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에 대형건설사들이 활발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가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한양아파트에 신속통합기획을 적용하기로 했고 조합설립 이후로 시공사 선정 시기를 당기는 조례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용산 이촌동에 이어 여의도에서 두 번째로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11일 부동산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의 재건축 수주영업팀이 시범아파트와 한양아파트 인근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돌며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4월28일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한양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각각 최고 60층, 50층 높이의 초고층 단지로 재건축하는 신속통합기획 초안을 공개했다.
신속통합기획은 서울시에서 민간주도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다. 정비사업 초기 단계부터 조합을 도와 5년 정도 소요됐던 정비구역 지정절차를 2년으로 대폭 단축시킬 수 있다.
또한 서울시는 지난 4월 초 시공사 선정 시점을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완화하는 조례안을 발의했다. 이 조례안은 6월 지방선거 이후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논의된다.
서울시는 현재 조례를 통해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시공사를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사업시행인가 계획에 맞춰 무분별한 공사비 증액을 막고 조합과 시공사 사이 유착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사업시행인가 이후 설계를 변경하는 일이 잦아 공사비 증액을 막는 효과가 떨어지는 데다 사업절차만 복잡하게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과 시공사 선정 관련 조례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10년이 넘게 걸리는 재건축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재건축사업 절차. <국토교통부, 하이투자증권> |
조례가 개정된다면 정비사업 시작부터 시공사 선정까지 보통 7년이 넘게 걸리는 기간을 3~4년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처럼 시공사 선정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대형건설사들이 일찌감치 본격적 홍보활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보통 건설사들은 도시정비 수주를 위해 조합 출범 이전부터 활발한 영업활동을 펼친다.
건설사들은 시범아파트와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수주를 위해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노량진뉴타운과 흑석뉴타운에는 여의도, 강남 등 업무지구와 가깝다는 이유로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시범아파트와 한양아파트 단지가 여의도 핵심 위치에 있는 만큼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이 아니면 명함조차 내밀기 어려울 수 있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한양아파트의 구체적 정비계획은 올해 하반기에 확정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의도의 상징적 단지인 만큼 자존심을 걸고 건설사들이 수주전에 뛰어들 것이다”고 내다봤다.
두 아파트 재건축은 사업성도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용적률이 높아질수록 일반분양 세대수가 늘어나 더 많은 분양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용도지역에 따른 용적률. <국토교통부 토지이용규제 정보서비스> |
여의도는 용산에 이어 두 번째로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GS건설이 올해 초 수주한 용산 이촌동 한강맨션이 재건축을 통해 68층으로 지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강맨션 재건축조합은 68층 재건축을 위한 사업시행변경인가 절차를 밟으려 하고 있다.
시범아파트와 한양아파트 단지는 모두 3종 일반주거지역에 위치해 있다. 서울시는 시범아파트는 준주거지역으로, 한양아파트는 상업지역으로 용도 상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거지역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한 용도지역 가운데 하나다. 전용주거지역, 일반주거지역, 준주거지역 순서로 용적률이 커 건물을 높게 지을 수 있다.
상업지역은 상업이나 그 밖의 업무의 편익을 증진하기 위해 필요한 지역으로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다. 주거지역보다도 용적률이 높다. 중심상업지역, 일반상업지역, 근린상업지역 등으로 구분되는데 최대 1500%의 용적률이 적용될 수 있다.
시범아파트 단지의 현재 용적률은 172%다.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이 이뤄지면 용적률 400%까지 적용될 수 있다. 이를 통해 현재 최고 13층, 1578세대에서 최고 60층, 2400세대 규모로 탈바꿈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한양아파트의 현재 용적률은 252%다. 상업지역으로 종상향이 이뤄지면서 600%의 용적률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 12층, 588세대에서 최고 50층, 1천 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로 탄생할 수 있다.
두 아파트를 초고층 단지로 조성하는 방안이 추진되면 여의도 일대 재건축사업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는 구체적 기부채납 방식 등에 관한 주민의견 수렴을 거쳐 하반기에 최종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