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재영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
이재영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부채를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다. 1인당 복리후생비를 최고 32%까지 줄이기로 했다. 또 3년 동안 부채를 줄이지 못할 경우 간부급 직원들의 임금 인상분도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하지만 매년 부채를 얼마나 줄일지 구체적 목표액을 밝히지 않아 전시성 계획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LH는 노동조합과 공기업 경영 정상화를 위한 방만경영 개선계획에 합의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경영개선합의안은 7월부터 시행된다.
LH 노사가 이번에 합의한 내용 중 눈길을 끄는 것은 금융부채 감축과 임금 반납을 연계한 점이다. LH 노사는 2017년까지 매년 금융부채를 줄이지 못할 경우 2급(부장급) 이상 간부사원들의 임금 인상분을 자진반납하기로 결정했다. 부채감축을 목표로 임금 반납을 결의한 공기업은 LH가 처음이다.
LH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3년 동안 금융부채 감축에 실패할 경우 간부직원 800여명은 1인당 평균 147만 원 정도의 인상분을 반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H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42조3312억 원으로 공기업 부채순위 부동의 1위에 올라있다. 이 가운데 금융부채는 전체의 74.26%나 되는 105조7천억 원이다. 매일 이자로 내는 비용만 120억 원이다. LH가 금융부채를 줄이는 데 사활을 거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이재영 사장도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LH의 금융부채를 줄이는 데 주력해왔다. 이 사장은 지난해 11월 홍콩에 있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S&P를 방문해 “앞으로 국민주택기금을 제외한 회사채 신규 발행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부채를 더 이상 늘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 LH가 이번에 발표한 개선안이 이른바 ‘보여주기용’ 계획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마다 부채를 얼마씩 줄여나갈지 구체적 목표액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부채가 전년보다 단 1원만 줄어도 임금 인상분을 반납할 필요가 없게 된다.
특히 이 사장이 지난해부터 자산을 매각해 금융부채를 계속 줄여 온 만큼 임금인상분을 실제로 반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LH는 지난해 토지와 주택 등 보유자산 22조1천억 원 어치를 팔았다. 올 1분기에도 4조1천억 원의 자산을 매각했다. 이로써 LH의 금융부채 규모는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101조9천억 원까지 줄었다. 이 사장은 올해 18조6천억 원의 자산을 팔겠다고 지난 3월 발표했다.
임금 인상분 반납 계획과 함께 발표된 복리후생비 감축 계획도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LH는 공상 및 순직 퇴직자에 대한 퇴직금 가산지급과 장기근속휴가, 1인당 연 50만 원씩 지급됐던 문화 활동비를 폐지하기로 했다. 또 분기당 100만 원 한도였던 중고생 자녀 학자금 지원과 휴직 급여, 복지 포인트 등은 공무원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LH는 이런 노력을 통해 1인당 207만원의 복리후생비를 줄여 연간 147억 원의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부채규모로 하루 이자 비용만 120억 원 가량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의 절감으로 부채를 줄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LH의 개선안이 진정성을 갖기 위해선 더욱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령 LH가 정부에 제시한 대로 2017년까지 49조4천억 원 부채 감축목표액과 임금 반납 등의 실천방안을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