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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200일] (3) 권미정 김용균재단 사무처장 "안전문제는 기업오너 책임"

임민규 기자 mklim@businesspost.co.kr 2022-09-22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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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200일] (3) 권미정 김용균재단 사무처장 "안전문제는 기업오너 책임"
▲ 권미정 김용균재단 사무처장이 8월 재단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누군가 대신 해줄 수 없는 징역형 처벌이 기업 오너를 긴장하게 합니다. 벌금은 다시 벌면 그만 아닙니까.”

차분한 어조를 유지하던 권미정 김용균재단 사무처장은 이 부분에서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꼭 필요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은 2018년 12월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고 김용균씨 사망사고를 계기로 2019년 설립됐다. 김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이사장을 포함해 모두 10명의 이사로 구성됐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유가족들을 지원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김용균재단은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의 국회 통과에 크게 이바지했고 이후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운동본부에 참여해 법 제정을 이끌어 내는 데 힘을 보탰다.

중대재해 대응기구에도 힘을 보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더불어 법 개정운동도 추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약한 더위가 잠시 스쳐간 8월 중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위치한 김용균재단 사무실에서 권미정 사무처장을 만났다. 재단의 상근자 3명 가운데 한 명인 권 사무처장은 이날 홀로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중대재해법 200일] (3) 권미정 김용균재단 사무처장 "안전문제는 기업오너 책임"
▲ 김용균재단 사무실은 영등포구 대림동 골목길의 상가 위에 조그맣게 자리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반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법의 효과가 있었다고 보는지.

“사망사고가 별로 감소하지 않은 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를 두고 경영계는 있어봐야 소용도 없는 법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다르게 본다. 기업은 안전보건 체계를 제대로 세우기 이전에 회사 내에 중대재해TF를 꾸리거나 대형 로펌과 연계해 어떻게 하면 이 법의 처벌조항을 피해갈지 방안을 찾았다.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안전 확보의무 이행보다 법망 피하기에 집중하면 사고는 줄어들 수 없다.”

- 그동안 기업들이 보인 대처를 평가해 달라. 

“한 차례 분위기가 바뀌었다. 법 시행 직전에는 첫 번째 사례가 되지 않기 위해 난리가 났다. 그래서 법 시행 처음 일주일 동안 작업 멈추고 휴가를 주기도 하지 않았나. 그러나 마침 선거기간과 맞물렸는데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한 후보’가 법을 바꾸겠다는 신호를 줬고 실제로 정권을 잡게 되자 기업들은 법 개정의 가능성을 보게 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그 뒤로 경총에서 건의서도 제출하며 처음 법 제정 당시 했던 주장을 다시 하고 있다.”

-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안전관리조직도 신설하거나 격상하고 안전최고책임자(CSO)도 임명하는 등 안전관리에 신경 쓰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처벌 면피용이었다고 본다. 안전분야 최고책임자라고 한다면,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작업을 중단하거나 휴게시설 등을 만드는 재정투입에 대한 결정권이 있어야 하는데 없지 않나. 안전관리자에게도 대표이사급의 권한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

어느 건설사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겠다고 관리자들에게 바디캠을 착용시키고 있다. 그런데 이것으로 현장의 작업이 안전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위험한 부분은 없는지 찾고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안전모 잘 쓰고 있는지, 업무시간에 잡담 안 하고 일 열심히 하는지 등을 감시하는 기능으로 쓰고 있다. 노동자 부주의로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지만 전체 중대재해 가운데 그런 케이스가 몇 건이나 되겠나.”

- 기업이 아무리 조치를 잘하고 관리를 열심히 해도 중대재해는 어느 정도 불가항력적인 부분이 있어 회사도 억울할 때가 있다는 항변을 한다.

“그런 사건이 있으면 제시를 해달라. 예시를 준다면 얼마든지 같이 머리를 맞대고 얘기해볼 수 있다. 회사가 아무리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고 항변해도 우리 눈에는 여전히 빈구석들이 보인다. 김용균 사고 때도 회사는 ‘왜 점검구에 몸을 집어넣어서 일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고 했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안다.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에 대한 벌금이 10억 원 이하로 많은 편인데 꼭 징역형이 필요한가.

“기업 오너 입장에서 벌금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여겨진다. 벌금 10억 원 내면 ‘내년에 10억 원 더 벌지 뭐’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교도소에 1년 이상 들어가는 것은 그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것이기에 정말 큰 일로 다가온다. 그래서 단 몇 개월이 되더라도 징역형이 꼭 필요한 것이다.

