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미시간주 배터리 합작공장(왼쪽) 및 SK온과 포드의 합작공장 조감도. |
[비즈니스포스트]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최근 미국에 배터리 생산공장 건설을 결정한 한국 배터리 3사가 현지에서 사용하는 전기요금에 유리한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기요금 감면은 한국 배터리업체의 미국공장 운영뿐 아니라 향후 생산라인 증설이나 새 공장 신설 계획을 추진할 때도 장점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17일 미국 디트로이트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미시간주 당국은 최근 한국 배터리업체를 포함한 주요 기업의 현지 생산공장 유치를 위해 강력한 전기요금 감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시간주 정부가 SK온과 포드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투자 유치를 위해 힘썼지만 최근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밀려 경합에서 탈락한 일이 결정적 계기로 꼽힌다.
디트로이트뉴스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미시간주 평균 전기요금은 1KWh(킬로와트시)당 7.24센트로 켄터키주(5.31센트), 테네시주(5.33센트)와 비교해 높은 편이다.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공장에서 사용하는 전력 수요를 고려하면 이는 공장 운영 비용에 매우 큰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
미시간주 당국은 앞으로 현지 전력회사가 공공서비스위원회 등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전기요금을 감면해줄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해 전기요금을 적극 낮추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공장 투자계획을 확정한 한국 배터리 3사는 현재 대체로 유리한 조건으로 낮은 가격에 전력을 조달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지 지역언론 크레인스디트로이트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앞으로 20년 동안 미시간주 공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KWh(킬로와트시)당 5.5센트의 고정 가격에 사들이기로 했다.
미시간주 평균 전기요금과 비교해 약 24% 낮은 수준인 데다 앞으로 전기요금이 인상돼도 영향을 받지 않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디트로이트뉴스는 SK온과 포드도 켄터키 배터리공장 투자와 관련해 현지 전력당국과 수 개월 안에 전기요금 및 전력 공급에 관련한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켄터키 전력당국 관계자는 디트로이트뉴스를 통해 “자세한 계약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경제 발전을 위한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 인디애나주 배터리공장 건설을 위해 현지 전력회사 듀크에너지와 전력 공급 및 전기요금을 논의하는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배터리 3사가 모두 공장 부지를 선정하기 전에 각 지역 당국과 전기요금 등 인센티브에 관련해 충분한 합의를 거친 뒤 투자를 확정한 만큼 공장 운영에 유리한 쪽으로 계약을 체결했을 가능성이 크다.
디트로이트뉴스는 “공장 투자를 결정하는 데 핵심 요소는 충분한 부지와 인력, 그리고 전기요금을 포함한 사업 환경”이라며 “공장 유치에 나선 여러 주들은 이런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시간주와 켄터키주, 테네시주, 인디애나주 등의 한국 배터리공장 성공적 유치 사례를 계기로 전 세계 주요 제조기업들의 공장을 유치하려는 각 주 정부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11월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대부분의 주지사들이 연임을 노리고 있다는 점도 올해 투자 유치 경쟁에 더욱 불을 붙일 수 있는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한국 배터리 3사는 기존에 발표한 투자 계획에 그치지 않고 북미 전기차시장 공략을 확대하기 위해 추가 공장 투자 계획을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전기요금 감면과 같은 정책적 지원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돼 기존 배터리공장 증설 투자나 공장 신설 계획을 결정하는 일이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디트로이트뉴스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시간주에 자체 배터리공장 증설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전기요금 감면 혜택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지 당국은 전기요금 감면 대신 모두 1천만 달러(약 129억 원)의 인프라 구축 비용을 LG에너지솔루션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지원책을 활용하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