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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세계면세점 대표 유신열 "새 날아드니 이제 봄 오고 있다"

남희헌, 김지효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2-07-01 17: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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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세계면세점 대표 유신열 "새 날아드니 이제 봄 오고 있다"
▲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가 6월30일 신세계면세점 명동 본점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우연의 연속이었습니다.” 

신세계면세점을 진두지휘하는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는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표현했다. 정치외교학과를 간 것도, 30년 넘게 신세계그룹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것도 모두 ‘우연’이라고 했다. 

유 대표를 6월30일 신세계면세점 명동 본점 회의실에서 만났다. 

◆ "연속된 우연, 넓은 시야와 풍요로운 삶 만들어"

유 대표는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뚜렷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라며 단지 스케일이 커 보이는 학과가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우연으로 그는 인생에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됐다고 말한다.

“정치외교학에서 배웠던 것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시각이 넓어졌던 것 같아요. 당시 비상경계열 출신으로 재무·기획 업무 부서에 발령을 받았는데 제가 최초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배들은 경제, 경영 출신이라 네가 어떻게 여기에 왔냐는 뉘앙스였어요. 되게 이상한 발령이었던 거죠.

하지만 업무에 대한 기본 지식은 6개월 정도 하고 나니 크게 뒤처지지 않았어요. 결국은 다양성의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재무·기획 업무도 어떤 관점에서 보는지가 중요하거든요. 정치외교학이 포괄적으로 철학부터 시작해서 외교나 비교 정치, 법, 경제 등 다양한 것들을 다루다보니 다른 경영·상경계열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폭넓은 시각을 갖는 데 도움이 됐죠.”

신세계그룹과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우연이라고 했다. 유 대표는 1989년 신세계에 입사한 이후 30년 넘게 '신세계맨'으로 일하고 있다.

“큰 목표에 초점을 맞추거나 앞으로 이런 일을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고 선택한 건 아니고 우연의 연속들로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당시 삼성그룹 공채로 지원을 했는데 그때는 신세계가 삼성그룹에 있는 회사인지도 몰랐어요. 그룹 연수를 받으면서 알게 됐죠. 점포도 다 서울에 있길래 괜찮을 것 같아서 신세계를 선택했어요.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잘 선택한 거죠. 유통을 선택하며 삶이 풍요로워졌습니다.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다루기 때문에 시각을 확장할 수 있었고 제 삶도 그런 방향으로 익숙해졌어요. 제가 삼성전자나 삼성물산에 갔다면 지금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네요.(웃음)”

유 대표는 직원들과 소통에도 관심이 많다.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낼 정도다.

6월 편지에는 상반기 실적 리뷰와 하반기에 직원들에게 바라는 점이 담겼다. 업무 얘기만 하는 고지식한 사람은 아니다. 가끔 그가 읽은 시를 편지에 적을 정도의 감수성도 풍부하다.

“생각보다 한 달에 한 번 편지를 보내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독수리 타법이기도 하고요. 직접 직원들을 마주치면 ‘편지 재밌게 읽었어요’라고 말해주지만 실제로 댓글은 많이 달리지 않네요.(웃음)”

그의 고민은 직원들 마음 속에 있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직원들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같이 편하게 식사하고 차 한 잔 마시면서 얘기하는 방법을 제일 좋아합니다.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도 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때 직원들의 속에 있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하게 됩니다.”

유 대표는 직원들에게 ‘서운함(?)’을 느낄 때도 있다고 말한다.

“어떤 직원들이나 대표와 만나서 얘기하는 건 어려울 거예요. 솔직히 직원들 만나면 말을 못하고 안 하더라고요. 나는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는데 얘기를 안 해요. 그러면 어색하잖아요. 그러면 제가 얘기를 계속 하게 되는데 그러면 또 교장선생님 말씀 같아져요. 다른 최고경영자들은 어떻게 그렇게 직원들의 얘기를 잘 끌어낼까 궁금하고 한편으로는 그런 면에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신세계면세점 대표 유신열 "새 날아드니 이제 봄 오고 있다"
▲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가 6월30일 신세계면세점 명동 본점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봄이 온다는 징조가 보이니 희망도 생겨"

최근 들어 바빠졌는지 물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여행 수요가 살아나면서 면세점업계의 최고경영자도 당연히 분주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유 대표는 오히려 반문했다.

