산기업 매출과 관련이 있는 방위력개선비를 보면 조선분야 통합방산기업의 국내 매출규모를 대략적으로 예상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발표한 2017~2021 국방중기계획에서 전력강화를 위한 방위력개선비용으로 24조1천억 원을 책정했다. 여기에 지상·해상·공중전력이 모두 포함된다.
이 가운데 해상과 상륙전력은 검독수리-B, 울산급 호위함, 3천톤급 잠수함, 중어뢰-II, 대형수송함과 상륙함 등인데 12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5년 평균 연간 2조4천억 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한국항공우주산업 매출 2조9천억 원을 밑돈다.
공교롭게도 해군은 방산비리 합동수사단의 수사를 통해 통영함·소해함,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 잠수함 등 대규모 방산비리가 적발됐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 방산사업 성장이 가능할 정도로 발주를 확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결국 한국항공우주산업처럼 특수선사업도 수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성장전략을 짜야할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조선업계 특수선분야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특수선분야의 정점으로 여겨지는 핵잠수함과 항공모함 등 미래 첨단함정의 경우 우리 군이 도입한 적이 없어 기술과 건조역량이 부족하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항공우주산업도 수출품목인 수리온과 T-50을 개발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국내 조선업계의 특수선분야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할 때 전략적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