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론스타 사태 진실, 무엇을 밝혀야 하나'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14일 오전 9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2층 제2소회의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김성주 김종민 박성준 박재호 민병덕 소병철 오기형 이용우 황운하, 정의당 배진교 장혜영,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 현역 의원 13명과 경제민주주의21,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함께 주최한 ‘론스타 사태 진실, 무엇을 밝혀야 하나’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6조 원대 투자자-국가 간 분쟁(ISD)과 관련해 8월 말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판단이 나온 뒤 긴급하게 마련된 토론회로 야당 정무위원회 위원들이 주도했다.
토론회 주최자에 이름을 올린 민주당 의원 10명은 모두 21대 국회 후반기 정무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 정무위 위원은 모두 14명인데 이 가운데 70% 이상이 토론회 공동 주최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단지 이름만 올리지 않았다. 김성주, 민병덕, 오기형, 이용우 의원은 직접 토론회에 참석해 힘을 실었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토론회 주최자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토론회장을 찾았다. 양 의원은 21대 국회 후반기 정무위에서 활동한다.
21대 국회 정무위 위원은 위원장 포함 24명이다. 정무위 위원 절반 가량이 론스타 사태 진상 규명에 힘을 싣겠다고 입을 모은 셈이다.
국회 정무위는 론스타 관련 투자자-국가 간 분쟁을 총괄하는 국무조정실을 비롯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을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다.
정무위 위원 절반이 힘을 실은 토론회인 만큼 토론회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 놓인 110여개 좌석과 30여개 보조의자는 시작 전부터 자리가 모두 차 토론회를 서서 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 정부 측 인사는 보이지 않았다.
정부 측 인사는 국회에서 중요한 토론회가 열리면 보통 참석해 사안의 쟁점과 진행상황 등에 대한 정부 측 의견을 들려준다.
더군다나 상임위원회 위원들이 다수 주최하는 토론회라면 더욱 적극적으로 정부 의견을 펼친다.
이번 토론회 역시 자료집에는 ‘금융위원회 금융분쟁대응팀’과 ‘법무부 국제분쟁대응과’ 인사가 토론자 명단에 포함돼 있었는데 이들은 토론회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이상훈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변호사는 토론 시작 전 “정부 측 인사가 한 명도 오지 않은 것이 굉장히 유감이다”며 “론스타 사태와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의 책임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현재 정부 측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사를 준비한 민병덕 의원실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와 법무부에 공식적으로 담당자의 참석을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대응에 불리하거나 좋지 않을 수 있어 토론회에 직접 가서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론스타 사태 진실, 무엇을 밝혀야 하나' 토론회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날 토론회에서는 예상대로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지난 20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론스타 사태와 관련한 정부 고위관료들의 책임론이 주요 주제로 다뤄졌다.
발제발표를 맡은 전성인 교수는 ‘론스타 탈출 13년사, 모·하·론 동맹 가설’을 주제로 '모피아'(재무부처의 관료를 마피아에 빗대어 부르는 말)와 '하나금융지주', '론스타'의 이해관계를 론스타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 결과를 놓고 보면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고 전제하며 외환은행 투자에서 발을 빼야했던 론스타, 외환은행을 인수해 대형 금융지주로 발돋움을 원한 하나금융지주,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 논란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고자 했던 모피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3천억 원 이상의 배상금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바라봤다.
전 교수는 이 가운데서도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논란에도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고 향후에도 이를 바로 잡지 못한 모피아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바라봤다.
전 교수는 “모피아는 국가의 이해관계와 조직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상황에서 국가의 이해관계를 돌보지 않고 궁극적으로 론스타와 하나금융지주에 이익을 주고 국가에 손해를 야기했다”며 “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덕수 총리는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론스타 법률대리를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지냈고
추경호 부총리와
김주현 위원장은 2011년 론스타가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지분 매각을 협상할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사무처장을 맡았다.
이창용 총재는 2008년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을 때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냈는데 당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
추경호 장관과
김주현 위원장은 최소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공직에서 사임해야 한다”며 “
이창용 총재와
한덕수 총리도 관련된 진상을 소상히 밝히고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지금 이 네 사람을 정리하지 못하면 ‘론스타 내각’이라는 역사의 오명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관료들이 아무런 불이익이나 처벌도 받지 않고 승승장구한다면 과연 젊은 공무원들에게 어떤 신호를 줄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상훈 변호사와 전성인 교수, 박상인 교수뿐 아니라 노주희 민변 국제통상위원회 변호사, 송기호 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 한상범 국제통상연구소 정책위원,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등이 발제자와 토론자로 나섰다.
오랜 기간 시민사회에서 론스타 사태에 문제제기를 해오면서 이른바 ‘론스타 전문가들’로 불리는 이들은 론스타 진실 규명을 위해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상범 국제통상연구소 정책위원은 “론스타 사태의 진실을 밝히고 앞으로 국제분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료를 봐야 하는데 정부는 관련 자료를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시민단체가 자료 공개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건별 소송을 진행해야 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료 공개를 위한 국회의 압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이번 국감에서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할 뜻을 보였다.
오기형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론스타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라며 “초점이 되는 것은 제대로 된 자료 공개로 자료는 숨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국감을 넘어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통해 론스타 사태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배진교 의원은 “론스타 사태의 책임자들은 국무총리 등 현 정부 고위직뿐 아니라 민간인 신분도 많다”며 “이들에게 강제로 물어볼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론스타 청문회와 나아가 국정조사까지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오전 9시30분에 시작해 오후 12시30분이 넘어 끝났다. 3시간이 넘는 긴 토론회였지만 이용우 의원, 오기형 의원, 양정숙 의원 등 몇몇 의원들은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21대 국회 후반기 정무위 위원은 아니지만 오랜 기간 론스타 사태에 문제제기를 해온 배진교 정의당 의원, 기본소득당의 유일한 국회의원인 용혜인 의원도 직접 토론회장을 찾아 론스타 사태 진실 규명을 위한 국회 차원에 노력에 힘쓸 것을 약속했다. 이한재 기자
▲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론스타 사태 진실, 무엇을 밝혀야 하나' 토론회에서 참석 의원들과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