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오른쪽)가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110대 국정과제'를 담은 판을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윤석렬 정부에서 전력시장 민영화 논란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판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정부는 전력시장 개방 등을 추진할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3일 6개의 ‘국정목표’, 20개의 ‘국민께 드리는 약속’ 등을 담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경제 관련 국정과제는 두 번째 국정목표인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항목에 포함됐다.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는 5개의 국민께 드리는 약속으로 구성됐다.
인수위는 경제 관련 약속으로 “경제체질을 선진화하여 혁신성장의 디딤돌을 놓겠다”며 7개의 과제 가운데 하나로 ‘에너지안보 확립과 에너지 신사업, 신시장 창출’을 제시했다.
에너지 관련 국정과제에는 기존에 알려진 전력시장 개편과 관련된 내용이 담겼다.
인수위는 “전력시장·요금 및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쟁과 시장 원칙에 기반한 전력시장을 구축하겠다”며 “시장 원칙이 작동하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전력시장, 요금체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인수위는 지난 4월28일 "전력시장 개방을 통해 한전의 독점을 해소하고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곧바로 한전 민영화 논란이 일었고 이에 인수위는 다음날인 4월29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전의 민영화는 논의한 적 없다”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국정과제 발표로
윤석열정부는 전력시장과 관련해 독점 해소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인수위가 '독점 해소'에 나선다고 했지만 시민단체, 전문가, 야당은 이를 '한전 민영화'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공기업인 한전이 전담하고 있는 전력공급자의 지위를 민간에 개방하는 것은 한전 자체가 민영화되지는 않더라도 사실상 전력공급자를 민영화하는 우회적 수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공공부문 ‘선진화’, ‘정상화’, ‘합리화’를 내세운 것처럼 ‘민영화’라는 단어만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공공부문 민영화로 전기, 교통 등 요금이 폭등한 사례가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만큼 공공부문의 민영화에는 부정적 여론이 만만치 않다.
인수위가 “한전의 독점적 판매구조를 개방하겠다”며 ‘독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데도 ‘민영화’를 부인하는 것과 비슷한 의도가 깔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공기업인 한전이 이윤을 보지 못하는 만큼 독점 이윤의 문제가 없는데도 독점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국민에 부정적 인식을 심으려는 것”이라며 “같은 일을 공기업이 하나 사기업이 하나 효율성이 비슷하다면 당연히 공기업이 하는 것이 국민 전체에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윤석열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적극 막을 태세를 보이고 있다.
김주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를 대상으로 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인수위에서 전력시장에 경쟁 도입을 발표했는데 이는 결국 민영화 수순”이라며 “민간기업 돈 벌게 하고 한전을 부실화시키면 결국 전기 품질 나빠져 우리 산업은 직격탄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영 정의당 대변인도 지난 4월29일 “전력시장 개방은 결과적으로 기후위기와 저소득층, 서민들의 전기요금 인상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인수위는 투명한 전기요금 원가 공개와 민간발전사의 과도한 이익구조,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개선방안부터 내놔야 한다”고 비판했다.
윤석열정부가 실제로 전력시장 개방을 추진하려면 전기사업법 등 관련 법령의 개정이 필요한 만큼 국회에서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윤석열정부의 전력시장 개방 방침은 선거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김동연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지난 4월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경쟁과 시장 원칙에 기반해 현재 한전이 독점한 전력 판매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방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전력시장 민영화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전력시장 개방, 한전의 민영화는 국민의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할 것이고 인수위가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