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중소조선사 구조조정이 순탄치 않다.
지난해 성동조선해양이 경영정상화 지원협약을 맺고 STX조선해양이 채권단 실사 뒤 구조조정안을 내놓는 등 중소조선사들이 살 길을 마련하는가 싶었으나 예상보다 심각한 조선업 불황에 독자생존 계획이 틀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 신호탄을 쐈고 나머지 조선사들도 뒤를 따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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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년 성동조선해양 사장. |
산업은행은 25일 STX조선해양 채권단 실무자회의를 열고 STX조선해양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5월 말까지 채권단협의회 논의를 거쳐 STX조선해양의 자율협약 종료 뒤 법정관리 전환 방안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은 조선사로서 계속기업 유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부족한 자금을 추가 지원할 경제적 명분과 실익이 없다”며 “STX조선해양도 회생절차 신청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STX조선해양은 조선 3사에 이어 글로벌 조선소 4위에 올랐던 곳으로 국내 중소조선소를 대표하는 회사다. 하지만 여러 생존 노력에도 끝내 법정관리를 피하기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STX조선해양은 구조조정안을 내놓은 지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손쓸 방도가 없이 법정관리로 갈 운명을 맞게 됐다. 그만큼 조선업황이 어렵다. 다른 중소조선사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 올해 안에 세계 조선소 가운데 200곳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중소 조선소들 역시 이 사태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발주물량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모두가 생존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라며 “조선3사도 어려운 마당에 중소 조선사들은 더욱 힘든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TX조선해양을 제외하면 중소 조선사 가운데 채권단 지원규모가 가장 많은 곳은 성동조선해양이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 수출입은행·삼성중공업과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한 경영협약을 맺었다.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재무·관리·인사를 책임지고 삼성중공업이 영업·구매·생산을 돕는 방식이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성동조선해양을 살리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의 통합논의가 나왔을 때도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해양의 독자생존에 무게를 실었다.
이 행장은 지난달 초 직접 통영에 있는 성동조선해양을 찾아 정상화 현황을 살폈고 성동조선해양 관리단장을 맡았던 오은상 부장을 성동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로 파견했다.
하지만 수주절벽을 뛰어넘기는 역부족이다. 삼성중공업의 영업역량을 활용해 중소형 선박 수주에 나섰지만 뜻한 대로 되지 않았다. 성동조선해양은커녕 삼성중공업도 올해 들어 한 건도 수주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 11월 이후 수주가 끊겼다.
이런 상황 때문에 성동조선해양도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성동조선해양에 대해 “신규수주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근본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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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승만 SPP조선 사장. |
SPP조선도 상황이 불투명하다. SPP조선은 지난해 공개매각을 추진한 끝에 올해 초 삼라마이다스(SM)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SM그룹은 대한해운 등 부실기업을 인수해 정상화한 사례가 여러차례 있다. SM그룹이 SPP조선을 인수해 경영정상화를 이루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SPP조선이 SM그룹의 품에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SPP조선은 이란 국영선사로부터 탱커 10척 수주도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SM그룹과 SPP조선 채권단 사이에 인수조건을 두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매각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당초 협상기한은 20일까지였는데 이미 기한을 지났다. 최종 매각은 조만간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SPP조선 역시 매각이 무산될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청산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대선조선은 지난 11일 3500톤급 화학제품 운반선 1척을 수주하는 등 상황이 나은 편이다. 지난해에도 10척의 선박을 수주하면서 2018년 상반기까지 일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조선은 탱커와 연안여객선에 특화한 조선사로 탈바꿈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부산 영도2공장은 이미 매각했고 영도1공장과 다대포3공장도 일원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대선조선도 수주절벽을 가정하고 재실사에 들어갔다. 실사결과에 따라 법정관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소조선사 가운데 살아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한진중공업이다. 한진중공업은 11일 채권단과 자율협약 양해각서(MOU)를 맺고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영도조선소를 특수선 전문으로 특화하고 상선은 필리핀 수빅조선소로 집중하기로 했다.
한진중공업은 25일 1547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153억 원을 출자전환하기로 하며 운영자금 마련에 나섰다. 또 2조 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 매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