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2-09-21 17:31:31
확대축소
공유하기
기관투자자는 주식시장의 근간이 되는 기업공개시장을 지배할 뿐 아니라 누구보다 정보를 빠르게 잡아 투자에 활용합니다. 이들은 자금력도 막강합니다. 오늘 나는 이 종목을 사고 이 종목을 팔았는데, 기관투자자들은 어땠을까요. 증시 돋보기가 알려드립니다.
▲ 21일 장중 기관투자자의 순매도 순매수 상위 종목.
[비즈니스포스트] 기관투자자가 한미약품 주식을 많이 순매도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한미약품 치료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내면서 신약 발매시점이 늦춰질 것으로 파악된 영향이다.
반면 LG생활건강 주식은 많이 담았다.
실외 마스크 의무화 완전해제 방안에 대해 검토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화장품 수요증가 기대감에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21일 국내 주식 정규시작(장 마감 뒤 시간외거래 미포함)에서 외국인투자자는 한미약품 주식을 가장 많이 순매도했다.
기관투자자는 한미약품 주식을 220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60억 원어치 주식을 담고 280억 원어치 주식을 던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한미약품 주가는 전날보다 15.54%(4만3500원) 급락한 23만6500원에 장을 닫았다.
전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한미약품 치료제를 향한 부정적인 입장을 발표하면서 한미약품을 향한 기관투자자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으로 분석된다.
FDA는 한미약품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의 효능을 두고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기존 치료제 대비 반응 지속기간이 부족하다는 게 그 이유다.
포지오티닙은 한미약품이 개발한 후 미국제약사 스펙트럼에 기술 수출한 항암제다. 스펙트럼이 지난해 12월 신약시판허가신청서를 FDA에 제출했지만 이번 입장이 나오면서 신속 승인 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FDA 관계자가 포지오티닙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발표하면서 포지오티닙의 신속승인 가능성이 낮아졌다”며 “임상 3상까지 진행한 후 정식 절차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돼 발매 시점을 조절해 신약 가치를 하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기관투자자가 성장 IT기술주에 속하는 네이버와 카카오 주식을 많이 판 점도 눈에 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기관투자자 순매도 상위 3위와 5위를 차지했다.
기관투자자는 네이버 주식을 116억 원 담고 278억 원 던져 전부 163억 원 순매도했다. 카카오 주식은 103억 원어치 사고 235억 원어치 팔아 순매도 규모는 13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국내증시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를 앞둔 긴장감에 하락 마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9월 FOMC에서 가파른 금리인상 카드를 꺼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금리인상에 특히 취약한 성장 기술주의 투자매력도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성장주는 미래에 대한 기대 수익이 현재 주가에 반영된다. 금리가 오르면 현재가치 할인율(미래의 금액을 현재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이 높아져 높은 금리는 일반적으로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 밖에 한화솔루션(-166억 원), 삼성전자(-133억 원)이 기관투자자 순매도 상위 5개 종목 안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기관투자자는 LG생활건강 주식을 많이 샀다.
기관투자자는 LG생활건강주식을 187억 원어치 담고 67억 원 던져 순매수 규모는 120억 원으로 파악됐다.
이날 LG생활건강 주가는 전날보다 2.80%(1만9천 원) 높은 69만8천 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방역 당국이 실외 마스크 의무화 완전해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LG생활건강을 향한 투자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박혜경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방역지원단장은 전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BA.5 변이로 인한 재유행이 정점을 지나고 감염재생산지수도 안정세를 유지함에 따라 마스크 착용 의무 또한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는 중이다”며 “실외는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낮아 가장 먼저 검토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번 의무화 완전해제 방안이 통과되면 코로나19 이후 급감했던 화장품이 수요 회복세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LG생활건강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됐다.
기관투자자는 3분기 좋은 실적이 기대되는 삼성SDI(114억 원), 신세계(109억 원)도 많이 담았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매출이 증가하면서 전망치를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신세계는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널이 고가 해외 의류, 수입화장품 수요 증가에 따라 3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밖에 LG이노텍(108억 원), 호텔신라(79억 원) 등이 기관투자자 순매수 상위 5개 종목 안에 들었다. 정희경 기자
▲ 21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자는 한미약품 주식을 가장 많이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화면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