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실적 기록을 새로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금융정보회사 FN가이드가 집계한 현대글로비스의 올해 예상실적을 보면 매출 25조358억 원, 영업이익 1조5222억 원을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1년과 비교해 매출은 14.95%, 영업이익은 35.15% 늘어난 수치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했는데 올해도 최대 실적 기록을 새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1분기 영업이익은 4263억 원으로 창사 이래 분기 기준 최대치를 달성했다.
현대글로비스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지속되면서 유통 및 운송가격 상승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운송 선박 부족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운송업체에 유리해진 가격이 구조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자동차선 운송(PCC)사업, 반조립제품(CKD)유통사업 중심의 수익성 개선이 지속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현대글로비스도 올해 실적을 놓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올 1분기 실적발표에서 2분기 뒤로 반도체 공급 부족문제 개선으로 자동차제조 고객사들의 생산량·물동량이 늘어나고 환율 및 유가 상승분 효과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정훈 사장은 올해 스마트물류 솔루션을 비롯해 신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는데 투자금 확보에 필요한 이익체력을 더욱 단단히 다질 수 있게 된 셈이다.
스마트물류 솔루션이란 운송·관리 등 물류의 모든 과정에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보틱스 등 다양한 IT 기술을 적용해 최적의 효율성을 끌어내는 사업을 말한다.
김 사장은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물류센터의 단순 자동화를 넘어서는 방식으로 스마트물류 사업을 전개해 현대글로비스만의 독보적 사업모델과 핵심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에 발맞춰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스마트물류 솔루션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에는 고객사의 물류센터 컨설팅부터 스마트 설비 구축 및 물류센터 설계·설비 도입, 자동화 기반 운영 검증 등 모든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직접 물류센터 운영에도 나서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김 사장은 모빌리티 플랫폼 분야 선도업체와 손잡으며 스마트물류 솔루션 기술 고도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현대글로비스는 2월 카셰어링 업체 쏘카와 ‘신사업 제휴에 관한 포괄적 업무협약’을 맺고 스마트물류 솔루션 분야에서 공동사업 개발과 기술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쏘카는 연간 최대 1만8000대 규모의 차량을 운영하며 차량의 배치, 관리, 정비 등에 자체 개발 차량관제 단말 등의 기술을 접목시키고 있어 현대글로비스의 물류 기술 고도화와 관련해 여러 방면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기존 사업 이외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 위해 스마트물류 솔루션 사업을 새 먹거리로 본격 추진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자동차선 중심의 해운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스운송 사업으로 확장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2024년 하반기부터 호주에서 생산되는 액화천연가스(LNG)를 글로벌 수요처로 운송하는 사업을 본격 시작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4월 세계 LNG 공급량의 약 5%를 차지하는 호주의 글로벌 에너지기업 우드사이드와 최대 15년 LNG 운송 사업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정유기업 쉘에 따르면 지난해 3억8천만 톤을 기록한 LNG 거래량은 2040년 연간 7억 톤으로 9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글로비스가 자동차선 사업에서 쌓은 노하우와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LNG 운송 시장에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현대글로비스가 LNG 운송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궁극적 청정 에너지원인 수소 운송 시대를 대비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하다. 수소는 영하 253도까지 낮춰 액화해야 운송이 가능한데 아직 관련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았다.
현대글로비스는 영하 163도에서 액화되는 LNG 해상운송 사업에서 초저온 가스화물 선박관리 역량을 내재화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실제로 현대글로비스는 우드사이드와 향후 수소 해상운송에서 협력하는 방안까지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사장은 지난해 글로벌 3위권의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인 스위스 '트라피구라'와도 운송 계약을 맺었다. 2024년부터 암모니아 및 액화석유가스(LPG) 해상운송에 나선다.
김 사장은 초대형 가스 운반선(VLGC)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트라피구라와 운송 계약을 따낸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이 사업과 관련해 2000억 원을 투자해 VLGC 2척을 건조한 뒤 해상운송 시장에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현대글로비스의 VLGC는 화물창을 특수 재질로 제작해 암모니아까지 운송할 수 있다. 전세계에 암모니아를 선적할 수 있는 VLGC는 20여 척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모니아는 현 기술 수준에서 수소를 저장·운송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 매개체로 꼽힌다. 수소에 질소를 결합시키면 암모니아가 되는데 이 암모니아 형태로 해상 운송을 하고 수요처에서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할 수 있다.
암모니아는 액화수소와 달리 상온에서 비교적 쉽게 액화하며 단위 부피당 1.7배 수소를 더 많이 저장할 수 있어 대량 운송이 용이하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스마트물류 솔루션 사업, LNG운송 산업을 통한 암모니아·수소 등 친환경에너지 운송사업 등의 이익 기여는 당장 기대할 수 없다"면서도 "현대글로비스의 장기 이익성장에서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