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5-07-21 14:3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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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마트 3사가 할인 행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악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은 이마트의 17~23일자 행사 전단. <이마트>
[비즈니스포스트]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이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제외되면서 점유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이전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졌던 아픔을 갖고 있다.
21일 대형마트 분위기를 살펴보면 최근 할인 폭을 기존보다 키운 행사들을 앞 다퉈 열고 있다.
이마트는 17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하는 행사 전단에 최근 ‘10년 전 가격보다 지금이 더 쌉니다’라는 문구를 집어넣었다. 20일까지 판매한 무항생제 영계 두 마리(500g*2)는 정가가 1만980원이었는데 4일 동안 3580원에 팔았다. 닭 한 마리 당 1천 원대에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2015년 7월 전단에 나왔던 두 마리 영계 가격은 3990원이었는데 이보다 10.3%나 싸다. 10년 동안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파격적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8㎏ 미만 국내산 수박은 17일 단 하루 동안 9900원에 팔았다. 10년 전 씨없는 하우스 수박을 1만800원에 팔았는데 이 역시 가격이 8.3% 낮아졌다.
초복을 맞이한 할인 행사에 롯데마트도 빠지지 않았다. 롯데마트는 17일과 18일 이틀 동안 370g짜리 하림 냉동 영계를 50% 할인한 1590원에 팔았다. 두 마리 영계는 이마트보다 비싼 6990원이었지만 평소보다 싼 가격이다.
‘순삭템’이라는 이름으로 1㎏짜리 실속 양파를 99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도 열고 있다. 보양 수산물로 꼽히는 국산 민물장어는 100g에 4494원이다.
홈플러스 역시 올해 초 100원 단위 경쟁을 벌였던 한돈 삼겹살과 목심을 최근 100g당 990원에 판매했다. 이밖에도 한우와 바나나, 복숭아 등을 50% 할인한 가격에 내놨으며 ‘당당 옛날통닭’은 한 마리에 3990원에 팔았다.
여름 시즌오프 상품들은 최대 70%까지 할인해 판매하기도 했다. 행사카드로 결제하면 할인 폭이 80%까지 되는 상품도 있다.
대형마트들이 경쟁적으로 할인 행사에 나선 것을 놓고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는 반응이 나온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 및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취지에 맞춰 내수 회복을 목표로 국민 1인당 최소 15만 원에서 최대 55만 원까지 지급하는 현금성 지원 정책을 말한다.
전통시장과 편의점, 식당 등 연매출 30억 원 미만인 소상공인 사업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대형마트와 백화점, 기업형슈퍼마켓 등 비교적 덩치가 큰 유통채널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힘든 것은 매한가지인데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볼멘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데다 코로나19 위기 당시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됐을 때도 사용처에서 제외된 전례가 있어 대놓고 불만을 드러내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 편의점업계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매출 반등의 기회로 삼기 위해 마케팅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 GS25 >
대형마트 업계는 이번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4~5년 전 마주했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직후 매출 감소와 비슷한 흐름이 될까봐 예의주시하고 있다.
2020년 5월 긴급재난지원금이 나간 이후 대형마트 매출은 2~3달 동안 큰 폭으로 줄었다. 당시 대형마트 매출 감소율은 5월 9.7%, 6월 5.3%였다. 2021년 9월에 추가 지원금이 지급됐을 때도 매출은 13.3% 줄었다.
비상계엄 여파가 걷히면서 그나마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있는데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오히려 대형마트 업계에는 또 다른 악재가 될까봐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반면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당시 큰 수혜를 봤던 편의점업계는 수혜를 극대화하기 위한 마케팅에 한창이다.
과거 재난지원급 지금 당시 편의점업계에 쓰인 금액은 전체 지원금의 5~6%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2013년 이후 12년 만에 매출이 뒷걸음질한 편의점업계로서는 이번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매출을 반등시킬 절호의 기회라는 인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이왕 들어온 돈 제대로 쓰겠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해 평소 비싸서 잘 구매하지 못하는 한우와 장어, 꽃갈비 등 프리미엄 먹거리를 전면 배치하는 전략을 쓰는 것은 이런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GS25는 21일부터 25% 할인되는 ‘우리동네 민생회복 편의점’ 행사 열고 세븐일레븐 역시 ‘민생회복 초특가전’ 마련했다. CU는 7월 행사를 8월 말까지 연장한 상태이며 추가 할인도 예고해놨다. 남희헌 기자