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타비아바이오사이언스 세포유전자치료제 생산시설 예상 디자인. <바타비아바이오사이언스> |
[비즈니스포스트] CJ제일제당이 인수한 네덜란드 세포유전자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업체 바타비아바이오사이언스(바타비아)가 서비스 영역을 상업생산으로 넓히는 동시에 증설을 추진한다.
현지시각 28일 바타비아는 CDMO 서비스를 기존 임상물질 생산에서 상업생산을 포함하도록 확장한다고 발표했다.
의료당국 품목허가를 받아 정식 공급되는 세포유전자치료제를 수주하면 개발 단계의 의약품을 생산하던 것과 비교해 훨씬 많은 일감을 확보할 수 있다.
바타비아는 상업생산을 본격화하기 위해 네덜란드 레이던 바이오사이언스파크에 1만2천 ㎡ 규모 제조시설을 새로 짓기로 했다. 레이던 바이오사이언스파크는 제약바이오 관련 산학연이 밀집한 네덜란드 최대 생명공학 연구단지다.
바타비아의 새로운 시설에서는 백신, 바이러스 벡터 기반 유전자치료제, 면역항암제 등을 생산하게 된다. 배양시설(수트) 6개를 갖추고 자체 의약품 완제(필앤피니시) 시스템도 마련한다. 생산능력은 의약품 유형에 따라 많게는 연간 수억 회분에 이르는 투여량을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바타비아는 이미 새 시설의 설계를 마무리했고 공장 조성을 담당할 전문업체와 계약도 마쳤다. 2024년 3분기까지 증설을 끝내고 공장을 가동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바타비아의 이번 증설은 CJ제일제당이 단행한 투자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바타비아 지분 약 76%를 2630억 원에 사들이며 회사를 인수했다. 점점 더 커지는 세포유전자치료제시장을 공략하려면 생산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바타비아는 최근 네덜란드 레이던대학 의료센터의 네덜란드 최초 줄기세포 유전자치료에 참여할 정도로 수준 있는 세포유전자치료제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다. 증설이 끝난 뒤 유럽에서 상당한 세포유전자치료제 생산 일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포유전자치료제는 환자의 세포와 유전자를 활용해 만들어지는 맞춤형 치료제다. 치료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의약품으로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전체 세포유전자치료제 중 50% 이상이 외부에서 생산된다는 점도 위탁생산 수요를 키우는 요인이다.
급성장하는 세포유전자치료제 위탁생산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환자와 밀접한 생산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멀리 떨어진 생산시설로는 환자로부터 세포, 유전자를 확보하고 치료제로 생산한 뒤 의료현장으로 다시 전달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어렵다.
한국신용평가는 5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세포유전자치료제는 환자의 샘플 채취, 저장 및 물류 과정에서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고객사와 인접성이 중요한 수주 경쟁력이 된다”며 “이미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 주요 위탁개발생산업체들은 미국, 유럽 등 주요 수요지역에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세포유전자치료제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해외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대부분은 기존 생산시설을 인수해 확충하는 방식의 사업전략을 선택했다.
SK그룹은 세포유전자치료제 위탁개발생산업체인 프랑스 이포스케시와 미국 CBM을 차례로 인수해 증설에 들어갔다.
롯데그룹이 신설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공장을 사들여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GC녹십자그룹은 세포유전자치료제전문 계열사 GC셀을 앞세워 미국 바이오센트릭을 인수했다.
이밖에 차병원그룹은 미국에 직접 자회사 마티카바이오테크놀로지를 설립하고 세포유전자치료제 위탁개발생산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마티카바이오테크놀로지는 최근 생산시설을 준공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