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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시대, 기업들은 왜 여전히 오피스빌딩 매입하고 신사옥 지을까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2022-07-08 17: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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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시대, 기업들은 왜 여전히 오피스빌딩 매입하고 신사옥 지을까
▲ 네이버 제2사옥 1784 모습. <네이버>
[비즈니스포스트] SK그룹이 친환경사업 관련 계열사 6곳이 입주해있는 서울 종로구 종각역 종로타워를 아예 인수한다고 한다. 

종로타워 가격은 6천억~7천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네이버는 성남 분당 본사 그린팩토리 바로 옆에 제2사옥을 세웠다. '1784'라는 이름을 붙인 네이버 제2사옥은 올해 완공돼 현재 입주를 진행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우아한형제들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신사옥을 짓고 있다. 카카오는 제주 본사 외 경기 판교 새 오피스빌딩을 통째로 장기임대해 사옥으로 꾸몄다.

재택근무와 메타버스 오피스가 현실화되고 주4일 근무제까지 고개를 드는 시대다. 

그런데 왜 기업들은 여전히 사옥에 거금을 들이는 걸까?

8일 재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 병행 등을 통해 코로나19에 따른 근무방식의 변화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물리적 업무공간에도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비대면 문화가 자리잡고 기술이 이를 뒷받침해주면서 확실히 일을 하는 ‘장소’로 사무실의 역할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제 이종산업간 경계가 무너지고 융합이 중요해진 새로운 경영환경이 맞닥뜨리고 있다. 이에 사무실은 협업과 소통, 업무와 기술적 시너지를 강화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사무실 공간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많은 대기업들은 최근 들어 산업분야 구분 없이 내부에 직접 벤처캐피털, 액셀러레이터법인 등을 두고 기술 스타트업 투자와 협업에 힘을 싣고 있다. 이들은 사옥의 일부를 외부 스타트업에 직접 제공하고 있다.

실제 네이버도 제2사옥 1784에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해 뒀다. 물리적 거리도 좁힘으로써 협업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계산이다.

네이버는 제2사옥에 스타트업 투자, 육성 업무를 하는 조직 D2SF을 위한 공간을 마련돼 있다. 이 공간은 외부에도 일부 제공되는데 이미 스타트업 8곳이 입주했다. D2SF는 주로 원천기술을 지닌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데 투자 목적이 '네이버와 사업적 시너지 창출'이다. 

네이버는 제2사옥에 자사 직원은 물론 스타트업, 콘텐츠 창작자, 미래 IT인재 등이 함께 쓰는 공간인 ‘소프트웨어진흥시설’과 ‘카이스트(KAIST)-네이버 초창의적 인공지능 연구센터’ 등도 따로 마련했다.
 
재택근무시대, 기업들은 왜 여전히 오피스빌딩 매입하고 신사옥 지을까
▲ 네이버 제2사옥에 입주한 네이버랩스의 로봇 연구공간. <네이버

네이버 제2사옥 이름인 1784는 최초의 산업혁명이 시작된 해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네이버는 이곳에서 인공지능, 로봇 등 기술혁명 선두기업으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실제 네이버는 제2사옥을 세계 최초 로봇친화형 빌딩으로 구축해 사옥 전체를 사실상 네이버의 로봇기술 실험실(테스트베드)로 삼고 있다. 네이버는 제2사옥 운영을 통해 쌓은 경험을 사업화할 태세다. 미래형 공간을 구축해주는 서비스를 다른 기업에 파는 것이다.

네이버는 제2사옥에 제1사옥(그린팩토리)에 들인 금액의 3배에 가까운 4900억 원을 투자했다. 

국내 대표적 게임기업 엔씨소프트가 짓고 있는 신사옥도 마찬가지다.

엔씨소프트는 1조8712억 원을 투입해 성남시 판교에 제2사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착공이 예상된다.

엔씨소프트 제2사옥은 지하 9층~지상 14층, 연면적 33만574㎡에 이르는 대규모 빌딩으로 세워진다.

엔씨소프트는 이 안에 글로벌 연구개발혁신센터와 성남지역 스타트업 성장 지원공간, 지역주민을 위한 다목적 커뮤니티 공간 등을 조성할 계획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새로운 사옥을 단순히 구성원의 업무공간으로만 생각하진 않는다. 기술연구개발를 위한 장소이자 지역사회와 교류를 활성화하는 공간으로 삼으려 한다.

기업들이 그룹 차원에서 인공지능, 로봇, 수소에너지 등 혁신기술분야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계열사 사이 업무협력이 더욱 필요해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당장 SK그룹의 종로타워 인수를 두고도 친환경사업을 하는 계열사를 모아 사업 시너지를 높이려는 계산도 들어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SK그룹은 앞서 올해 5월 종로타워에 SK그린캠퍼스를 구축하고 친환경사업을 하는 계열사 6곳을 입주시켰다.

SKE&S, SK에코플랜트, SK에너지의 환경사업 관련 조직이 SK그린캠퍼스로 사무실을 옮겼고 SK온, SK지오센트릭, SK임업은 회사 전체가 SK그린캠퍼스에 자리를 잡았다.

이 밖에도 기업들은 사무실 공간과 시설 등 업무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인력을 확보하고 구성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적용을 통해 비용,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옥에 과감하게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올해 초 기존 서울 송파구 방이동 사무실에 더해 롯데월드타워 37층, 38층 3305㎡(1천 평) 공간을 임대해 조성한 사옥 ‘더큰집’은 구성원이 오지 않고는 못 배길 공간을 목표로 했다고 전해진다.

우아한형제들의 더큰집에는 구성원들이 직접 꼽은 인생 책으로 채운 라이브러리 공간부터 가평, 양평 등의 고급 펜션 느낌으로 꾸민 워크숍룸, 야외에 있는 느낌을 주는 공간인 우물가 등이 마련됐다.

우아한형제들은 벤처기업들이 들어서있는 판교제2테크노밸리 안 부지에 최첨단 로봇기술을 적용한 지상 15층 규모 신사옥도 짓고 있다.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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