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LB(에이치엘비)가 인수합병으로 품에 안았던 의료기기업체를 정리한다.
수익성이 부진한 쪽에 역량을 분산하는 대신 신약개발을 비롯한 바이오사업에 집중해 실적개선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 HLB(위쪽)와 화진메디스·화진메디칼 로고. |
18일 HLB에 따르면 4월 말 이사회를 열고 종속회사인 화진메디스와 화진메디칼 각각의 지분 100%를 계열사 HLB테라퓨틱스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2018년 두 회사를 인수한 지 4년 만이다.
HLB는 “그룹 내 의료기기사업 전문성 강화 및 당사 수익구조 개선이 목적이다”고 밝혔다.
화진메디스와 화진메디칼은 바이오 의료기기 전문 제조업체로 일회용주사기, 필터주사기 등을 생산해 국내외에 판매한다.
화진메디스·화진메디칼 인수에 앞서 HLB는 영세한 사업부를 차례대로 정리하고 있었다. 2015년 전기계장사업을 분할한 데 이어 2017년 헤드업디스플레이(HUD)사업과 유리섬유파이프사업을 분리했다.
‘군살’을 뺀 HLB가 화진메디스, 화진메디칼을 사들인 것은 제조업체에서 바이오기업으로 변신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여겨졌다.
다만 화진메디스와 화진메디칼은 HLB에 합류한 뒤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재무적인 성과가 약했다.
화진메디칼은 HLB에 인수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순손실을 본 뒤 2021년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순이익 6천만 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화진메디스는 반대로 2018~2019년 순이익을 냈다. 다만 이익 규모는 각각 4천만 원, 1억8천만 원으로 크다고 보기 어렵다. 그나마도 2020년부터 적자전환해 지난해 순손실 1억7천만 원을 기록했다.
매출 측면에서도 두 회사는 이렇다할 성장세가 없었다. 2018~2021년 화진메디칼 매출은 88억 원에서 86억 원으로, 화진메디스 매출은 25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축소됐다. 코로나19에 따른 수혜가 나타나지 않았던 셈이다.
HLB가 다소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하고 화진메디스·화진메디칼 양도를 결정한 까닭이다. 화진메디스·화진메디칼 최초 인수금액은 55억 원이었는데 이번 양도금액은 33억 원으로 줄었다.
다만 HLB 입장에서 화진메디스·화진메디칼 양도가 무조건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부진한 자회사를 관리하던 역량을 신약개발과 헬스케어사업부 등 주력사업에 투입해 흑자 기조를 굳힐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HLB는 지속해서 영업적자를 내던 중 올해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중국 파트너사를 통해 판매한 항암제 ‘리보세라닙’ 로열티, 최근 HLB에 인수된 헬스케어사업부(옛 에프에이)의 체외진단 의료기기 판매 실적 등이 실적개선에 기여했다.
리보세라닙의 경우 현재 HLB 미국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를 통해 미국에서 신약허가신청(NDA)이 추진되고 있어 향후 글로벌 매출 규모가 더 확대될 공산이 크다. 헬스케어사업부 역시 체외진단 의료기기 품목을 늘리고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성장 동력을 구축하고 있다.
백윤기 HLB 재무전략본부 부사장은 앞서 올해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글로벌 항암신약 개발에 더해 헬스케어, 선박사업 등 모든 사업부에서 연이어 성과를 내며 재무구조가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화진메디스·화진메디칼을 양도받은 HLB테라퓨틱스가 해당 기업들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HLB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는 격'이 될 수도 있다.
HLB테라퓨틱스는 안구건조증 치료제 등 자체 신약을 개발하는 한편 백신 유통사업을 통해 상당한 매출을 거두고 있다.
HLB그룹은 HLB테라퓨틱스가 보유한 유통 인프라와 화진메디스·화진메디칼의 의료기기 생산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