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견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 대형건설사를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시공능력평가 10위 바깥의 건설사가 대형건설사와 맞대결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지 않아 '들러리'를 선다는 비판도 있지만 중견건설사가 기업가치를 키우기는 전략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22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6월 초까지 전국 여러 곳에서 대형건설사와 중견건설사가 맞붙는 도시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총회가 개최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이 소유한 토지를 개발하는 공공택지개발과 다르게 도시정비사업에서 시공사 선정은 브랜드 가치와 시공능력평가가 크게 좌우하고 있어 대형건설사의 승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우성2차·우창아파트 재건축조합은 5월 말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한다. 4월21일 마감한 입찰에는 대우건설과 DL건설이 참여해 경쟁입찰이 성사됐다.
DL건설은 6월4일 시공사를 선정하는 포항 용흥4구역에서도 SK에코플랜트와 1대1 대결을 벌이고 있다.
DL건설은 시공능력평가 12위로 2020년 17위에서 5단계 상승하며 성장하고 있고 모기업인 DL이앤씨의 ‘e편한세상’ 브랜드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대우건설이 보유한 시공능력(5위)이나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의 경쟁력을 봤을 때 대우건설이 무난하게 신길우성2차·우창아파트 재건축사업을 따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SK에코플랜트(10위)와는 순위 격차가 크지 않아 해볼만 하다는 말도 나오지만 SK에코플랜트 역시 수도권 도시정비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대형건설사다. 가로주택정비사업 위주로 수주하고 있는 DL건설이 쉽게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대전 도마변동 구역에서는 더욱 심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도마변동 재정비촉진지구는 대전 서구 도마동과 변동 일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주택 약 2만7천 세대가 공급돼 6만7천 명의 인구를 품게 되는 미니신도시 규모로 거듭나게 된다.
최근 도마변동 4, 5, 13구역이 입찰을 마감했는데 문전성시를 이룬 현장설명회와 달리 입찰결과는 세 구역 모두 1대1 맞대결이 성사됐다.
도마변동 4구역에서는 DL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6위)·롯데건설(7위) 컨소시엄이, 13구역은 동부건설(21위)과 대우건설(5위)·DL이앤씨(8위) 컨소시엄이 각각 시공권을 두고 다툰다.
도마변동 5구역에서는 중견건설사인 두산건설(28위)이 입찰에 뛰어들었는데 상대가 현대건설(2위)·GS건설(3위) 연합이다.
이처럼 객관적으로 승산이 없어 보이는 수주전에 중견건설사들이 참여한 것을 두고 들러리를 서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1곳의 건설사나 컨소시엄이 단독으로 입찰하면 유찰 후 현장설명회부터 모든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노량진 3구역에서도 1차 입찰 때 포스코건설 단독참여로 유찰되자 2차 때는 코오롱글로벌이 막판에 참여한 것을 두고 비슷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중견건설사의 이런 도전이 의미가 없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대형건설사와 경쟁하면서 기업 이름을 알리는 홍보효과와 더불어 간혹 조합원들의 마음을 얻어 승리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동부건설은 2020년 당시 시공능력평가 3위였던 대림산업(DL이앤씨 전신)을 꺾고 사업비 1100억 원 규모의 전주 종광대 2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당시 동부건설은 차별화된 설계와 파격적 사업조건을 내세워 조합원들의 설득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입찰에 참여해 조합원들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것만으로도 중견건설사에게는 홍보효과가 있다”며 “수도권 대규모 사업장이 대형건설사들만의 리그가 되면서 주로 비수도권에서 중견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