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과 한화그룹, 하이트진로그룹, CJ그룹 등 4개 그룹이 총수 일가의 일감몰아주기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 이후 첫 제재 대상에 올린 현대그룹의 경우에서 보듯 '솜방망이' 제재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6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한진그룹, 하이트진로그룹, 한화그룹, CJ그룹 등 4개 그룹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제재에 순차적으로 착수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2월 시행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및 일감몰아주기 행위에 대해 대기업 집단 40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해 왔다. 공정위는 이 가운데 이번에 첫 제재대상에 오른 현대그룹을 포함해 5개 대기업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였다.

자산 4조 원 이상 대기업은 총수 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를 넘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줄 경우 총수일가까지 사법처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내부거래액이 연간 200억 원 또는 연 매출액의 12% 이상인 경우 규제를 받는다.

한진그룹은 대표적 일감몰아주기 계열사로 싸이버스카이가 지목된다. 조양호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3남매가 각각 33.3%씩 지분을 보유한 회사인데 대한항공 기내 잡지광고와 기내 면세품 통신판매를 독점하고 있다. 2014년 말 기준 내부거래 비중이 81.5%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사이버스카이의 일감몰아주기가 도마 위에 오르자 한진그룹은 11월 대한항공이 세 자녀의 지분 전량을 취득했다. 공정위가 2014년 이전에 이뤄진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제재에 나설지 주목되고 있다.

한진그룹의 IT서비스 업체인 유니컨버스도 일감몰아주기 계열사로 꼽혀왔다. 조원태 부사장이 38.9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진에어 전무가 각각 27.7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2014년 매출의 78.1%를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것으로 추정됐다.

한화그룹의 경우 한화S&C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S&C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지분 50%를 비롯해 삼형제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IT 계열사다. 2014년 기준 매출의 절반 이상이 내부거래에서 나왔다.

하이트진로그룹의 서영이앤티는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14.69%)과 박태영 하이트진로 전무(58.44%), 차남 재홍씨(21.62%) 등 총수 일가 지분이 99.91%에 이른다. 생맥주를 담는 통과 냉각기 등을 만들어 납품하는 회사인데 2014년 기준 전체 매출의 40% 가량이 내부거래에서 나왔다.

CJ그룹에서 일감몰아주기 계열사로 꼽히는 곳은 이재현 회장의 동생 이재환씨가 100% 지분을 보유하며 대표를 맡고 있는 재산커뮤니케이션즈다. CGV 극장에서 광고대행을 하며 연간 100억 원 안팎의 순익익을 내고 있는 비상장사다.

재계는 공정위 일감몰아주기 제재가 확산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그룹은 15일 공정위로부터 13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그러나 공정위가 개정법 시행 이후 불법사례를 적발해 처음으로 제재를 결정한 현대그룹에 대해 현정은 회장 일가를 처벌하지 않은 데다 과징금도 10억여 원 수준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지난해 3월 대법원이 SK그룹에 부과됏던 일감몰아주기 관련 과징금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던 만큼 해당 대기업들이 공정위 조사에 불복해 줄소송을 벌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