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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우리은행 직원 횡령사건, 미흡한 내부통제 문제에서 시작됐다

조윤호 기자 uknow@businesspost.co.kr 2022-07-28 14: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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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일반적으로 은행은 하루 업무를 마친 뒤 철저한 결산 절차를 밟는다. 

외부로 연결된 문은 모두 닫혔지만 은행 내부에서는 모든 직원이 남아 입출금 내역과 금액이 정확히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퇴근을 못 할 정도로 엄밀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자의눈] 우리은행 직원 횡령사건, 미흡한 내부통제 문제에서 시작됐다
▲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사건을 조사한 결과 일개 직원이 회사직인을 도용하고 1년 동안 버젓이 무단결근을 했는데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일이 일어났다. 사진은 서울시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앞. <비즈니스포스트>

고객들이 은행에 자신의 돈을 맡기는 이유다. 철저한 검토 등 내부통제를 통해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할 것으로 믿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사건을 조사한 결과 일개 직원이 회사직인을 도용하고 1년 동안 버젓이 무단결근을 했는데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다.  

금감원은 26일 우리은행 본점 직원이 2016년부터 8년 동안 약 700억 원 규모의 횡령을 저지른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 직원은 횡령 범행을 저지르면서 부서장과 은행장의 직인을 도용해 주식 등을 빼돌렸으며 파견이라고 속이고 약 1년 동안 무단결근을 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러한 범죄가 일어나는 동안 이상징후를 조금도 파악해 내지 못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범행 직원이 10년 동안이나 같은 부서에서 일한 점이 내부통제 미흡의 하나로 꼽힌다.

한 부서에서 너무 오래 일하게 되면 거래처와 유착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2~3년마다 부서를 옮기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 조직운영 방식이다. 특히 많은 자금을 다루게 되는 은행 조직은 이러한 순환근무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더 심각한 부분은 그 오랜 기간 이 직원을 명령 휴가 대상에 넣지 않았다는 것이다. 

명령 휴가란 사고 위험이 있는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에 의무휴가를 준 뒤 직무 사실을 검사하는 제도를 말한다. 2014년부터 은행에 의무화됐다. 

횡령 과정에서는 부서장과 은행장의 직인이 손쉽게 도용되기도 했다. 

보통 금융업계에서는 통장 관리와 직인 관리를 분리하는 데 우리은행 범행 직원은 통장과 직인을 모두 관리해 왔다. 이에 정식 결제도 없이 직인을 도용해서 쉽게 횡령할 수 있었다.

그토록 철저한 관리로 고객의 신뢰를 쌓아온 은행에서 8년 동안이나 700억 원의 횡령이 벌어지도록 알지 못했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횡령 사건 징계는 현재 금감원 조사사항으로 넘어가 금감원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며 “내부 진단과 준법조직 강화로 내부통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 횡령 사건과 관련해 경영진에게도 관리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은행·중소금융 담당 부원장은 26일 브리핑을 통해 “횡령 사건은 내부통제가 효과적으로 작용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며 “우리은행 횡령 사건을 들여다보니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있게 말할 수 있으며 책임을 물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제재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관련자는 직접 라인에 있는 담당 팀장, 부장, 임원과 최종적으로는 은행장과 회장까지도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에 검사 출신 원장이 취임한 만큼 일벌백계로 강도 높은 제재가 나올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하며 “금융기관의 건전성 제고를 통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은 감독기구 본연의 역할이다”며 “금융시장의 안정을 지키는 역할에 부족함이 없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미흡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리은행은 2019년에도 내부통제 미흡 논란을 겪었다. 

당시 파생결합펀드를 고객들에게 판매하며 그 펀드의 위험성을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고 결국 손실이 나와 4천억 원 규모의 고객 피해가 발생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책임을 물었다.

열 사람이 도둑하나 못지킨다는 말이 있다. 작정하고 치밀하게 준비한 도둑질을 당해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은행은 이런 말로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

모든 직원이 퇴근하지 못하면서 1원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았던 신뢰를 지켜온 곳이기 때문이다. 그 신뢰에 고객들도 마음놓고 자신의 돈을 맡길 수 있었다. 신뢰가 무너지면 은행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조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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