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이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신청에 사실상 손을 들어줬다.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돌입할 경우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도 채권단으로부터 더욱 강력한 구조조정을 주문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 위원장의 결정은 조선3사를 겨냥해 구조조정을 강화하라는 경고로 풀이된다.
◆ STX조선해양 법정관리 불가피
STX조선해양 채권단은 25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실무자회의를 열어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신청을 논의했다. 채권단은 개별 금융기관의 논의를 거쳐 5월 안에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전환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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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 |
임종룡 위원장도 25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데이터 간담회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에게 “STX조선해양 채권단은 여러 가지 파장 등을 감안해 법정관리를 논의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전환을 결정하려면 채권비율 기준으로 75%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채권단은 산업은행(52.6%), NH농협은행(19.2%), 수출입은행(17.5%), 무역보험공사(10.5%) 등으로 구성돼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법정관리 신청을 사실상 결정한 점을 감안하면 STX조선해양은 조만간 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법정관리를 받아들이면 STX조선해양은 채무동결 등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된다. 만약 받아들이지 않으면 청산하게 된다.
임 위원장과 STX조선해양 채권단은 선수금환급보증(RG) 1조2천억 원을 포함한 여신 약 5조5천억 원을 손실로 떠안을 가능성을 감안해도 법정관리로 가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선수금환급보증은 조선회사의 선박 건조에 문제가 생길 경우 선주가 지급했던 선수금을 채권단이 돌려주기로 보증한 것이다.
STX조선해양은 최근 3년 동안 채권단으로부터 4조5천억 원을 지원받았지만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규선박도 지난해 12월 이후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12월부터 수주절벽에 부딪친 상태이며 채권단에서 신규자금을 지원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STX조선해양을 이대로 끌고 가는 것보다 법정관리를 받게 하는 쪽이 회생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조선3사 구조조정에 대한 경고인가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3사는 채권단으로부터 더욱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 위원장이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도 조선3사에 대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경고한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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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모 STX조선해양 사장. |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전환을 논의하면서 다른 대형 조선사도 청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사실상 전달한 것”이라며 “대형 조선회사 3곳에 요구하는 자구계획의 수위도 이전보다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대형 조선회사 3곳 가운데 STX조선해양 법정관리의 여파를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20일 자구계획 초안을 채권단에 냈는데 최종안을 제출하기 전 방위사업부문의 자회사 분리, 부동산자산 매각, 인력 조기감축 등 더 강력한 구조조정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산업은행으로부터 4조2천억 원을 지원받았지만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 263억 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도 지난해 기준 7308%로 현대중공업(220%)과 삼성중공업(309%)보다 훨씬 높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최근 주채권은행에 인력감축과 자산매각 등을 포함한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는데 이들도 구조조정 자구계획의 강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중공업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 차원의 결단도 요구받고 있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단이 4조 원 이상을 지원했는데도 STX조선해양이 경영정상화에 실패한 점은 채무재조정을 통한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보여준다”며 “자구노력이 가능한 대형 조선회사 3곳을 중심으로 채권단의 관리가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