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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서울이 위험하다](2) 서울 수해 대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려'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2-09-1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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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서울이 위험하다](2) 서울 수해 대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려'
▲ 서울은 지리적 특성상 꾸준히 하천이 넘치는 외수범람으로 고통을 겪었다. 정부의 대대적인 하천정비 등으로 2000년 이후 하전 범람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기후위기에 따른 극한 강수로 광화문과 강남 등이 물이 빠지지 못해 잠기는 내수범람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서울의 수해 예방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기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2022년 8월8일 서울의 도심지 가운데서도 핵심인 강남이 폭우로 물에 잠겼다.

즐비한 빌딩 숲의 화려함 밑에 감춰져 있던 서울의 약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인구 천만의 도시임에도 서울은 여전히 수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서울은 한강을 끼고 있고 40여 개의 지류 하천이 흐르는 물이 많은 도시다. 한강처럼 유량이 풍부한 강이 수도의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도시는 흔치 않다.

그래서 서울에서는 꾸준히 수해가 발생해 왔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역사기록을 살펴보면 정종 이후 450년 동안 오늘날 서울인 한양과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수해는 17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수해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도시를 가로지르거나 인접한 강, 하천 등이 범람하는 ‘외수범람’과 배수 처리능력의 부족에 따른 ‘내수범람’이다. 

산에 둘러싸여 있고 하천이 많은 지리적 특성상 서울을 괴롭혀온 수해는 주로 외수범람이었다.

비가 많이 와서 각 하천에 유량이 많아지면 경사가 바뀌는 지점, 지류와 지류 혹은 지류와 본류가 합류하는 지점 등은 대표적으로 외수범람이 발생하기 쉬운 수해 취약지다.

특히 한양 도성 안은 조선 건국 초부터 북한산과 인왕산에서 흘러든 물로 매년 물난리를 겪었다. 

태종은 도성 안을 가로지르는 자연 하천이었던 청계천을 대대적으로 준설해 인공하천으로 만들어 수해를 방지하고자 했지만 이후에도 도성 내 수해는 이어졌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에도 서울 강북 지역의 중랑천, 홍제천 등이 자주 범람해 서울은 물난리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1980~1990년대 홍제천에 인접한 망원동 일대와 중랑천에 인접한 성수동 일대 등은 상습 침수지역이었다.

용산과 잠실 쪽은 한강 본류의 범람으로 물난리가 잦았다. 1925년의 을축년 대홍수는 잠실 일대의 지형을 바꿔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이밖에 한강 이남의 안양천, 탄천 등도 상습적으로 범람했다.

하지만 서울의 빈번한 하천 범람은 1990년대를 지나며 크게 줄었다.

서울의 과밀화, 여름철 강수량 증가 등이 맞물려 1990년대에 거의 매해 수해가 발생하자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 12월에 수해방지종합대책이 발표된다. 

수해방지종합대책은 2009년까지 10년 동안 24조 원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하고 수해방지를 위한 정부조직 개편, 법령정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천 정비와 관련된 예산 투입도 크게 늘어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의 하천정비사업 예산 추이를 살펴보면 1997년 3305억 원에서 2002년에는 9337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대대적 하천 정비와 함께 빗물펌프장 설치 등 방재작업이 이어진 결과 2000년 이후 하천 범람에 의한 홍수 피해는 점차 줄어들게 됐다.

과거 꾸준히 수해를 입었던 망원동 일대, 성수동 일대는 올해 8월 서울에서 물난리가 났을 때도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그러나 하천의 범람이 줄었다고 서울에서 수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2000년 이후 서울에서는 주요 수해 원인이 내수 범람으로 바뀌었다.

내수 침수의 주요 원인은 높아진 도심의 불투수면 비율이다. 불투수면은 도시의 건물, 포장도로 등 빗물을 흡수하지 못하는 지면을 뜻한다.

