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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쿠팡 총수 김범석', 내년에는 이 발표를 볼 수 있을까요?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2-04-28 15: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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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쿠팡 총수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71162'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김범석</a>', 내년에는 이 발표를 볼 수 있을까요?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비즈니스포스트] 쿠팡이 2년 연속으로 ‘총수 없는 기업집단’이 됐습니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이 총수 아니었어?”라는 질문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쿠팡의 총수는 자연인 ‘김범석’이 아닌 법인 ‘쿠팡’입니다.

총수라는 말은 사실 법적 용어가 아닙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등을 살펴보면 기업집단 지정과 관련해 ‘동일인’이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어떤 인물이 해당 회사 발행주식의 30% 이상을 소유한다면 법은 이 인물을 동일인으로 봅니다.

언론에서는 이러한 동일인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총수’라는 개념으로 풀어씁니다.

동일인이 꼭 개인일 필요는 없습니다. 공정거래법은 동일인을 ‘해당 회사의 경영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인정되는 회사’로 지정할 수 있다고도 규정합니다.

쿠팡은 바로 이 사례에 해당하는 회사입니다.

사실 동일인 지정제도는 이렇게 법적으로 규정돼 있는 듯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준이 엄격한 것도 아닙니다. 기업집단의 동일인을 지정하는 주체인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 자의적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공정위가 보도자료 등을 통해 대외적으로 제시하는 동일인의 개념과 기준은 여러 가지 제반 사정을 두루 고려하는 방식입니다.

일신상의 이유로 사실상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음에도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는 경우가 허다해 비판의 여론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쿠팡과 관련한 논란도 이런 문제의 연장선 위에 있습니다.

공정위는 이미 지난해 4월 쿠팡의 동일인 지정 문제를 놓고 “동일인이란 특정 기업집단의 사업내용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로 규정하며 김범석 의장이 사실상 쿠팡을 지배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의장이 쿠팡Inc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는 점도 이미 모두 파악했죠.

그렇다면 당연히 쿠팡의 동일인은 김범석 의장이 됐어야 할 것 같은데 공정위는 왜 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일까요?
[백브리핑] '쿠팡 총수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71162'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김범석</a>', 내년에는 이 발표를 볼 수 있을까요?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왼쪽)이 2020년 3월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를 방문해 김범석 쿠팡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김범석 의장이 미국인이기 때문입니다.

공정위는 여태껏 외국인을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지정한 적이 없습니다.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다는 것은 해당 기업집단에서 발생하는 법적 책임을 그 법인의 대표자인 외국인에게 지울 수 있다는 뜻인데 실제로는 이렇게 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도 27일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쿠팡의 동일인을 김범석 의장으로 지정하는 문제는 제도적 한계부터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고 봤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다는 것은 법적 책임을 묻고 형벌까지 부과할 수 있다는 책임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법리적 검토를 충분히 해 제도 개선을 완비하면 쿠팡 문제가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외국법인이 한국의 대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사례는 대부분 해당 법인을 동일인으로 규정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지분 63.41%를 보유한 에쓰오일의 동일인은 에쓰오일입니다. 에쓰오일을 지배하는 기업이 아람코라고 해서 아람코 최고경영자인 아민 알 나세르를 동일인으로 지정하진 않죠.

한국GM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계열사들을 통해 한국GM의 지분 77%가량을 들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공정위는 제너럴모터스의 대표인 메리 배라 회장을 한국GM의 동일인으로 보지 않습니다.

공정위는 이 문제를 놓고 고민을 털어놓은 적도 있습니다.

김재신 부위원장은 2021년 4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아마존코리아나 페이스북코리아가 자산총액 5조 원이 넘었을 때 제프 베이조스와 마크 저커버그를 공정거래법상의 동일인으로 지정해서 한국 국내법의 의무를 부여하고 위반 시 형사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것이냐”라며 물음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쿠팡의 동일인 지정 문제는 여전히 많은 논란을 낳습니다.

