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애플과 구글 등 미국 대형 IT기업이 재택근무 체제를 마치고 사무실 복귀를 추진하면서 복지 혜택을 강화하고 스톡옵션을 주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임직원의 불만을 달래고 있다.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임직원들이 사무실 복귀를 거부하고 이직을 검토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들을 달랠 수 있는 확실한 유인책을 제공해야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에서 현지시각으로 12일부터 다수의 임직원들이 일주일에 최소 하루씩 사무실로 출근하도록 의무화한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약 2년 동안 운영했던 재택근무 체제를 정상화하며 점진적으로 코로나 이전의 일상 회복을 목표로 하는 조치다.
그러나 여러 임직원들이 사무실 복귀에 반대하며 팀 쿡 CEO에게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고 있고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직장으로 이직을 검토하는 사례도 늘어나 애플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 직원들은 사무실 근무가 경영진의 기대만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지 못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으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애플도 이런 점을 고려해 아직 사무실 근무 체제가 완전히 확정된 것이 아니라 시범 적용 단계라고 강조하면서 임직원들의 불만을 달래는 데 힘쓰고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사무실 복귀 실험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거나 완전히 새로운 근무체계를 도입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며 “임직원들의 목소리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지난해부터 재택근무 종료를 검토해 왔지만 임직원 반발이 계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시행 시기를 여러 차례에 걸쳐 미뤄 왔다.
반면 메타로 회사이름을 바꾼 페이스북이나 아마존은 여전히 사무실 근무를 완전히 임직원 자율에 맡기면서 훨씬 유연한 근무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애플이 사무실 근무체제로 전환을 서두른다면 결국 중요한 인력이 이런 경쟁사로 이직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이런 반발을 고려해 엔지니어 등 직군에 각각 5만~20만 달러 규모의 스톡옵션을 수년에 걸쳐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애플이 최근 증강현실 헤드셋과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재택근무 종료가 핵심 인력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글 역시 4월 초부터 본사 임직원들이 일주일에 최소 3일은 사무실에 출근해 근무하도록 하는 새 정책을 도입하면서 임직원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원격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를 반드시 사무실에서 해야 한다는 근거가 분명하지 않고 재택근무 기간에 구글의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이 이런 주장에 근거로 제시됐다.
이런 의견은 구글 내부 인트라넷에서 많은 임직원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은 임직원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출퇴근에 이용할 수 있는 990달러 상당의 전기 스쿠터를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혜택을 도입했다.
캘리포니아 본사 임직원이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마사지와 체육관 등 복지시설 운영도 재개됐고 무료 식사와 모임 장소도 제공하기로 하며 사무실 복귀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구글은 이런 과정에서 모든 임직원들에 사무실 복귀와 관련한 일괄적 기준을 적용하거나 회의를 지나치게 많이 여는 등 실수를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비에르 솔테로 구글 워크스페이스 부사장은 이런 점을 언급하며 “임직원의 사무실 복귀를 기다려왔다”면서도 “사무실 복귀가 잘못된 방향으로 이뤄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면 업무가 중요한 임직원의 복귀를 적극 앞당기지만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군에는 자율성을 확대하는 쪽으로 유연한 근무방식을 도입해야 임직원 반발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에서 최고 인사담당자를 맡았던 라스즐로 복 후무 CEO도 최근 포천과 인터뷰를 통해 잘못된 방식의 사무실 복귀는 직원 사기와 의욕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사무실에서 20~30년을 보낸 경영진들이 스스로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근무체계를 되돌려서는 안 된다”며 “주3일 사무실 근무제와 같이 가장 효율적 대안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