안전문제는 결국 기업 오너의 책임인식이 없으면 달라지기 어렵다. 회사 내에 TF 만들고 법 개정 청원하는 게 아니라 인식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이 과정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저절로 변화되면 좋겠지만 그건 거의 불가능하기에 강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인신구속의 처벌조항이 기업 오너의 안전문제 인식을 강제로 개선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 ‘기업 오너’라고 말하는데 실제로 처벌받는 사례 보면 대표이사, 즉 전문경영인 아닌가.

“그래서 답답하다. 삼표산업 사고를 봐도 대표이사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오너인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책임을 면했다. 이것도 앞서 말한 권한 문제와 연관돼 있다. 전문경영인이 아무리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도 결국 최종 권한은 오너에게 있는 것이다. 전문경영인은 법보다 오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밑에 있는 사장 아무리 처벌하고 바꿔봐야 소용없다.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오너가 책임을 져야 하고 기업문화도 선도해야 한다.”

- 산업안전보건법이 있는 데 중대재해처벌법이 필요하냐는 주장도 있다.

“그동안 존재했던 산업안전보건법에도 처벌조항이 있었지만 기업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처벌대상자가 대표가 아닌 현장 담당자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처벌받은 사례도 거의 없다.”

- 안전관리감독을 담당하는 공무원까지 처벌하자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이는 중대시민재해와 관련해 고려돼야 하는 부분이다. 무조건 처벌하자는 게 아니다. 2011년 춘천에 자원봉사를 하러 갔던 인하대 학생 10명이 산사태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학생들이 머물던 숙박시설은 애초에 허가되면 안 되는 곳이었다. 유착관계가 있었든 관리 소홀이나 봐주기가 있었든 이런 재해가 발생하면 담당 공무원도 책임을 져야 한다.”

-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는가. 

“우리는 처음 법 제정 당시 5인 미만 사업장이 제외된 것 때문에 이 법을 환영할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다. 아니 환영 여부를 떠나 거부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산업재해의 50% 이상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규모가 작은 곳은 그만큼 시설도 열악하고 투자도 부족하다. 게다가 이런 곳은 ‘가족 같은’ 조직문화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아 산재가 발생해도 누군가 죽지 않으면 신고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누구도 안전에서 배제되면 안 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는데 규모가 작은 곳에서 일한다고 안전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추후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운동을 한다면 5인 미만 사업장을 다시 포함하는 것이 우리의 숙원이 될 것이다.”

- 그 외에 또 개정돼야 할 사항들이 있다면.

“최초 법 제정 당시 반영되지 못한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인과관계 추정 문제다. 이는 한 기업에서 최근 5년 내에 비슷한 사고가 재발됐다면 문제의 원인을 기업으로 전제하자는 것이다. 산재가 발생하면 원인 증명을 피해자가 해야 되는데 대부분의 자료는 기업이 가지고 있고 제공해 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전제가 달라지면 기업이 스스로 책임이 없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

- 박대출 의원이 발의한 개정법률안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제안 이유를 봤는데 말도 안 된다. 억울한 피해자가 있다면 사례를 제시해봐라. 그리고 현재 법에서도 기업이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면 책임을 묻지 않는다.

무엇보다 제대로 적용해보지도 않았다. 최종결과까지 나온 뒤에 그들이 말하는 문제가 실제 발생하는지 지켜보고 개정해도 늦지 않다. 이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려는 상황에 후퇴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는데 옆방에서 김미숙 이사장이 산재 피해 유가족과 면담하고 있었다. 법적인 부분을 포함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은지 알려주고 있다고 한다. 

이후 권 사무처장의 모습을 다시 본 것은 8월23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에서다.
[중대재해법 200일] (3) 권미정 김용균재단 사무처장 "안전문제는 기업오너 책임"
▲ 민주노총, 참여연대, 민변 등이 8월23일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이 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본부는 민주노총,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다시는’, 김용균재단, 정의당 등이 모여 만든 조직이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 현안에 대응하고 법 집행을 모니터링 할뿐만 아니라 정부와 경총의 개정안을 반대하고 모든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도록 개정 운동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동대표단 가운데 한 명인 한상희 참여연대 대표는 발족 선언문에서 “중대재해는 기업의 범죄다. 그러나 기업은 최고안전책임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법망을 빠져나가는 방법을 찾는 데 골몰했다”며 “정부와 경총 등 경제계의 법안 무력화 시도를 저지하고 중대재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임민규 기자
 
[편집자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00일이 지났다. 과연 우리 일터는 더 안전해졌을까.

이 법을 둘러싼 기업과 노동 쪽 불만은 외려 커지고 있었다. 견해차가 워낙 컸고 민감한 현안이라 취재도 쉽지 않았다. 두 달에 걸쳐 최대한 접근해 봤다.

우리 사회 전체가 지혜를 모아야 할 문제임을 다시금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더 이상 일터에서 사람이 죽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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