동일인 지정제도는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사익편취를 규제하는 데 많은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그 동일인은 배우자나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 특수관계인 거래와 관련해 공시 의무를 지고 지정자료와 관련해서도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 이유죠.

다시 말해 김범석 의장이 쿠팡의 동일인으로 규정되지 않으면 이런 의무를 모두 이행하지 않아도 되므로 소위 ‘친척들에게 일감 몰아주기’를 해도 제재하거나 처벌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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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시만단체는 이런 이유로 공정위의 결정에 반발합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8일 성명서를 통해 “김범석 의장은 미국에 상장한 쿠팡Inc를 통해 한국 쿠팡을 지배하고 있고 여전히 그룹의 사실상 지배자이므로 동일인으로 지정함이 마땅하다”며 “하지만 공정위는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며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경실련은 공정위의 이러한 조치가 향후 잘못된 관행을 만들 여지도 남긴다고 보고 있습니다.

경실련은 “앞으로 재벌 총수가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사익편취 규제 등에서 벗어나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얼마든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런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까요?

공정위는 외국인의 동일인 지정과 관련해 이미 1년 전부터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6월 경북대 산학협력단에 동일인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해 지난해 말 최종보고서를 받기도 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기업집단 지정 발표에서는 이런 내용은 빠졌습니다. 공정위는 “내년 (쿠팡의 동일인을 김범석 의장으로) 지정할 지 여부는 제도 개선과 다른 상황 발생을 보고 판단하겠다”며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공정위가 경북대 산학협력단의 최종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라 어떤 방식으로 외국인의 동일인 지정 제도가 개선될지 가늠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공정위가 다른 기관에 연구용역을 맡긴 자료를 살펴보면 어떤 식으로든 동일인 지정제도가 개정될 가능성은 커 보입니다.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정책연구 정보를 공개하는 사이트 정책연구관리시스템을 살펴보면 공정위가 한국개발연구원에 2021년 6월부터 11월까지 ‘공정거래정책의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라는 주제로로 연구용역을 맡긴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기업집단 동일인에 대한 예측가능성과 일관성을 높이려면 기업집단 동일인의 정확한 정의와 요건, 그 확인절차 등과 관련해 법령에 규정하고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경북대 산학협력단 연구용역팀장을 맡았던 신영수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동일인의 정의와 주요 요건을 법에 규정하되 세부사항을 시행령과 고시 등에 위임하여 구체화하는 것이 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도 덧붙여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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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하지만 외국인 동일인 지정 문제의 해법은 쉽게 나올 것 같진 않습니다.

만약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길이 열려 김범석 의장이 쿠팡의 동일인에 오른다고 하면 당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반될 가능성이 높다고 법조계는 바라봅니다.

한미FTA 11.4조 1항은 ‘각 당사국은 자국 영역 내 투자의 설립·인수·확장·경영·영업·운영과 매각 또는 그 밖의 처분에 대하여 동종의 상황에서 비당사국의 투자자에게 부여하는 것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다른 쪽 당사국의 투자자에게 부여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최혜국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죠.

앞서 살펴본 한국GM이나 에쓰오일의 동일인을 법인으로 유지하는 상태에서 쿠팡의 동일인만 미국인인 김범석 의장으로 지정하면 통상마찰에 빠질 우려가 분명 있어 보입니다.

공정위가 섣불리 외국인의 동일인 지정 문제의 해법을 찾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으로 파악되는데요 내년에는 정말 제도가 개선될지, 묘수를 찾아낼지 꼭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아예 동일인 지정제도를 없애야 한다고도 주장합니다. 특히 재계가 그렇습니다.

각 기업집단은 동일인 지정제도의 취지를 따르기 위해 매년 총수와 총수의 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를 파악하고 공시하는데 많은 돈을 씁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시간과 노력을 놓고 ‘기업을 옥죄는 수단’이라고 주장할 법도 하죠.

물론 공정위는 이를 일갈합니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 편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동일인 지정제도는 꼭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죠.

하지만 외국의 경쟁당국이 독점과 담합 등 공정거래와 관련한 본연의 임무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동일인 지정제도의 실효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 경제학계에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지점입니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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