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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아가씨', 나홍진 '곡성' 흥행을 못 넘는 까닭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06-10 18: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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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욱 '아가씨', 나홍진 '곡성' 흥행을 못 넘는 까닭  
▲ 영화 '곡성' 스틸이미지.

‘언캐니(uncanny).’

기괴하고 낯선 감정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상적 의식의 이면에 감춰진 무의식의 한 장면과 마주할 때 생겨나며 이는 대체로 공포감, 적어도 두려운 감정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몇 마디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비롯돼 영화나 문학과 같은, 특히 현대예술 텍스트 분석에서 중요한 미학적 개념이기도 하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과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관객들에게 언캐니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다. 기괴하고 낯선 장면(혹은 서사)에 마주하게 함으로써 긴장과 공포를 맛보게 한다.

두 영화 모두 올해 상반기 극장가에서 ‘웰 메이드’ 상업영화로 평가받으며 관객들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예술성과 흥행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비교적 성공한 셈이다. 

아가씨는 개봉 첫주 관객몰이에 성공했으나 2주차에 접어들면서 ‘정글북', '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 등 신작 외화들의 개봉에 밀려 영화 주요 예매사이트에서 눈에 띄게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9일 기준 250만 여 관객을 끌어모았고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곡성은 아가씨보다 보름가량 앞서 개봉해 한달 동안 꾸준히 관객을 모으며 9일 650만 명을 넘어섰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아가씨는 곡성의 흥행은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왜 그럴까?

아가씨는 19세 관람불가 판정을 받아 15세 관람 판정을 받은 곡성에 비해 애초부터 흥행면에서 불리했다. 영화의 성공을 관객수만 놓고 절대비교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두 작품 모두 칸 국제영화제에서 수상과 무관하게 나란히 호평을 받았다. 또 국내에서도 많은 관객들이 이미 영화를 본 만큼 별점은 취향 따라 매기면 그만이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의 모호한 결말에 대해 “관객들이 알아서 해석할 일”이라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에 대해 호불호가 엇갈린다는 반응에 “그래도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언캐니 개념과 관련지어 보면 곡성과 아가씨는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장면을 선사한 것임에 틀림없다. 곡성은 작은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낯설고 기괴한 사건들의 연속을 다뤘다.

퍼붓는 빗속에서 온가족이 무참하게 살해당한 초반부 장면부터 정체도 근본도 알 수 없는 일본인, 머리를 올백으로 넘겨 조폭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 무당, 시골마을에서 심심치 않게 만나는 흰 소복의 정신나간 여자(혹은 귀신), 무언가에 들씌워 식탐과 욕설을 마다 않는 어린 소녀에 이르기까지 기괴하고 낯설기 이를 데 없다. 심지어 숲속과 꿈속에 출현하는 산자인지 죽은자인지 분간조차 가지 않는 좀비의 등장이란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박찬욱 '아가씨', 나홍진 '곡성' 흥행을 못 넘는 까닭  
▲ 영화 '아가씨' 스틸이미지.
아가씨 역시 언캐니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마찬가지다. 일제 강점기가 배경이지만 아가씨(김민희)가 거주하는 저택이나 입고 있는 의상, 분장에 이르기까지 현실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가씨를 속이려는 사기꾼(하정우), 하녀(김태리) 등의 등장도 예사롭지 않은 이야기가 펼쳐질 것을 예감하게 한다. 3부작 형식의 영화에서 반전의 하이라이트는 물론 동성애일 것이다. 일상적 표면 아래 감춰진 무의식을 극대화한 상징적 코드인 셈이다.

두 편의 영화는 각각 보는 재미가 다르다. 해석의 여지도 풍부하다. 다만 관객의 반응을 기준으로 곡성이 아가씨보다 상업적으로 좀 더 영리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언캐니의 감정을 상쇄하는 장치로 부성애를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부성애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감성이다.

다소 게으르고 무능해보이기까지 했던 아버지가 악령에 들린 딸을 구해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과정은 소재와 줄거리에 이질감을 느낀 관객이라도 충분히 공감하고 납득한 만한 요소다.

반면 아가씨는 감독의 뛰어난 미장센과 배우들의 매력적인 연기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공감을 얻어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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