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서는 서울 성수동 서울숲 인근에 위치한 갤러리아포레 아파트의 주차장 사진이 화제가 됐다.
▲ 아파트 주거품질에서 넉넉한 주차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성수동 갤러리아포레도 주차장이 여유있는 곳이다.
‘주차 두 칸씩 써도 되는 아파트’라는 제목의 글에는 실제 많은 차량들이 주차장 두 자리 중앙에 주차를 한 모습이 찍힌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26일 건설업계 안팎에 따르면 아파트 주차시비로 이웃끼리 흉기를 휘두르고 법정 다툼까지 벌어지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는 등 주차갈등이 점점 심해지면서 아파트 주거품질 부분에서 ‘넉넉한 주차장’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최근 차들이 대형화되고 가족차, 캠핑카 등 ‘세컨카’, ‘써드카’를 보유한 가구가 늘어나면서 세대당 주차대수를 늘린다던지 이런 부분이 상품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특히 시장의 고급화 요구로 하이엔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건설사들도 주차공간에 신경을 많이 쓰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 청담동 SM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센터 부지에 들어설 한 초고가 아파트가 세대당 3대까지 주차할 수 있는 지하 주차장과 별도로 집 안에 차량을 2~4대까지 주차할 수 있는 ‘스카이가라지’ 설계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꼭 최근이 아니더라도 건설사들이 ‘하이엔드’, 즉 고품질의 주거를 내걸고 공급한 고가 아파트들은 주차공간부터 차별화해 왔다.
서울 성수동 서울숲 인근에 위치한 갤러리아포레는 2개 동, 230세대 아파트지만 단지의 총 주차면 수는 1504개에 이른다.
한 세대당 주차대수가 6.53대다.
갤러리아포레는 세대마다 지정된 주차공간과 공용공간을 함께 병용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사진처럼 차 한 대가 두 칸을 차지해도 세대지정 주차공간이라면 이웃끼리 싸움이 날 일도 없는 셈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고가 아파트 파르크한남도 17세대가 주차면 100개를 쓴다. 세대마다 차를 5~6대 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갤러리아포레와 파르크한남이 각각 전용면적 231.99㎡(70평), 281.9㎡(85평)부터 시작하는 대형 평형으로 구성된 아파트라는 점도 주차공간이 유독 크게 설계된 것과 연결돼 있다.
아파트 등 주택의 주차장 설치에 관해 규정한 대통령령 주택건설기준 제27조를 보면 주택단지에는 주택 전용면적의 합계를 기준으로 면적당 주차대수를 비율로 산정해 그 이상의 주차장을 설치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세대당 주차대수가 1대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하는데 세대 전용면적이 60㎡ 이하면 0.7대만 되도 법정기준을 채운다.
또 아파트 법정 주차대수는 지역별로도 차량보유율 등을 고려해 설치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는 전용면적 85㎡ 이하 평형 아파트는 전체 전용면적 합계에서 75㎡당 주차대수 1대씩을 확보해야 한다. 전용면적이 85㎡ 이상 세대로 구성된 아파트면 전체 세대면적에서 65㎡당 1대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법적으로도 넓은 평형 아파트일수록 주차공간도 더 넓게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이를테면 갤러리아포레와 같은 서울 성수동 서울숲 인근 하이엔드 아파트 트리마제는 세대당 주차대수가 1.62대다.
트리마제는 292.31㎡(88평)이 제일 큰 평형으로 대형 평형으로만 구성된 갤러리아포레와 달리 39.18㎡(11평)부터 20평대, 30평대 등 비교적 작은 평형도 있다.
국토교통부가 16일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 안건 보고서를 살펴보면 주거불편 문제 관련 설문조사에서 주차장 부족(21%)이 층간소음(48.5%)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 공동주택의 세대수 대비 주차면수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계속 0.9대 수준에 머물러있다.
전체 수치로는 한 가구당 자동차 한 대 주차자리도 확보되지 않는 셈이다.
최근 서울의 신축 아파트들도 세대당 주차대수가 보통 1.1~1.3대 정도로 파악된다. 세대당 주차대수가 1.5대, 1.6대 수준만 되도 주차장이 ‘잘 빠진’ 단지로 평가된다.
2022년 2분기 기준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2521만5692대로 지난 1분기보다 0.6% 증가했다. 행정안전부의 국내 인구수 통계를 보면 올해 6월 기준 인구수는 5157만8178명이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한국은 현재 국민 2명 가운데 한 명은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 전체 아파트 세대수와 등록된 차량대수를 비교하면 세대당 보유차량 대수는 2.5대 정도로 추산된다.
아파트 주차자리가 부족한 단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
8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파트 주차장에 '임의로 옮기면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경고문구를 붙인 킥보드를 세워 주차 자리를 맡아둔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킥보드 주차’의 당사자는 야간근무 뒤 퇴근하면 항상 주차자리가 없어 큰 스트레스를 겪다 이런 방법을 동원했다며 오히려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아파트는 세대당 주차대수가 1.77대에 이르는 데도 전체 세대의 보유차량대수가 주차면과 비교해 200대가량 초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덩치가 큰 중형 승합차 주차제한 문제로 주민들 사이에서 소송전이 벌어졌고 경기 부천시에서는 아파트 주차시비로 이웃주민에게 욕설을 한 60대 여성이 입건됐다.
이 밖에도 주차자리 부족에 따른 이중주차, 불법주차 문제와 세대당 추가주차 주차비 분쟁까지 아파트 주차와 관련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아파트 등 주택의 세대당 주차대수에 관한 규정은 1996년에 개정된 것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토부는 8·16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주차공간이 여유로운 고품질 주택 공급을 위해 법정 기준 이상의 주차면수와 주차 폭을 확보하면 설치에 드는 추가비용을 분양가에 가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