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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M&A를 주도해 온 하성민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7-02 2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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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정적 M&A를 주도해 온 하성민  
▲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SK그룹의 쌍두마차는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이다.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은 SK그룹의 16개 상장사 중에서 나란히 1위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두 회사가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만 5조3909억 원이다. 지주사인 SK를 제외한 15개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의 70%에 이르는 금액이다.

현재의 SK그룹이 있기까지 2000년 이후 두 번의 결정적 인수합병(M&A)이 있었다. 하나는 2002년 신세기통신을 합병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것이다.

두 M&A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그룹 내 대표적 재무통이자 기획통인 하 사장은 두 번의 M&A를 성공시켜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 SKT에 ‘점유율 50%’ 선물한 신세기통신 합병

신세기통신은 포항제철(현 포스코)과 코오롱 등 국내외 246개 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1994년 설립한 이동통신업체였다. ‘017’이라는 식별번호를 받은 신세기통신은 1위 업체인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과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사업주체가 통신회사가 아니다 보니 이동통신사업 등에 제한이 많았다. 또 국내 통신사들의 과도한 출혈경쟁을 막고 경쟁력을 높이려면 업체 간 합병 등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1999년 말 신세기통신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차원에서 신세기통신의 1,2대 주주인 포항제철과 코오롱으로부터 지분 51%를 넘겨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SK텔레콤은 지분 인수 후 약 3년 뒤인 2002년 3월 신세기통신을 흡수합병했다.

2위 이동통신업체였던 신세기통신 합병으로 40%대였던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은 단숨에 50%대를 돌파했다. 합병 직후 57%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SK텔레콤이 13년 동안 이어온 과반 점유율의 기원은 바로 신세기통신과 합병이다.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 합병으로 얻은 이득은 또 있다. 이른바 ‘황금주파수’라 불리던 800㎒ 대역을 독점하게 된 것이다. 800㎒ 주파수는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만이 쓰고 있었기 때문에 합병 후 2010년까지 SK텔레콤이 독점적으로 활용했다. 황금주파수 독점사용은 SK텔레콤이 많은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는 한 원동력이 됐다.

SK텔레콤에 이러한 선물을 안긴 사람이 바로 하성민 사장이다. 2002년 SK텔레콤 경영기획실 실장을 맡았던 하 사장은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합병을 진두지휘했다. 업계는 하 사장이 2000년 신세기통신 재무관리실 실장으로 파견됐을 때 경험을 살려 합병을 성사시켰다고 평가한다.

  결정적 M&A를 주도해 온 하성민  
▲ 하성민 SK텔레콤 사장(가운데)이 2011년 11월14일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위한 지분인수계약을 체결했다. <뉴시스>

◆ ‘신의 한수’가 된 하이닉스 인수

하 사장의 두 번째 작품은 2011년 하이닉스 인수였다. 하 사장은 하이닉스가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오기 전부터 인수를 계획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 사장은 2011년 8월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SK텔레콤은 지난 5년 동안 성장부문에서 정체를 겪었다”며 “하이닉스 인수는 SK텔레콤이 직면한 성장정체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업계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내수시장에 주력하는 통신기업이 수출이 주력인 반도체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가 많았다.

회사상황도 좋지 않았다. 인수전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개인 선물투자에 쓰인 정황이 포착돼 SK계열사들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고 있었다. 최태원 회장이 검찰에 소환돼 구속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SK텔레콤과 인수경쟁을 벌이던 STX그룹도 만만찮은 상대였다. STX그룹은 이종철 STX부회장을 앞세워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스타 CEO이자 그룹 오너의 오른팔로 불리던 하 사장과 이 부회장의 대결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STX그룹이 투자부담을 이유로 인수전에서 물러나자 SK텔레콤이 하이닉스의 인수자로 사실상 결정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검찰의 압수수색이 벌어지고 있고 그룹 오너가 구속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SK텔레콤의 사외이사들은 입찰 마감일인 2011년 11월10일까지도 인수에 부정적이었다.

하 사장은 이사회에 참석해 사외이사들을 설득했다. SK텔레콤의 통신기술과 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술이 만들어 낼 시너지를 강조했다. 하 사장의 설득 덕분에 SK텔레콤은 이날 오후 5시였던 마감을 약 50여분 앞두고 입찰참여를 확정했다. SK텔레콤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이듬해 1월 3조3747억 원에 최종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하 사장이 하이닉스 인수를 적극 추진했지만 인수 초기 하이닉스의 실적은 좋지 않았다. 하이닉스는 2012년 2273억 원의 영업손실과 1588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 3조3798억 원이라는 사상최대 실적을 내면서 SK그룹의 ‘효자’로 떠올랐다. 올해 1분기에도 1조573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영업정지라는 악재를 겪은 SK텔레콤의 부진을 만회했다.

하이닉스는 세계 2위 반도체 기업이자 국내 시가총액 3위 기업이라는 위상을 확고히 하며 하 사장의 선택이 '신의 한수'였다는 평가를 나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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