“그게 제 바쁨과 관련이 있나요? 예를 들어 관광객이 있으면 대표가 바빠지고 관광객이 없으면 대표가 일이 없어질까요? 오히려 반대 아닐까요. (상황이 좋을 때) 가만히 있으면 그냥 내가 일 안 해도 돌아가잖아요. 하지만 상황이 어려우면 뭔가 해야 되잖아요. 문제를 돌파해야 되고. 반대가 되지 않을까요.”

오히려 면세점 업황이 바닥을 쳤던 코로나19 시기가 경영자로서 더욱 바빴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시기에) 현장 관리가 적다 보니 몸은 분주하진 않았는데 생각과 마음이 항상 분주했죠. 스태프들과 같이 논의하는 일들은 상황이 더 안 좋을 때 많이 하게 됩니다. 이걸 해볼까 저걸 해볼까,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생각을 많이 했죠. 관세청을 찾아가서 부탁해야 하나, 아니면 공항에 가서 면세점 임대료 좀 깎아달라고 해야 하나 등 고민을 했던게 어찌 보면 마음고생이라고 할까요.”

실제로 한국면세점협회와 각 면세기업 대표들은 6월16일 관세청을 찾아가 업계의 애로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유 대표는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신중한 모습도 보였다.

“유의미한 수준까지 관광객이 회복됐다고 보긴 힘듭니다. 공항이야 어느 정도 유의미한 수준으로 관광객이 회복돼 매출도 많이 올라갔고 상당히 분주해졌습니다. 하지만 시내면세점의 경우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이 소규모이고 간헐적이기 때문에 전체 분위기를 바꿀 정도는 아닙니다.”

유 대표와 인터뷰 당일 신세계면세점 본점은 일본과 필리핀 관광객 수십 명을 맞이했다.

“하지만 어쨌든 새가 한 마리 날아든 것이죠. 이제 봄이 온다는 징조니까 이에 대한 희망이 있습니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직원 30% 정도가 휴직을 했었는데 올해는 모두 다 복귀해서 일하고 있고 (최근 분위기를 보니) 직원들의 사기나 분위기도 상당히 높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올해 하반기 예정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 여부도 물었다.

“우선 인천공항공사가 면세점을 놓고 어떻게 입찰을 낼지 스킴(Scheme, 운영 계획)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입찰 공고를 구역별로 낼 것인지, 카테고리별로 낼 것인지, 모든 입찰을 경쟁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한 회사가 한 면세구역을 낙찰받으면 나머지 입찰에서는 빠지게 할 것인지 등에 따라 전략이 엄청나게 달라지거든요. 아직 결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구체적 전략도 있을 수 없습니다.”

그는 대신 ‘최적 입찰’이라는 말로 신세계면세점의 향후 전략을 설명했다.

“여태껏 신세계면세점은 후발업체인 만큼 이미지를 높이고 세계적 신인도를 쌓기 위해 당연히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니까 적정선에서 최적의 입찰을 하겠다는 것이 큰 방향입니다. 지금처럼 센 임대료를 내면서까지 반드시 들어가야 할 것은 아닌 만큼 적절한 수준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해서 해야 되지 않겠느냐 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해놓고 나중에 세게 나갈지도 모릅니다. (웃음)”

해외 면세점 진출과 시내 면세점 확장 등과 관련한 대략적 구상도 내보였다.

