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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백화점은 정기세일 왜 할까, '땡처리'하고 'VIP'도 관리하고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2-06-21 15: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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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백화점은 정기세일 왜 할까, '땡처리'하고 'VIP'도 관리하고
▲ 롯데백화점 본점 구찌 선글라스 매장에서 고객이 상품을 쇼핑하는 모습. <롯데쇼핑>
[비즈니스포스트]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이 24일부터 일제히 여름 정기세일에 들어갑니다.

코로나19 시기에 좀처럼 열지 못했던 정기세일이 다시 연중행사로 돌아오는 모양새입니다.

연중행사라는 말은 소비자들에게 ‘당연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백화점의 정기세일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당연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백화점 입장에서 보면 정기세일이 정말 당연한 일인가 싶기도 합니다. 입점한 업체들이 거둔 매출에 따라 일정한 입점 수수료를 받는 백화점으로서는 정상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물품을 굳이 할인해서 팔아야 할 유인이 적어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백화점은 왜 정기세일을 할까요?

백화점을 상징하는 단어는 ‘신상’입니다. 새로운 상품을 남들보다 빨리 구매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쇼핑공간으로 여겨진다는 뜻입니다.

백화점에 입점한 업체들도 당연히 신상을 판매하기 위해 애를 씁니다. ‘22 S/S(봄/여름) 컬렉션’이라는 말은 ‘올해, 지금 입어야 하는 제품을 준비했으니 고객들이여 어서 사가시라'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여기에 힌트가 있습니다.

새로 출시한 제품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애써 출시한 상품도 모두 재고가 되겠죠. 흔히 말하는 ‘이월상품’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월상품은 시장에서 제 값을 받기 힘듭니다. 새로운 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굳이 철 지난 상품에 비슷한 가격을 지불할 소비자는 찾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아웃렛’이 싼 이유는 바로 이런 이월상품을 중점적으로 다루기 때문입니다.

제품 기획부터 개발, 생산, 출시까지 모든 과정을 맡은 업체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라도 신상을 제 때 파는 것이 조금이나마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가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런 의문도 따라옵니다. 처음부터 수요 예측을 통해 적정 물량을 생산하고 이를 최대한 합리적 가격에 팔아버리는 것이 덜 수고롭지 않을까요?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 전략의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통상 백화점에서 많이 판매되는 제품은 의류와 신발 등 패션상품입니다. 패션상품은 한 사이즈만, 한 가지 색상만 갖추는 것이 태생적으로 어렵습니다. 다양한 사람의 취향과 체격 등을 고려하다 보니 한 제품에서도 여러 색상과 여러 사이즈를 갖추는 것은 필수입니다.

애초부터 품목을 다양화할 수밖에 없다보니 나중에 특정 색상, 특정 사이즈의 재고가 예상보다 훨씬 많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도 나올 수 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제품을 파는 입장에서는 인기 있는 상품을 정가에 최대한 많이 판 뒤 나머지 비인기 제품을 놓고 정기세일에서 박리다매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일 수밖에 없습니다. 인기 제품을 정가에 사기보다는 싼 가격에 물품을 구매하려는 수요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죠.

백화점 입장에서도 이렇게 입점 업체들의 속사정을 미리 이해하고 정기세일을 진행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앞서 언급했듯 백화점은 입점 업체들로부터 입점 수수료를 받습니다. 상품을 판매할 공간을 조성하는 데 든 토지매입비와 건축비 등을 입점 업체들로부터 받는 수수료로 충당한다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일종의 월세를 받는 셈입니다.

통상 백화점에 들어간 업체들이 백화점에 내는 수수료는 매출의 30%로 알려져 있습니다. 백화점 입장에서도 최대한 많은 매출을 끌어올리는 것이 나은 만큼 정기세일을 연중행사처럼 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인 셈입니다.
[백브리핑] 백화점은 정기세일 왜 할까, '땡처리'하고 'VIP'도 관리하고
▲ 신세계백화점이 24일부터 여름 정기세일에 들어간다. <신세계>
여기까지는 정기세일을 하는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궁금증이 떠오릅니다. 정기세일을 한다는 사실을 왜 굳이 백화점들이 미리 나서서 고객들에게 알려줄까요?

할인 시기를 미리 알리면 잠재 고객이 구매를 미룰 가능성이 높습니다. 백화점 입장에서 보면 정가로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을 일부 손해보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과거 이력을 살펴보면 백화점과 주기적으로 협력해 정기세일을 진행하는 G마켓은 정기세일을 시작하는 당일부터 홍보에 나섰습니다. 싸게 판다고 미리 알려봐야 좋을 게 없으니 최대한 늦게 알린다는 뜻이죠.

하지만 백화점업계는 과거부터 정기세일을 3~4일 앞둔 시점부터 ‘언제부터 세일에 들어간다’고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 전략의 배경에도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특성이 있습니다.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은 주로 ‘생활필수품’이 아닌 ‘사치품’입니다. 엄청난 사치가 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라 평상시에 매우 필요한 물품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소비자들은 이런 물품을 구매할 때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입니다. 가격을 따져보는 것은 물론이고 ‘정말 나에게 필요한 물품이 맞나’를 여러 번 물어봅니다. 심지어는 고민만 하다가 구매하지 않는 사례도 허다합니다.

하지만 정기세일 소식이 들려오면 다릅니다.

구매를 미루고 미루던 소비자도 ‘이 때가 아니면 저 물품을 사기 힘들겠다’고 생각할 여지가 많아집니다. 예를 들어 20만 원짜리 고가의 전기포트기를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도 정기세일에서 50% 세일한다는 소식을 접한다면 ‘이때다’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겁니다.

미리 정기세일 소식을 알려두면 사치품 구매와 관련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백화점업계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인 셈이죠.

백화점업계의 한 관계자도 “백화점업계의 큰 손인 VIP 고객들은 어차피 정기세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자주 쇼핑하기 때문에 정기세일을 미리 알린다고 해서 우려하는 만큼 매출이 빠지지는 않는다”며 “백화점을 자주 방문하지 않는 고객들이 평소 구매를 미루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미리 알리는 마케팅은 유효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정기세일 기간을 미리 알리는 것이 VIP 고객을 배려하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백화점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VIP 고객들은 다른 고객들로 매장이 붐비는 시기에 매장에 방문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정기세일 기간을 미리 알려둔다면 VIP 고객들이 이를 피해 쇼핑을 하거나 뒤로 미뤄 계획적으로 쾌적하게 쇼핑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백화점에서는 VIP 고객들을 위해 쾌적하게 쇼핑할 수 있는 시간을 콕 찝어 별도로 안내하며 VIP를 관리한다고도 귀띔했습니다. VIP만을 위한 전용 라운지나 전용 발렛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유통채널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세일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오히려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PC나 전단지가 아니면 언제 어디서 세일을 하는지 알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모바일시대가 되면서 이제는 손 안에서 간편하게 세일 정보를 접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백화점과 경쟁하는 채널은 아웃렛뿐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 등으로 매우 넓어졌습니다. 다른 채널은 ‘정기세일’이 아니라 ‘상시세일’도 내걸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백화점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우리도 싸게 파는 시기가 왔다’를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집객력을 강화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남희헌 기자
[백브리핑] 백화점은 정기세일 왜 할까, '땡처리'하고 'VIP'도 관리하고
▲ 현대백화점의 2022년 여름 정기세일 포스터. <현대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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