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신세계는 이른바 지역 1번점 전략으로 백화점 양극화시대의 승리자로 떠올랐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0년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2021년부터 보복소비 바람을 타면서 오히려 2019년을 뛰어넘는 실적을 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센텀점 대구점 등 특급 백화점들의 실적이 두드러졌는데 특히 강남점은 2021년 매출 2조5천억 원을 내면서 세계 1위 백화점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업계 전체로 시선을 옮기면 상황은 달라진다. 국내외 중견백화점들이 경영난을 겪거나 파산하면서 백화점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원인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명품 브랜드들의 독자노선 강화와 MZ세대 이탈이다.
과거 명품과 백화점은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소비자들이 화려한 백화점에서 대접받으며 사는 것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명품 브랜드들이 백화점 밖에서 활로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더 이상 백화점이 필요하지 않아서다. 충성고객을 보유한 명품들은 굳이 비싼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고객들을 모을 수 있다.
또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서는 다른 브랜드들이 즐비한 백화점과는 거리를 두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명품브랜드들은 소수의 플래그십 스토어와 온라인몰을 병행운영해 고객과 직접 소통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른바 3대 명품 가운데 하나인 샤넬 한국법인은 2018년 온라인스토어를 론칭해 상품을 배송해주기 시작했고 2019년에는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 뒤로 백화점 입점은 자제하고 있다.
소비자들 반응은 어떨까? 명품을 어디서 어떻게 살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가 나타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미래의 소비주역 MZ세대가 온라인 쇼핑을 선호한다. 이 세대가 백화점을 방문하더라도 실제로 구매하는 비율은 낮다고 한다.
신세계도 이런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신세계는 2022년부터 면세업을 하는 계열사 신세계DF 출신 손영식 사장을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손 사장은 3대 명품을 포함한 여러 해외브랜드 글로벌본사를 직접 방문해 관계를 쌓아온 명품 전문가로 손꼽힌다.
기존 명품 브랜드들과 관계를 이어가는 한편 차세대 해외브랜드를 누구보다 먼저 발굴하는 일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돕기 위해 신세계 백화점부문 계열사들도 일치단결했다. 패션 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부터 사업구조를 해외패션 중심으로 개편했다. 국내패션 관련사업은 과감히 축소하고 차세대 해외브랜드 발굴과 육성에 매진한다고 한다.
MZ세대 위기는 어떻게 풀어갈까? 신세계는 그 방법을 모바일과 빅데이터에서 찾는 것으로 보인다.
2022 3월 주총에서 차정호 신세계 백화점부문장은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고 신세계만의 세계관으로 서비스와 커머스가 결합한 신세계만의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했다.
백화점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럭셔리 O2O매장으로 바꿔나간다는 것이디. 또 신세계 앱은 MZ세대의 동선과 방문시간 구매패턴 등을 수집하는 수단이 된다.
디지털 전환에서 한 발 앞서있는 이마트부문의 도움도 마다않고 있다. SSG닷컴으로부터는 트라이온 서비스를, 스타벅스코리아로부터는 사이렌오더라는 성공사례를 받아들였다.
트라이온 서비스는 VIP룸에서 백화점 직원이나 패션모델이 직접 상품을 소개하는 컨시어즈 서비스를 모바일로 옮겨놓은 것이다. 백화점의 럭셔리 정체성과 모바일의 편리함을 잘 결합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신세계 방식의 사이렌오더는 아쉽지만 VIP룸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VIP 서비스를 좀 더 편리하게 제공하려는 시도다.
과거 백화점이 절대 갑의 지위를 누리던 시대가 저물었다. 이제 백화점 스스로가 고객에게 럭셔리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 시대다. 지역 1번점 신세계가 디지털 1번점도 될 수 있을까.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