환경부의 환경공간정보서비스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서울의 불투수면 비율은 52.26%다. 서울로 내리는 비의 절반 이상이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지면 위에서 흐르게 된다는 의미다.

서울 다음으로 불투수면 비율이 높은 부산이 28.15%라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의 불투수면 비율은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은 셈이다.

지역별로 불투수면 비율을 보면 울산을 제외한 다른 광역시는 20%대이고 울산과 세종 및 경기도, 제주도는 10%대로 조사됐다. 그 외 지방자치단체는 모두 불투수면 비율이 10%를 밑돈다.

서울의 불투수면 비율인 52.26%가 서울 전체의 평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광화문, 강남 등 주요 도심지의 불투수면 비율은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 2000년 이후 서울의 주요 침수지역을 살펴보면 광화문, 강남역 일대 등 주요 도심지가 상습적으로 물에 잠겼다.

2010년 9월에는 광화문 일대와 용산역, 강남역 등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고 2011년의 서울 홍수 때는 서초구, 강남구, 관악구 등 지역이 주로 침수됐다.

특히 2010년 광화문 일대의 침수 피해는 과거 청계천 범람과 달리 도시화에 따른 불투수 면적 비율의 증가, 배수시설의 설계 오류 등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감사원은 2012년 내놓은 ‘도시지역 침수예방 및 복구사업 추진실태에 대한 특정감사’를 통해 “서울시가 전체 공사비 354억5300만 원을 들여 2010년 5월 광화문광장을 준공하는 과정에서 광화문 사거리의 하수도가 C자형으로 설치돼 집중 호우가 내리면 빗물 속도가 느려지면서 침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강수가 특정 지역에 강도 높은 비를 뿌리는 ‘극한 강수’의 빈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도심지의 높은 불투수율은 수해 방지에 더욱 치명적이다.

외수 범람은 비교적 긴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일어나는 현상인 반면 내수 침수는 전체 강수량이 많지 않더라도 순간적으로 특정 지역의 배수량을 초과하는 비가 내리면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불투수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결국 배수처리 시설이 대부분의 빗물 처리를 맡게 되지만 고밀도 개발이 진행되는 지역의 특성상 충분한 배수처리 능력을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다.

실제 강남역과 인근 삼성사옥을 연결하는 지하 하수로가 설치 과정에서 기존 하수로와 간섭을 피하기 위해 역경사로 설치돼 설계된 만큼의 배수처리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이는 강남역이 근래 들어 상습 침수지역이 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자주 거론되기도 대목이다.

수십 년에 걸쳐 서울의 수해 대비 능력은 분명 성장해 왔다.

과거 수백 년 동안 조선왕조를 괴롭혀 온 서울 내 하천 범람이 이제는 보기 어려워졌다는 점은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도시가 변하고 기후도 변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수해가 서울에 피해를 주고 있는 지금, 서울의 수해방지 대책에는 또다시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이상호 기자
[편집자주]

올해 여름, 전 세계는 기후위기를 실감했다.

지구촌 곳곳에는 전례 없이 극단적인 폭염과 가뭄·홍수가 닥쳐왔다. 파키스탄은 국토의 3분의 1이 잠길 정도의 홍수로 국가적 위기에 빠졌다. 유럽은 폭염과 가뭄에 라인강 바닥이 드러났다.

우리 서울은 안녕한가.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이야기로 알고 있었는데 조짐이 좋지 않다. 지난 8월8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덮쳐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매년 찾아오는 장마가 아니었다. 기후위기가 보낸 '낯선 손님'이었다. 

서울의 비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살피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새로운 위기에는 새로운 대처법이 필요하다. 

[기후위기, 서울이 위험하다](1) 245년 강수기록의 경고, '극한 강우'가 찾아왔다
[기후위기, 서울이 위험하다](2) 서울 수해 대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려’
[기후위기, 서울이 위험하다](3) 대심도터널이 만병통치약인가
[기후위기, 서울이 위험하다](4) 서울 수해 대비, 전문가에게 듣는다 - 한무영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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