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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들은 왜 소송을 준비할까요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2-06-15 17: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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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들은 왜 소송을 준비할까요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경제금융센터, 하나은행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피해자연대, 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 등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계약취소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
[비즈니스포스트]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최근 하나은행의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와 관련한 손해배상비율을 최대 80%로 결정했죠.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들에게 원금의 최대 80%까지 배상하라고 권고한 건데요. 80%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내릴 수 있는 ‘최대한도 수준’이라고 합니다.

금감원 발표 이후 하나은행은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들은 부당한 결과라며 반발했습니다.

금감원이 '최대로 많은 돈'을 배상하라고 권고했는데 돈을 줘야 하는 하나은행은 이를 수용하고 피해자들은 반발하는 상황, 뭔가 반대로 된 것 같지 않습니까?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15일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에 따르면 하나은행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들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결정 이후 현재 펀드판매처 하나은행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의 권고를 따를 수 없다며 법원 판결을 받아보겠다는 건데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경제금융센터 등 시민단체는 13일 분쟁조정위원회 결과가 나오자마자 즉각 입장문을 내고 금감원의 결정을 규탄했죠.

이들은 “금감원은 처음부터 명백한 부실상품이었던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를 단순한 불완전판매로 결론 냈다”며 “피해자들은 부당한 분쟁조정 결과를 납득할 수 없으며 정당한 결과를 얻기 위해 계약취소 소송을 이어갈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금감원이 이번 사건을 들여다 보면서 계약취소 사안이 아닌 불완전판매 사안으로 봤다는 데 있습니다.

펀드 판매처는 불완전판매로 결론나면 손해배상비율을 따지게 되지만 계약취소로 결정되면 계약 자체가 성립되지 않은 것이 되면서 원금 전부를 돌려줘야 합니다.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은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의 상품 설계부터 운용, 판매과정 전반이 사기와 다름없다며 그동안 지속해서 분쟁조정위원회에 계약취소 결정을 촉구했습니다.

피해자들은 하나은행이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판매 당시 고객들에게 이탈리아 정부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이 보장되고 13개월 내 조기 상환된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모두 거짓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애초 언급한 안전자산이 아닌 부실자산에 투자했고 펀드 돌려막기는 물론 하나은행의 OEM(주문자생산)방식 판매, 펀드 핵심인물의 해외도피가 이뤄지는 등 처음부터 사기성 상품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속아서 펀드에 가입했고 이를 알았다면 절대로 계약하지 않았을 것인 만큼 계약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는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가 과거 금감원이 계약취소 결정을 내린 라임무역금융펀드, 옵티머스펀드와 비슷한 사례라고도 주장합니다.

금감원은 라임무역금융펀드의 경우 투자시점에 확정적 손실이 있었다는 점, 옵티머스펀드의 경우 투자대상에 투자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각각 2020년과 2021년 계약취소를 결정했습니다.

반면 금감원은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의 경우 앞선 라임무역금융펀드, 옵티머스펀드와 조금 결이 다르다고 판단했는데요.

라임무역금융펀드와 옵티머스펀드는 처음부터 부실을 인지하고 판매한 사기성 상품이었으나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는 상품 자체가 사기는 아니었다고 바라본 겁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가 역외펀드인 만큼 조사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지만 조사 결과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전 건과 달리 계약취소까지 결정할 건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새정부와 이복현 원장 체제 금감원을 향한 실망감도 피해자들이 크게 반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번 건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처음 결론이 나온 분쟁조정위원회 안건입니다.

윤석열정부는 출범 당시 무엇보다 금융시장질서 확립을 강조했습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삼고 세부과제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역할 강화도 담았습니다. 검사 출신의 이복현 신임 원장까지 라임과 옵티머스펀드 사태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들의 기대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백브리핑]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들은 왜 소송을 준비할까요
▲ 이복현 금감원장이 8일 여의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 달리 불완전판매 결론이 나오면서 실망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낮은 배상비율은 실망감을 더욱 키웠습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건과 관련해 기본배상비율을 60%로 잡고 최대 배상비율을 80%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본배상비율 60%가 하나은행이 피해자들에게 선지급한 70%보다 못하다는 겁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분쟁조정위원회 발표 이후 대책위 소속이 아닌 분들로부터 소송을 하겠다는 전화가 오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신임 금감원장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기본배상 비율이 하나은행에서 선지급한 것보다 낮게 나오니까 실망감을 너머 배신감까지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들이 하나은행을 상대로 계약취소 소송을 벌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법정다툼을 통해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최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가 법정에서 뒤집힌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증권 라임펀드 피해자들은 불완전판매 결론이 난 지난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를 뒤집고 올해 4월 법원에서 계약취소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금감원 역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와 관련해 “수사 및 재판 결과에 따라 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에 따른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조정 결정문에 명시했다”며 향후 결론이 바뀔 가능성을 열어두었습니다.

시민단체들도 이번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결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들은 단순히 배상비율이 아닌 재발방지를 위한 금융당국의 처벌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문제가 된 사모펀드들은 대부분 외국 자산운용사가 현지법에 따라 설립운용하는 역외펀드 등 해외 사모펀드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금융위는 2015년 사모펀드 투자하한액을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추고 운용사 설립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해줬는데 시민단체에서는 당시 규제완화가 사모펀드 부실사태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최근 10년 동안 사모펀드 환매연기 건을 살펴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는 한 건도 없다가 2018년 10건을 시작으로 2019년 187건 등 최근 3~4년 사이 크게 늘어난 모습을 보입니다.

시민단체는 윤석열정부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개정 등을 통해 금융산업에서 각종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 관련해서도 금융소비자 피해사례가 지속해서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는 계약취소 같은 강한 사후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전날에는 이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오기형 이용우 의원과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주최로 ‘잇따른 역외펀드 부실 피해, 왜 발생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백브리핑]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들은 왜 소송을 준비할까요
▲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잇따른 역외펀드 부실 피해, 왜 발생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

이상훈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변호사는 발제발표에서 “사전 규제를 완화하면 이에 부합하는 사후 감독 절차와 기구를 강화해야 조화와 균형을 맞출 수 있다”며 “불완전판매를 막으려면 과감히 계약을 취소해서 전액배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최근 연이은 사모펀드 사고 이후 금감원이 사모운용사 서류를 점검할 때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고 하던데 해외 자산투자를 사전에 철저히 감독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사후 피해구제절차를 강화해서 탈법행위 동기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혹은 사기는 금융소비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금융권 신뢰를 크게 떨어트린다는 점에서 반드시 근절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각 금융기관의 노력이 중요할 뿐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위해 과거 사태 역시 하루 빨리 매듭지어져야 할 텐데요,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의지가 중요해 보입니다.

전날 국회 토론회에는 독일헤리티지펀드 피해자도 함께 했는데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관련 분쟁조정위원회의 결과를 보고 “이런 결과를 얻을 바엔 차라리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금융당국에 대한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독일헤리티지펀드는 금감원이 지난해 초 신속한 분쟁조정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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