“면세업이라는 것이 나라마다 제도가 다르다보니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 같은 것들을 고민해야 해외시장 진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신세계면세점의 강점을 해외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죠. 지금 우리 모델을 그대로 가져가서 이식하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고 해당 시장의 제도에 걸맞은 경쟁력이나 강점 등을 마련해서 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내 면세점 확장과 관련해서는 우선 지난해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을 폐점하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과 차로 15분 거리밖에 나지 않다보니 상권이 중첩된 문제도 있었습니다. 이 중첩된 상권에 2개 점포를 운영할 필요가 있느냐 문제가 컸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다 보니 폐점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있는 곳에서 기회를 만들기는 해야 하겠죠.”
[인터뷰] 신세계면세점 대표 유신열 "새 날아드니 이제 봄 오고 있다"
▲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 <신세계디에프>
◆ "스스로 지은 '허당', 싸움 잘하는 '목계'가 되고 싶어"

사실 신세계그룹이 면세점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때만 하더라도 면세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산업이라는 말을 들었다.

신세계면세점이 신세계디에프라는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시기는 한화그룹과 두산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이 경쟁적으로 면세업에 진출한 시기와 맞물린다.

하지만 한화와 두산은 면세업 특허를 얻은 지 몇 년 만에 특허를 반납하면서 사업에서 발을 뺐다. 생각만큼 녹록하지 않은 업종이라는 얘기다. 노하우가 있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든 사업이라는 얘기도 된다.

유 대표는 신세계면세점의 강점으로 오랜 기간 유통업을 하면서 쌓아온 상품기획(MD) 역량을 꼽았다.

“유통에서 서비스와 상품기획 역량은 기본이잖아요. 신세계그룹은 (백화점을 오래 하다 보니) 상품기획에 분명한 강점이 있습니다. 다만 고객이 내국인이냐 아니면 관광객들이냐 이런 차이만 있을 뿐이죠. 그런 측면에서 오퍼레이션과 상품기획에 신세계면세점이 강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힘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영감을 얻어야 하거나 고민이 있을 때 읽는 책이 있느냐는 ‘우문’에는 ‘현답’을 내놨다. 

“어떤 책인들 정답이 있는 책이 어딨겠어요. 이 책에 이 고민에 대한 답이 있다고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고. (고민에 대한 해답은) 일상 속에 녹아 있는 것 같아요. 새벽 3~4시쯤 한 번씩 깼을 때 고민하던 것들에 대한 방향성이 떠오를 때가 많아요. 계속 머릿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생각을 하는 도중에 우연히 유튜브를 보거나 고양이가 지나가는 걸 보거나. 어떤 책 한 구절을 봤을 때도 불현듯 떠올라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던 중 유 대표는 스스로 지은 호가 있다고 소개했다. 특이했다.

그의 호는 ‘허당’이다. 빌 허(虛)에 집 당(堂). 빈집이라는 의미다. 

“빈 집이라는 의미로 지었지만 요즘 하는 말로 ‘허당스럽다’는 중의적 의미도 담고 있어요.”

허당은 완벽한 인상과 번듯한 태도와 달리 어딘지 어설픈 구석이 많은 사람을 일컫는 말로 주로 쓰인다. 

그는 스스로 ‘목계’가 되고 싶다고도 했다. 목계는 나무로 만들어진 닭이라는 의미로 장자의 ‘달생’편에 나오는 고사에서 최고의 싸움닭으로 꼽힌다. 목계가 최고의 싸움닭으로 꼽히는 이유는 완전히 마음의 평정심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성격유형검사(MBTI) 결과는 ‘ISFP’다. ISFP는 ‘성인군자형’ ‘다재다능한 조력가’로 불린다. 

“싸움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건 아니에요.(웃음) 실력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진짜 실력이 있기 때문에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가장 최근에 재밌게 본 드라마는 ‘나의 해방일지’라고 한다. 드라마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상호작용에 공감했다고 한다.

유 대표와 인터뷰는 1시간 반이 훌쩍 넘어서야 끝이 났다. 시간을 많이 빼앗었다는 기자의 말에 유 대표는 유쾌하게 "안 그래도 심심하던 차였다"며 ‘쿨’한 대답을 내놓고 자리를 떠났다. 남희헌 김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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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eo
허당과 목계 서로 상통해 면세점 업계의 레전드가 되시길 바랍니다   (2022-07-20 11:2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