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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경제 컨트롤타워' 청와대 서별관회의 사라질까

김재창 기자 changs@businesspost.co.kr 2016-06-08 15: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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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서별관회의’는 특이한 비공개 경제정책 협의회다.

청와대 경제수석,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등 이른바 실세들이 참석하지만 법적 근거없는 회의체여서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다.

  '유령 경제 컨트롤타워' 청와대 서별관회의 사라질까  
▲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부실과 관련해 중요한 의사결정이 모두 서별관회의에서 내려졌다고 폭로하면서 서별관회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이뤄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 2천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과 관련해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금융당국이 결정한 것”이라며 “애초부터 시장원리가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었으며 산업은행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주장했다.

서별관회의가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컨트롤타워’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를 수면 위로 공론화한 것은 홍 전 회장이 사실상 처음이다.

그는 “채권단에 전적으로 맡겼으면 지금과 같은 사태가 없었을 텐데 당국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했다”며 “이를 따르지 않으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압력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서별관회의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처음 시작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통상 정책부터 이란 금융제재,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대책까지 다뤄졌다.

서별관회의는 청와대 서쪽 별관에서 열려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이명박 정부 시절 정례화됐다.  참석자들이 도시락을 먹으면서 회의를 해 ‘도시락회의’로도 불렸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존치 논란이 있었지만 중요 사안이 있을 때마다 일요일에 여는 것으로 유지됐다.

서별관회의는 경제 분야 최고위급 회의인데도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가 앞선다는 지적을 받는다.

실업과 경기후퇴 등을 우려해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서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국책은행들을 동원해 자율 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이나 워크아웃(기업 재무개선작업)으로 시간을 버는 데 급급하다 보니 번번이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일쑤였다.

한 전직 경제관료는 "수술이 필요한 응급환자에게 진통제 처방만 해왔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

경제수석과 경제부총리 등 ‘힘있는’ 사람들과 회의를 하니 산업은행 회장들의 얘기는 뒷전으로 밀릴 때가 많았다. 일부에서 “서별관회의에서 산은 회장들은 린치를 당한다”는 말까지 흘러 나오기도 했다.

서별관회의는 ‘밀실’에서 운영되는 데다 법적 근거가 없는 회의체여서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다. 고위 정책 당국자들이 책임 회피 목적으로 서별관회의를 이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2013년 동양그룹이 기업어음(CP)을 무더기로 발행해 개인채권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었던 '동양사태' 당시 서별관회의에서 '동양그룹 봐주기' 대책을 논의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STX조선해양은 4조5천억원을 지원받고도 회생에 실패해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했는데 STX조선해양에 대한 처리 방안이 결정된 것도 서별관회의였다.

임시방편으로 덮어놓은 문제들은 상당 부분 정권 후반부에 가서 본격적으로 불거져 나왔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완화는 이명박 정부에서 터졌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부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집권 4년차에야 손을 댔다. 이 때문에 총 30여 개의 저축은행이 문을 닫았다.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조선업 불황이 장기화되고 업황 전망도 불투명했지만 대량실업과 경기침체를 우려해 구조조정을 미뤄왔다.

  '유령 경제 컨트롤타워' 청와대 서별관회의 사라질까  
▲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집권 후반기에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면 관료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조선업과 해운업 구조조정을 하는데 일부를 제외하고는 장차관급 관료들이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서별관회의 방식으로는 구조조정에 성공할 수 없다”며 “민간 전문가와 정부,채권단, 업계 쪽에서 사람을 모아 컨트롤 타워를 새로 구성하고 이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서별관회의의 구조조정은 폭탄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꼴”이라며 “기업 구조조정은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를 것은 자르며 피를 묻힌다는 자세로 명확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새로운 구조조정 컨트롤타워와 관련해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신설해 운영하기로 했다. 부처 간 논의를 통해 현안 기업의 구조조정을 넘어 산업 차원의 구조개편을 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 합동 구조조정 추진 계획 브리핑을 열고 이렇게 밝혔다. 현재 차관급 협의체를 부총리가 주재하는 장관회의로 격상하는 것이다.

최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지적과 함께 서별관회의에서 이뤄지는 ‘밀실논의’에 대한 비판이 일자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의체는 2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되는데 경제부총리가 주재하고 산업부, 고용부 장관 및 금융위원장이 상임위원으로 참여한다.  안건에 따라 관계부처 장관 또는 금융감독원장과 같은 기관장들이 참여하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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