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 기자 cyc0111@businesspost.co.kr2022-09-26 13: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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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ESG경영 전도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약속하는 국제클럽) 가입에 앞장서며 환경(E)부문에 집중한데 이어 사회(S)와 지배구조(G)부문에서도 ESG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는 최 회장이 ESG경영 실천을 사회적 책임 이행뿐 아니라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데도 필수적이라고 바라보고 있는데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 ‘ESG경영 전도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동안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RE100에 가입하는 등 E(환경)부문에 집중해 왔는데 S(사회)와 G(지배구조)부문에서도 ESG경영을 실천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2년 8월25일 열린 이천포럼2022 폐막식 마무리세션에 참석해 SK그룹 임직원들과 ESG경영 실천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 < SK >
26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이 이날 개최한 울산포럼을 놓고 지역사회와 소통을 통해 ESG경영에서 S(사회)부문 실천을 강화하려는 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행사라는 시선이 나온다.
SK그룹은 2017년부터 지식경영 및 소통플랫폼을 위해 SK하이닉스의 주력 사업장이 있는 경기 이천에서 이천포럼을 해마다 열고 있다.
최 회장은 SK그룹 사업장이 있는 지역의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의견을 모은다는 취지로 이천포럼 같은 행사를 전국으로 포럼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울산포럼은 그 첫 번째 행사다.
이번 울산포럼에서는 지역사회의 사회적가치 실현과 관련해 '울산 청년 유출 현상 및 이해관계자의 협력 필요성'과 '생존과 성장을 위한 지역기업의 SV 창출' 등이 논의됐다.
또 그린(친환경)성장과 관련해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울산 제조업의 친환경 전환 필요성 및 변화 방향 등이 토의주제로 다뤄졌다.
울산은 SK이노베이션이 1962년 국내 최초 정유공장으로 세운 울산 콤플렉스(울산CLX)가 있는 곳으로 SK그룹은 최근 울산CLX에서 수소생산, 탄소포집사업 등 친환경에너지사업 전환에 힘주고 있다.
이번 울산포럼은 SK그룹 계열사들의 친환경 사업 확장에 지역사회의 이해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경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을 놓고 부지 매입, 용수 사용 등과 관련해 지역내 반발에 애로를 겪었다는 점에서 최 회장은 지역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의 필요성을 더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2017년 이천포럼 출범을 제안하면서 “기업이 서든데스(돌연사)하지 않으려면 기술혁신과 함께 사회경제적 요구를 이해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통찰력을 키우는 토론장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지역사회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으면 기업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그룹 지주사 SK는 20일 3년 만에 오프라인 행사로 개최한 ‘SOVAC(소셜밸류커넥트)2022’에서 지역별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판매하는 자리를 마련하며 제품홍보 및 판로확대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SOVAC는 최 회장의 제안으로 2019년 5월 국내 첫 민간 사회적가치(SV) 축제로 출범했는데 현재 국내 최대 민간 사회적가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또 SK그룹은 2026년까지 비수도권에 위치한 그룹 계열사의 생산시설 증설 등을 위해 67조 원을 투자해 지역 균형발전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로 했다.
최 회장이 SK그룹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으면서도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지지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일하는 것도 엑스포가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국제행사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부산엑스포 유치가 부산경남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은 사외이사에 국내 주요기업 최고 수준의 보수를 지급하면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한층 강화해 G(거버넌스)부문에서 ESG경영에도 힘을 쏟고 있다.
SK는 2022년 상반기 감사위원을 포함한 사외이사 5명에게 5억8200만 원의 보수를 지급해 사외이사 1명에게 평균 1억1640만 원의 보수를 줬다.
SK텔레콤(1억1620만 원), SK이노베이션(1억1620만 원), SK하이닉스(1억800만 원) 등의 주요 계열사도 사외이사 1명에 1억 원이 넘는 보수를 지급하며 이사회에 힘을 실었다.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1억3400만 원)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삼성물산(7020만 원), LG전자(5300만 원), 현대자동차(5267만 원) 등 다른 국내 주요기업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SK는 그룹 계열사 사외이사들이 독립적으로 경영판단을 할 수 있도록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함께 글로벌 경영트렌드를 판단할 수 있는 온라인 세미나를 올해 2월에 개최하기도 했다.
SK그룹은 2021년 말부터 각 그룹 계열사의 이사회가 최고경영진(CEO)의 인사평가를 진행했다. 이 과정 역시 투명하게 진행하기 위해 이사회 구성원의 역량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이사회 역량 현황표(BSM)를 도입하는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 회장은 2021년 10월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화상으로 열린 ‘제3차 거버넌스 스토리 워크숍’에서 “거버넌스 스토리의 핵심은 지배구조 투명성을 시장에 증명해 장기적 신뢰를 이끌어내는 것이다”며 “앞으로 사외이사들이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기업설명회에 참석해 시장과 소통하고 내부 구성원들과도 소통을 많이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동안 탄소중립 실현에 힘쓰며 ESG 가운데 E(환경)부문을 가장 먼저 강조해 왔는데 S(사회)와 G(지배구조)부문에서도 ESG경영 실천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은 2020년 11월 지주사 SK를 포함해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SK브로드밴드, SK아이이티테크놀로지 등 계열사 8곳이 국내 주요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RE100에 가입하기도 했다.
RE100은 글로벌 비영리단체 ‘기후그룹’과 글로벌 환경경영 인증기관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가 추진하는 국제캠페인이다.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 회장은 그룹 계열사들이 수소, 전기차배터리, 전기차충전사업 등의 친환경사업으로 전환하는 데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최 회장은 올해 3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에 “미국을 포함한 세계 친환경사업에 850억 달러(103조 원)를 투자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이렇게 최 회장이 ESG경영을 강화하는 것이 기업 생존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올해 4월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ESG 혁신 성장 특별좌담회’에서 당시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ESG경영은) 돈이 들고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이걸 해야 기업 가치가 달라지고 기회도 선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