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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친기업 인사 유력, 수탁자책임 후퇴 우려 커져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2-06-16 16: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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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친기업 인사 유력, 수탁자책임 후퇴 우려 커져
▲ 이동근 한국경제인총연합회 상근 부회장이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세제개편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다음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친기업 성향의 인사가 유력한 후보로 거명되면서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활동이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국민연금공단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차기 이사장으로 이동근 한국경제인총연합회(경총) 상근부회장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관료 출신으로 현재 경총 상근부회장 외에 국민연금 비상임이사도 맡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후보자로서는 다소 이례적 경력을 지닌 셈이다.

국민연금공단이 1987년 설립된 이후 이사장에는 군인, 금융권, 정치인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가 거쳐 갔으나 주로 보건복지부 관료 출신이 임명되는 경우가 많았다.

역대 17명 이사장 가운데 11명이 관료 출신이고 이 가운데 8명이 보건복지부 출신이었다. 나머지 관료 출신 이사장은 기획재정부나 검사 출신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민연금과는 연관성이 크지 않은 만큼 이 부회장의 연금분야 전문성과 관련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친기업 성향이 강하다는 점도 지적을 받는다.

이 부회장은 공직에서 불러난 뒤 2010년 이후 10년 넘게 사용자 쪽 경제단체에 몸담아왔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을,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등을 지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현대 그룹이 설립해 운영하는 민간 경제연구기관이다.

실제 이 부회장은 국민연금공단과 재계의 의견이 엇갈리는 현안에서 재계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 앞장서 왔다.

그는 지난 4월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권한 일원화 문제와 관련해 “국민연금은 세계 주요 공적 연기금 중 유일하게 정부의 직접적인 영향력 아래에 있다”며 “따라서 국민연금을 통한 ‘기업 길들이기’는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발언만을 놓고 보면 이 부회장이 이사장을 맡을 경우 수탁자책임 활동이 크게 위축될 공산이 커 보인다.

이 부회장은 16일 나온 매일경제 기고문을 통해 주주대표소송 권한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 일원화 문제와 관련해 “기금운용본부가 수책위에 끌려다며 전전긍긍하는 형국인데 사정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서슬 퍼런 시기에 만든 수탁자책임 활동지침에서 비록된다”며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기치로 내건 윤석열 정부는 국민연금의 위법한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이 부회장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임명되면 주요 주주로서 기업의 경영활동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국민연금의 역할이 퇴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이 막강해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활동을 일정 수준 견제하기 위해 연기금과 같은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ESG 경영 확산 등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다.

경제개혁연대, 경제정의실천연합,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지난 10일 공동성명을 통해 “이 부회장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후보에서 제외돼야 한다”며 “이 부회장이 국민연금 이사장이 된다면 국민연금이 피투자기업에 대한 견제, 감시를 적극적으로 하기는커녕 오히려 경영진이나 지배주주의 우호 지분 역할을 자처하지 않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보건복지부장관 인선 작업이 늦어지고 있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인선 역시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가는 길에 여러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4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은 국회 정상화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며 보건복지부장관 임명을 서두르지 않을 태도를 보였다.

이에 이달 말까지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임명과 관련해 정부의 구체적 움직임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인사가 하마평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정책성향, 새 정부 출범 이후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재계 등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이 아니더라도 결국 다른 친기업 성향의 인사가 국민연금공단의 이사장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16일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놓고 “위기일수록 민간 주도, 시장 주도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확 바꿔야 한다”며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고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제도와 규제는 과감하게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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