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바이든 정부가 중국 반도체 파운드리업계를 직접적으로 겨냥해 14나노 이하 미세공정 시스템반도체를 사실상 생산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도 높은 추가 제재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14나노 이하 파운드리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가 미국의 중국 반도체산업 규제 강화에 반사이익을 봐 파운드리 고객사 기반을 확대할 기회를 노릴 수 있다.
11일 로이터 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중국 SMIC를 대상으로 하는 반도체장비 공급 규제를 강화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SMIC는 이미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놓여 미국 등에서 생산되는 일부 반도체 생산장비를 사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바이든 정부는 이런 규제를 더 강화해 14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에 쓰일 수 있는 반도체장비를 중국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미국 정부가 한국과 일본, 네덜란드 등 국가의 반도체장비 생산기업도 해당 규제에 동참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쉽지 않은 과제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칼날이 직접적으로 14나노 이하 파운드리 공정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은 중국의 시스템반도체 기술력을 그만큼 견제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SMIC는 2019년부터 14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2015년부터 14나노 양산체계를 구축한 삼성전자와 비교해 4년 이상 뒤처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SMIC가 중국 정부의 지원과 내수시장의 강력한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세를 이어가자 미국 정부가 이를 지켜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가 14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제재 대상을 지정한 만큼 SMIC 이외에 화훙반도체 등 다른 현지 파운드리업체도 규제 영향권에 놓일 공산이 크다.
중국에서 파운드리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세계 1위 파운드리업체 대만 TSMC도 현지에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일이 어려워질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 반사이익을 봐 반도체 파운드리사업에서 반사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삼성전자는 28나노급 이상의 레거시(구형) 파운드리사업 비중이 큰 TSMC나 SMIC 등 경쟁사와 달리 14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기업이 미국 규제로 14나노 이하 반도체 생산라인을 신설하기 어려워진다면 자연히 삼성전자가 고객사 주문을 대신 수주하며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 반도체공장에서 14나노 공정 기반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고 있으며 한국 반도체공장에도 대부분 14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14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는 주로 스마트폰과 PC용 프로세서, 서버용 반도체 등에 주로 쓰이기 때문에 중국 이외에도 전 세계 반도체 설계기업들의 위탁생산 수요가 많은 분야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설계기업들이 받을 수 있는 잠재적 타격을 고려하면서도 규제 도입을 강행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충분히 SMIC의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반도체산업을 향한 바이든 정부의 규제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공산이 크다. 미국 정치권에서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중국 반도체장비 수출 규제를 메모리반도체까지 확대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중국에서 D램 및 낸드플래시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한국 반도체기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의 규제 정책이 우선 중국 반도체 파운드리사업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만큼 현재로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으로 파악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14나노 이상의 레거시 공정을 활용하는 중국 반도체공장에 장비 공급은 계속 허용하는 방침을 고려하고 있다.
전력반도체 등 레거시 공정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가 세계 전자제품 및 자동차 생산 차질로 이어지는 일을 재현하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이런 환경에 대응해 레거시 공정 반도체에 생산 투자 역량을 집중한다면 TSMC는 중국 경쟁사들과 고객사 공급 물량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최대 경쟁사인 TSMC보다 실적 방어 및 시장 점유율 확보에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로이터는 “바이든 정부는 중국 반도체 규제가 미국의 국가경쟁력 및 안보를 지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이는 지난해 12월부터 꾸준히 논의되어 오던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