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삼성중공업의 구조조정 책임분담을 거듭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산업은행은 19일 “삼성중공업이 제출한 자구계획안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처리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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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산업은행은 ‘이 회장이 삼성중공업의 자구계획안을 반려할 계획’이라고 말이 나도는 데 대해 해명을 내놓은 것인데 자구계획안을 반려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셈이다.
이 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삼성중공업 문제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다른 조선회사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오너인 이재용 부회장이나 대주주인 삼성전자가 삼성중공업의 경영위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삼성중공업 지분 17.62%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삼성그룹 계열사까지 합치면 24.08%로 높아진다.
산업은행은 2월 현대상선의 추가 자구안을 받을 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300억 원 사재출연을 이끌어내는 등 오너와 대주주의 구조조정 책임분담을 중시해 왔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17일 제출받은 삼성중공업 자구계획안에는 이 부회장의 사재출연이나 삼성전자의 유상증자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삼성중공업에 유상증자를 할 경우 삼성전자 주주들이 크게 반발할 가능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부회장이 사재를 출연하거나 삼성그룹 차원에서 삼성중공업을 지원할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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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기준으로 사내유보금 1조750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두산엔진 지분 매각 등을 통해 1400억 원을 추가로 마련했다. 부채비율도 254%로 대우조선해양(7300%)보다 훨씬 낮다.
삼성중공업은 자구계획안을 낼 때 단기차입금 2조8천억 원의 대출만기 연장을 함께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유동성에 아직 여유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이 수주절벽으로 중장기적인 자금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을 감안해 이 회장이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의 책임분담을 재차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354억 달러 규모의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1년6개월치 일감에 불과하다. 추가 수주를 따내지 못하면 2017년 말부터 매출을 내지 못해 운영자금을 새로 빌릴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