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가 올해 실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DL이앤씨는 올해 실적 목표를 지난해보다 다소 낮춰 제시했음에도 건설 자재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애초 세워뒀던 올해 수주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내년 이후 실적 반등이 기대된다.
21일 건설업계와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DL이앤씨가 올해 건설자재값 상승에 더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안전관리비 지출이 늘어난 영향으로 실적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DL이앤씨는 2022년 실적 목표로 매출 8조4천억 원, 영업이익 9천억 원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실적보다 매출 목표는 10% 올려 잡았지만 영업이익은 6% 낮춰 잡은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그조차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FnGuide)에 따르면 DL이앤씨의 2022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예상치의 평균값)은 8125억 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신규 수주 쪽은 목표 달성이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마 대표는 내년 실적을 개선할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제시한 수주 목표 달성에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는 지난해 신규수주보다 30%가량 많은 13조6천억 원을 수주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주택·건축 6조2천억 원, 토목·인프라 1조5천억 원, 플랜트 2조7천억 원, DL건설 3조2천억 원 등이다.
이는 대형건설사들이 연초 제시한 수준보다 공격적 목표로 평가된다.
현대건설(별도기준)과 GS건설은 각각 16조3천억 원, 13조2천억 원으로 지난해 신규수주 규모와 비슷한 수치를 제시했고 대우건설은 10% 늘어난 12조2천억 원, 삼성엔지니어링은 14% 증가한 8조 원을 수주 목표로 설정했다.
DL이앤씨는 올해 1분기 1조892억 원의 신규수주를 거둬 다소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2분기부터 빠르게 수주잔고를 채워내고 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DL이앤씨 4~5월 신규수주 금액은 1조7천억 원 수준으로 집계돼 1분기를 넘어섰다”며 “2분기 신규수주는 5조 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박 연구원은 “2022년 건설자재값 상승 및 플랜트 매출 공백에 따라 단기적으로 실적 부진을 겪겠지만 늘어난 수주로 2023년 실적 회복이 더욱 확실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 대표는 올해 하반기에 대규모 플랜트 수주를 기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DL이앤씨는 7천억 원 규모의 카타르 라스파판 석유화학 플랜트 수주가 유력하다. 앞서 DL이앤씨는 2020년 12월 이 프로젝트의 기본설계를 1280만 달러(140억 원)에 따내며 일본 JGC와 기본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기본설계(FEED)에서 설계·조달·시공(EPC) 연계 수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고 발주처 입장에서도 기본설계를 맡은 기업이 공사까지 책임지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DL이앤씨가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미국 셰브론필립스케미칼과 중동 지역에서 협업하며 신뢰를 쌓았다는 점도 수주 기대감을 높여준다.
여기에 기본설계 작업을 마친 셰프본필립스케미칼 USGC 2단계 프로젝트(6천억 원)에 더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건, 국내 2건 등의 플랜트 수주 경쟁의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중동을 비롯한 해외 발주환경이 개선돼 러시아 프로젝트 공백도 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는 지난해 12월 러시아 초대형 가스화학 프로젝트인 ‘발틱 콤플렉스 프로젝트’(1조6천억 원)을 수주했다. 하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진척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제유가가 높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중동 국가의 재정여력이 늘어나면서 발주 환경이 긍정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원유 수요가 공급보다 높은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마 대표는 주택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DL이앤씨는 별도기준으로 1분기 1100세대 규모 착공에 그쳤으나 4~5월에 2300세대 규모 주택공사를 착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화물연대 파업이 종료된 만큼 마 대표는 더욱 주택사업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정비사업 수주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는 6월 현재까지 이 부문에서 1조2543억 원의 신규수주를 확보했다.
경남 거제 화인아트빌라1·2·3구역 소규모재건축(511세대)사업에 1차 현장설명회에 단독으로 입찰해 수주 가능성을 높였다. 또한 대전 용두동2구역 재개발(794세대)사업을 두고 금호건설과 경쟁을 벌인다.
DL이앤씨의 브랜드와 시공능력이 많이 앞서는 만큼 사업을 따낼 가능성이 높다.
이와 별도로 서울과 수도권 인근의 개발부지를 발굴해 디벨로퍼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DL이앤씨는 2021년 매출의 15%를 차지한 디벨로퍼사업 비중을 2030년까지 3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올해 수주목표 달성을 위해 전사 차원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특히 디벨로퍼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