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가 7월22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창립 62주년 기념식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노조> |
[비즈니스포스트] “참 좋은 날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창립 62주년 축하영상 속의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첫 마디를 이렇게 뗐다. 이날 금융노조 창립 행사자체도 꼭 배 의원의 이 말 같았다.
2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에 있는 프레지던트호텔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창립 제62년 기념식과 제19회 금융인문화제 시상식이 열렸다.
먼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금융인문화제 시상식이 진행됐다. 축하와 격려의 말들이 시상자와 수상자 사이 오고 갔다.
금융인문화제는 금융산업에 몸을 담고 있는 노동자들이 직접 창작한 문학, 미술 분야의 예술작품들을 심사해 부문별 최고작을 가리는 행사다.
독재정권의 관제문화를 거부하고 자주적 문화운동을 고양한다는 취지에서 1985년 처음 시작돼 금융인 사이 권위 있는 문화제로 자리매김했다.
시상식이 끝나고 외부인사의 축사와 내부인사의 기념사가 시작되자 행사장 분위기는 달라졌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가시고 엄숙한 공기가 그 자리를 채웠다.
금융노조 창립 62돌을 기념하고 금융인문화제 수상자들의 영광을 기리는 좋은 날이지만 이런 날에도 윤석열 정부 들어 추진되고 있는 산업은행 지방 이전 등 문제와 몇 달째 미뤄지고 있는 산별 교섭 문제 등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념사를 맡은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관치금융이 되살아났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경제위기 때 소방수 역할을 하는 국책은행들을 아무런 근거도, 그 효과에 대한 검증도 없이 지방으로 이전시키려 한다”며 “관치금융이 사실상 부활했고 금산분리 원칙마저 곧 허물 기세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현재 산업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의 지방 이전 정책을 두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박 위원장은 금융노조가 9월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도 재차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4월19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산별중앙교섭을 벌이고 있으나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9월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는 임금 인상률 등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7.2% 인상을, 사용자협의회는 0.9% 인상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금융권은 2010년부터 산별교섭을 진행해 임금 및 근로 조건을 결정하고 이를 산업 전체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임금 및 단체협약을 진행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그 어느 때보다 금융노조에 많은 현안이 산적해 있다”며 “많은 시련과 난관이 도사리고 있지만 결코 넘어지거나 좌절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도 정부 비판을 주저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렇게 기쁜 날이지만 금융노조와 노동운동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며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산업은행 지방 이전을 강압적으로 밀어붙이고 공공부문을 향한 악의적 공격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라는 해괴한 기구를 만들어서 노동자의 심장인 임금과 근로시간 흔들기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나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정도를 빼놓고 행사장에 참석한 외부인사나 축하영상 속에 등장한 의원들이 모두 야당 인사라는 점도 금융노조가 윤석열 정부에 얼마나 반감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듯했다.
당초 이날 행사에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김주영 이수진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의원 등이 참석해 축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여야가 이날 오전 후반기 국회 원구성에 합의한 데 따라 우상호 의원만 행사에 참석했다.
김주영 더불어 민주당 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축하영상으로 축사를 대신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영상을 통해 금융노조 창립 62돌을 축하했다. 이 장관은 대학 졸업 뒤 약 30년 동안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몸담으며 사무처장까지 지낸 노동 전문가다.
행사는 2016년 박근혜 정권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시도했을 때 회사와 물리적 충돌 과정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이를 빌미로 얼마 전 해고된 금융노조 전직 임원들의 복직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낭독하며 마무리됐다.
금융노조는 결의문을 통해 “금융노조가 설립된 지 62년이 지났고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발전했다”며 “그러나 정권과 사용자들의 노동권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참혹한 수준이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금융노조 제62주년 창립기념식 참석자들은 금융노조 전직 간부들에 대한 금융 사용자들의 부당한 해고를 강력 규탄하고 이들의 즉각적인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원직복직이 관철될 때까지 한마음 한 뜻으로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고 덧붙였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