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이 해외 시장에 맞춰 현지에서만 판매하는 해외전략 차종들은 소리없이 세계 곳곳에서 위상을 떨치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 크레타. |
해외를 여행하다보면 익숙한 엠블럼이지만 외모는 낯선 차를 자주 만날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해외 시장에 맞춰 현지에서만 판매하는 해외전략 차종들이 소리없이 세계 곳곳에서 위상을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인기가 높은 인도에서 현지전략 차종을 앞세워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상반기 인도 외형별 판매대수를 살펴보면 SUV가 41%, 해치백이 35%, MPV(다목적 차량) 13%, 세단 11%를 나타냈다.
인도 자동차전문매체 팀-BHP(Team-BHP)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차의 소형SUV 크레타는 인도에서 6만7421대가 팔려 인도 SUV 판매에서 현지 브랜드인 타타자동차 넥슨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현대차 크레타는 신흥국 전략 차종으로 제작돼 2014년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2015년 인도에서 처음 출시된 뒤 약 70개월 만인 지난해 누적 판매 60만 대를 돌파했다. 크레타는 인도 공장뿐 아니라 현대차의 러시아, 브라질, 인도네시아에서도 생산되고 있다.
기아 소형SUV 쏘넷은 상반기 인도에서 4만687대가 판매돼 인도 SUV 베스트셀링카 8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아 쏘넷은 인도 아난타푸르 공장에서 생산되는 인도 전략 차종이다. 2020년 하반기에 출시됐으며 출시 2년도 안돼 누적판매 15만 대를 넘어섰다.
이런 해외전략차종의 활약에 힘입어 현대차와 기아는 인도 SUV 판매 차종 10위권에 인도 현지 브랜드인 타타와 마힌드라, 마루티를 모두 제치고 가장 많은 4개 차종의 이름을 올렸다. 크레타와 쏘넷 외에도 현대차 베뉴가 4위, 기아 셀토스가 6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2019년 3세대 모델을 끝으로 단종된 카렌스는 올해 인도에서 풀체인지를 거친 4세대 모델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7인승 MPV(다목적 차량)으로 새로 태어난 카렌스는 올해 1월부터 인도에서 판매를 시작해 올 상반기 3만953대가 판매돼 인도 MPV 판매량 3위에 올랐다.
중남미에서도 현대차그룹의 해외전략차종이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조사기관 포커스투무브(Focus2Move)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중남미 자동차 판매에서 현대차그룹은 인도에서도 이름을 올린 현대차 크레타가 4위(1만9233대), 현대차 HB20이 6위1만8881대), 기아 리오가 10위(1만6782대)를 차지했다. 해당 통계는 모두 41개국을 대상으로 하지만 브라질과 멕시코, 아르헨티나에서의 판매량이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현대차 HB20은 브라질 국민차 자리를 넘보고 있다. HB20은 현대브라질20의 약자다.
브라질 자동차딜러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HB20은 브라질에서 1만8761대가 판매되며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꿰찼다.
소형 해치백 HB20은 상파울루에 위치한 브라질 공장에서 전량 생산하고 있는 브라질 전략 차종이다. 2012년 처음 판매되기 시작해 2019년 완전변경을 거쳐 2세대 모델을 선보였다. 지난해와 2019년 HB20은 2년 연속 브라질 판매량 2위에 올랐으며 지난달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공개하고 올해 판매 1위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기아 소형 세단 리오는 멕시코에서 올해 1~4월 1만5952대가 팔려 3위를 차지했다. 리오는 한 때 국내 국민 소형차였던 프라이드의 4세대 모델이다.
현재 해외 전략 모델로 해외로만 판매되는데 남미 뿐 아니라 유럽과 북미, 아프리카, 동남아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올 상반기 1만6599대가 판매되며 소형 세단 판매 19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유럽에서 올해 상반기 현지 준중형SUV 판매 순위에서 1, 2위를 차지한 투싼(7만7459 대), 스포티지(6만7490 대)보다 더 많이 팔린 해치백 현지 전략 차종을 보유하고 있다.
바로 기아 준중형 해치백 씨드로 슈팅브레이크 모델인 프로씨드와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 차량)모델 엑씨드 등 파생모델을 합쳐 유럽에서 올해 1~7월 모두 9만120대가 판매됐다.
씨드는 2006년 처음 출시된 유럽 전략 차종으로 기아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전량 생산하고 있다. 2012년과 2018년 완전변경을 거쳐 현재 3세대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해외전략차종은 대부분 현지에서 생산한다. 인도와 남미 등 신흥시장에서는 작고 저렴한 차량을 선호하는 데 맞춘 차량들이, 유럽에서는 해치백과 왜건 선호에 맞춘 씨드가 현지 시장 전략에 앞장서고 있다.
반면 북미에서는 픽업트럭과 풀사이즈SUV 등 큰차를 선호하는 추세에 맞춰 기아 대형SUV 텔루라이드를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텔루라이드는 올 상반기 미국에서 2만4817대가 팔려 대형SUV 판매 4위에 올랐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