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회원들이 6월21일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 반대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행정안전부가 이른바 '경찰국'을 신설하고 경찰청장 지휘규칙을 제정하는 등 경찰청 직접 통제에 나선다.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의 민주적 관리·운영과 효율적 업무수행을 위한 권고안을 공개했다.
자문위원회는 이슈가 된 '경찰국'과 관련해 행정안전부 안 경찰 관련 지원조직 신설을 권고했다.
자문위원회는 "헌법, 정부조직법, 경찰법,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에 따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청과 관련해 법령 발의·제안, 소속청장 지휘, 인사제청, 국가경찰위원회 안건 부의, 수사 규정 개정 협의 등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현재 행정안전부 내에 관련 업무를 지원하는 조직이 없다"며 "조직이 없으니 법의 취지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행정안전부 장관이 부여받은 법률상 권한을 국민을 위해 법의 취지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은 1991년에 사라진 경찰국이 31년 만에 부활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권고안에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 규칙 제정도 담겼다. 지휘 규칙 제정은 행정안전부의 또 다른 소속청인 소방청에도 적용한다.
소속청장 지휘 규칙이 제정된다면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 업무에 관여할 수 있는 근거가 만들어지게 된다.
현재 정부조직법상 소속청이 설치된 10개 부처 가운데 기획재정부 등 7개 부처는 소속청 지휘 규칙이 제정돼 있으나 행정안전부와 해양수산부에는 없다.
행정안전부는 경찰 인사에도 관여할 방침이라 경찰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자문위원회는 경찰청장과 국가수사본부장 등 경찰 고위직 인사제청에 관한 후보추천위원회 또는 제청자문위원회 설치를 권고했다.
권고안에는 징계 관련 내용도 포함됐다.
경찰의 자체 감찰을 우선하지만 보충적으로 감사원 등의 외부 감사및 감찰을 실질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징계절차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경찰청장을 포함한 일정직급 이상 고위직의 징계요구권을 부여할 것을 권고했다.
자문위원회는 "임기 2년이 보장된 경찰청장은 스스로 자신의 징계를 요구해야 징계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밖에 수사권 확대에 따른 인력 확충, 수사 전문성 강화, 계급정년제 및 복수직급제 개선, 순경 등 일반출신의 고위직 승진 확대, 교육훈련 강화, 처우개선 등 경찰 업무 관련 인프라 확충 방안도 제기됐다.
수사의 공정성을 위해 수사심사관의 소속을 수사관이 속한 관서보다 상급기관으로 변경하고 수사심의위원회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내용도 권고안에 들어갔다.
자문위원회는 이외에도 향후 대통령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를 설치해 사법·행정경찰 구분과 경찰대학교 개혁 등 개선 논의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은 "자문위에서 짧은 기간에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제도개선을 위한 중요한 과제들을 제안해 주셨다"며 "권고안을 토대로 국민중심의 경찰 구현에 도움이 되는 핵심 과제들을 선정하고 관계기관 등의 의견을 들어 과제를 충실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문위원회의 권고안에 경찰은 반발했다.
경찰청은 이날 권고안 공개 후 입장문을 내 "이번 권고안은 역사적 발전과정에 역행하며 민주성·중립성·책임성이라는 경찰제도의 기본정신 또한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동안의 역사적 교훈과 현행 경찰법의 정신에 비춰 적지 않은 우려를 표한다"며 "국가 조직의 기초이자 헌법의 기본원리인 법치주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 제도와 활동은 국민의 생명·신체·인권·자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 부작용은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경찰청은 경찰의 의견을 반영해 줄 것을 요구했다.
경찰청은 "향후 사회 각계 전문가를 비롯해 정책 수요자인 국민, 정책 실행자인 현장 경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범사회적 협의체를 통해 충분한 의견 수렴과 폭넓은 논의를 이어갈 것을 요구한다"며 "논의 대상 역시 행정통제 이외에 시민에 의한 통제와 분권의 강화 등 경찰제도 전반으로 확대해 충실하고 완성도 높은 개혁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