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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병용(현 롯데물산 대표) 롯데마트 전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던 중 환경운동연합의 기습 퍼포먼스로 눈 스프레이를 맞고 있다. |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가 롯데그룹에 몸담은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노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책임자를 구속해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 대표는 롯데그룹 내 최고참 경영인이자 유통 전문가로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번 가습기 살균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이런 위상에도 금이 가게 생겼다.
◆ 노병용, 가습기 살균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2일 노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노 대표는 검찰청사에 들어가기 전 “롯데마트에서 판매한 제품으로 피해를 본 가족 및 유가족 여러분께 어떻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할지 참으로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조사에 성실하게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2006년1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유해성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함유한 가습기 살균제 ‘와이즐렉’을 판매했다. 와이즐렉은 41명의 피해자를 냈고 이 가운데 16명이 사망했다.
노 대표는 2004∼2010년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업무를 총괄했다. 2010년 2월부터 롯데마트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이 제품의 판매와 광고 등 주요 업무의 최종 의사결정권을 행사했다.
검찰은 이번 조사를 통해 노 대표가 제품의 유해성을 알고도 은폐했는지 여부와 생산주체가 정확히 누구였는지 등을 확인하는 데 주력한다.
롯데마트는 안전성 검사를 포함해 제품 개발·제조 등 업무 일체를 미국계 자체브랜드(PB) 전문 컨설팅사인데이먼에 맡겼기 때문에 책임소재가 데이먼측에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하지만 노 대표를 포함해 당시 관련 업무를 담당한 롯데마트측 관계자들도 안전성 검사를 소홀히 한 과실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검찰은 제품 출시 당시 최고경영자였던 이철우 전 롯데마트 대표도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세부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습기 살균제피해자모임은 이날 검찰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가습기살균제 책임자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롯데그룹 최고참 전문경영인 위상에 금가나
노 대표는 롯데그룹에 오래 몸담은 최고참 전문경영인으로 롯데백화점부터 롯데마트까지 유통부문에서만 3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유통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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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 |
그는 롯데마트에 재직할 당시 가성비를 앞세운 ‘통큰’,‘손큰’ 브랜드 제품을 출시했고 코스트코와 유사한 한국형 회원제 할인점인 ‘빅마켓’을 선보이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은 2014년 제2롯데월드몰이 안전성 문제로 논란이 되자 그를 롯데물산 사장에 임명하며 그룹의 위기를 해결할 적임자로 내세웠다.
노 대표는 롯데물산 사장에 임명된 뒤 제2롯데월드몰의 관리 운영뿐 아니라 80여개 계열사 사장의 리더로서 신 회장을 보좌하고 있다.
그는 이인원 부회장,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사장과 함께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노 대표는 롯데마트를 이끌며 전자가판장 사업인 ‘디지털파크’에서 실패를 경험한 것 외에는 특별한 오점을 남긴 적이 없다.
하지만 노 대표에게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책임이 있다고 밝혀질 경우 화려한 이력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노 대표가 재직했을 당시 벌어진 사건이고 사망자까지 발생한 위중한 사안”이라며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전문경영인 이미지에 큰 타격이 불가피한데 구속수사까지 받게 될 경우 그룹에서 이전과 같은 위상을 차지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조사결과에 따라 노 대표가 구속수사를 받게 될 경우 롯데월드타워 공사에 차질이 빚어지질 가능성도 있다. 롯데월드타워는 오는 12월22일 완공을 앞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월드타워 공사는 롯데물산을 맡고 있는 노 대표가 진두지휘하고 있다”며 “완공까지 노 대표가 직접 챙겨야할 사안이 많을 시긴데 경영공백이 생길 경우 롯데월드타워 공사 일정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